외모지상주의

41-42주/ 18.06.08

by 이준수

외모지상주의


잠설쳐서 죽겠는데

배고프다 애는울지

어쩔거야 젖줘야지


커피두잔 털어넣고

눈뻘게서 띵한채로

버티는데 저녁되면

카페인이 떨어져요


전날쌓인 피로에다

기력까지 감소해서

쓰러질듯 녹아버려


근데연재 얼굴보면

어디선가 새힘이나


아기얼굴 귀여운건

살고싶어 그런가봐


말못해도 제살길은

아는거야 생존방법

세련되고 기막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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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야릇한 밤이었다. 아내는 눈 그늘이 광대까지 내려와서는 곧 쓰러질 듯 비틀거렸다. 운이 좋게도 큰 녀석 작은 녀석 차례차례 잠들었고, 오후 9시 기적처럼 평화가 찾아왔다. 마침 냉장고에는 500ml짜리 하이네켄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우리는 까치발로 서재까지 갔다. 양 손에는 맥주캔과 유리컵이 들려있었다. 숨죽여 캔을 따며 안방 기척을 살폈다. 잠잠했다. 하늘이 도와주는 날이었다. 한 방울도 흘리고 싶지 않아, 두 손으로 술을 따르고 눈빛으로 건배했다. 취기가 오르자 판다처럼 피곤해 보이는 아내가 입을 열었다.


"우리 애들 정말 예쁘지 않아? 나도 어디서 계속 힘이 나는지 모르겠어."

"아기야 말로 외모지상주의야. 한 번 웃어주면 모든 게 용서 되잖아."

"그건 그렇고, 나는 자기가 더 적극적으로 빨래를 널고, 개켜주면 더 큰 힘이 날 것 같아."


명석한 아내는 아무리 피곤해도 뼈를 때리는 대사를 날렸다. 나는 시크한 아내 모습이 멋져 보여서 잔소리를 듣고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나는 똑똑한 사람에게 약한데, 아내의 지성은 언제 보아도 섹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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