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음식으로 허기를 달랜 지 언 두 달. 복음이 내려왔다. 4월 27일부터 급식 재개, 영양 선생님 쪽지를 읽자마자 환호성을 질렀다. 누가 보면 코로나19가 종식된 줄 알았을 것이다. 곧장 식단표를 인쇄했다. 프린터가 토해낸 따끈따근한 종이를 깔고 형광펜을 쥐었다. 얼마만의 메뉴 탐색인가. 책 목차를 훑듯 전체 메뉴를 스캔한 뒤 세부 메뉴로 넘어간다. 역시 만족스럽다. 5대 영양소 치우침 없이 꽉 찬 식단이다.
사실 4월 16일 온라인 개학 이후 급식이 나올 줄 알고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급식실은 조용했다. 학교급식법이 의무교육 대상자에게만 급식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긴급 돌봄에 참여하는 학생이 있어 27일부터 급식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들었다.
급식표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반에 애들이 있었다면 같이 보면서 좋아하는 메뉴 고르기 놀이를 했을 텐데, 오늘은 혼자 형광펜 뚜껑을 열었다. 4월 27일 월요일, 오삼불고기와 오렌지에 하이라이트 표시를 한다. 화요일은 돼지갈비찜과 딸기를 고른다. 마지막으로 특식 데이 수요일은 비빔밥과 닭다리, 참외에 노란색을 입힌다. 초등교사로 살기에 최적화된 식성이다. 애들이 먹기 싫어하는 음식은 나도 먹기 싫다. 의도치 않게 공감대 형성에 성공한다.
반에 잘 먹는 애와 둘이 마주 앉아 오삼불고기 먹는 상상에 빠진다. 조리원 아주머니가 오늘은 특별히 더 얹어 주신 것 같다며 흐뭇해하는녀석을 귀엽다는듯 바라본다. 나는 광대뼈를 승천시키며 여유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