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학교의 맛

수업은 원래 그런 거예요

20.04.22

by 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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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된 이후 욕먹는 걸 어느 정도 각오하며 지낸다. 한 사람의 성장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기에, 배움도 쉽게 성에 차지 않는다. 나는 우리 반 아이들과 학부모님들께 항상 일정 부분의 미안함을 가지고 있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전하지 못하는 때가 잦고, 가끔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인간의 의사소통이 완전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세금으로 보수를 받는 나는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러나 적정 죄책감 범위를 벗어나 악의적 왜곡과 폄훼를 일삼는 외부자에게는 단호하다. 온라인 수업은 학습 공백을 막기 위한 차선책이다. 예상하다시피 허점투성이다. 머리를 맞대고 하는 프로젝트 학습, 상대방의 의중을 읽으며 눈빛을 교환하는 토론 수업, 몇 센티미터 간격으로 공을 피하는 짝피구 활동이 힘들다.


쌍방향 수업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한계가 있다. 초등학생 22명이 동시에 접속해서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하며 필요한 말과 행동만 하기를 기대할 수 없다. 온갖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학부모와 학생을 설득하고, 양해를 구해 가며 학교의 꼴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학교뿐 아니라 삶이란 게 모자람을 채워 가며 흔들리는 과정 아니던가.


'선생님 수업 중일 때 아이들 PC엔 "곧 전투에 돌입합니다."'라는 기사가 포털 사이트 중앙에 거들먹거리고 있다. 사달이 난 것처럼 써 놓았다. 헛웃음이 나온다. 겨우 이 정도로 야단을 떠나. 학교 싫다고 툭하면 교문 나서는 애 달래기, 수업 중 낙서는 기본이요, 책상 밑으로 휴대전화하기, 펜 사이에 매니큐어 숨겨 몰래 칠하기, 중학교 일진 남자 친구 협박 전화 거절 못해 쩔쩔매는 애 구해주기. 상상력이 미치는 범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 대다수는 학교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남의 자식 앉혀 놓고 무탈하게 가르치고, 밥 먹여서 집에 보내는 거 평범한 일 아니다. 매 수업은 아이들의 관심을 붙들어 매기 위한 전투다. 기사 내용처럼 맹랑한 녀석이 SNS에 자기 게임하는 장면 캡처해서 올렸으면 전화 한 번 하면 된다.


"욘석아, 다 보고 있다. 빨랑 들어와라."


아마 그 사이 다른 녀석이 또 다른 딴짓을 할 것이다. 그럼 문자 넣고 메시지 보내서 주의 주면 된다. 말을 안 들으면 어떡하냐고? 한 번에 듣는 게 이상한 거다. 계속 다양한 경로로 접촉하는 수밖에. 기자님아, 수업은 원래 그런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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