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44주/ 18.06.22
남겨주고 싶은 것
사랑한다 말을하고
잠잘적에 뽀뽀하고
일어날때 안아주고
수천번을 반복하며
부대끼고 함께웃고
나이먹고 그러겠지
이세상에 나의딸로
태어나줘 참고맙다
너희들의 아빠로서
살수있어 감사하다
목소리는 공기중에
흩어지고 피부온기
언젠가는 식겠지만
매일쓰는 몇글자는
남아가끔 들추겠지
행복하게 살려므나
자정이 넘긴 시간에 혼자 깨어 죽음을 생각한다.
불이 붙어 녹아내리는 양초처럼 모두의 인생에는 끝이 있다. 언젠가는 촛농이 모두 흘러내려 심지의 마지막 불꽃마저 꺼지고 만다. 영혼이 빠져나가듯 회색 연기를 공기 중에 퍼뜨리면서 말이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숙명이다.
결국 인간이란 의미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존재다. 최후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인생에서 나는 어떤 의미를 실현하고 싶은 것일까. 이런 물음이 떠오를 때면 딸을 생각한다. 나와 아내의 유전자를 절반씩 섞어 만든 사랑의 결실.
아무리 삶이 허무하게 느껴질 때라도 딸을 떠올리면 나는 얼른 중력의 세계로 돌아올 수 있다. 두 딸은 심장이 뛰고, 따뜻한 피가 도는 생생한 실체다. 나에게 법적 보호자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부여하고, 일상을 살아갈 동력을 제공한다. 딸을 통해 나의 흔적을 세상에 남겼다는 생각을 하면 꽤나 가치 있는 일을 한 것 같아 뿌듯해진다. 유한한 삶도 그리 아쉽게 느껴지지 않는다.
리처드 도킨스 식으로 보자면 유전자의 번식 본능이 내게 그런 감정을 일으킨 것에 불과하겠지만, 나는 결국 감정에 영향받는 자아를 가지고 있으므로 유전자의 의도 따위를 굳이 들먹이고 싶지 않다.
나는 딸을 사랑으로 돌본다. 내 소중한 시간과 열정, 노동력을 바치지만 손해가 아니다. 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건강하게 잘 자라는 딸들에게 고맙다. 행복하게 살려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