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치과진료가 있어요. 2, 3교시 수업은 못 들을 것 같은데 저녁쯤에 들어도 괜찮을까요?"
"네 어머님 알겠습니다. 병원 잘 다녀오세요."
이런 문자를 받으면 죄송한 마음이 든다. 온라인 개학 시스템이 온라인의 장점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이었으면 병원에 가느라 수업을 듣지 못하니 교사의 양해를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 수업은 언제라도 접속하여 과제를 수행하면 된다. 학부모님께서 내게 문자를 보내신 건 출석과 과제로 매일 압박하는 담임의 탓이 크다. 이건 온라인 학급을 꾸려가는 나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현재 네이버 밴드에 개설된 사이버 학급은 오프라인 학교와 운영 시스템이 같다. 매주 금요일 주간 학습 안내장이 나간다. 요일별, 시간별 과목과 학습내용이 나와 있고 준비물을 함께 소개한다. 수업 영상과 과제는 학교 시정표와 동일한 시각에 올라온다. 쉬는 시간도 다르지 않다.
학생의 입장이 되어 하루 일과를 그려본다. 오전 아홉 시, 출석 체크를 하라고 알림이 뜬다. 밴드에 접속하여 'V' 표시를 누른다. 이십 분 뒤, 1교시 수업이 새글로 등장한다. 15분 내외의 영상을 시청하고 숙제를 한다. 걔 중에는 만들기나 그리기, 댓글 달기 같은 귀찮은 작업이 섞여 있다. 10시부터 10분 간 쉬고 2교시 영상을 본다. 집에 있다 뿐이지 학교와 다를 바가 없다.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허용된 만큼 쉬고, 잔소리 퍼붓는 담임 선생님이 있다. 그저 족쇄가 풀리는 약속의 세 시만을 기다릴 뿐이다.
위 방식은 어른에게 매우 익숙하다. 관리하기 편하고, 변동성이 적다. 아이들을 규격화된 시간에 공부하게끔 강제함으로써 어떤 가시적인 형태로 쟤가 공부하고 있구나 하고 안심한다. 누가 얼마나 성실하고 열심히 참여하는지 감시하는데 적합한 운영 방식이다.
기왕 온라인 학기라는 제도를 실험하고 있으니 상상력을 발휘해 본다. 하루치 또는 일주일치 학습내용과 과제를 한꺼번에 올린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올라오는 출결 검사 따위는 없고 오로지 과제 수행 여부와 그 수준만 따진다. 출석은 기한 내 과제물 제출로 인정해준다. 학생은 원하는 시간에 수업을 듣고 과제에 집중한다. 오전 열 시에 도서관에서 책을 뒤지거나, 오후 두 시에 영화관 팝콘을 먹고 있을 수도 있다. 목표치에 도달하기만 한다면 그 이외의 요소는 자율에 맡겨둔다. 이런 환경이라면 학부모님께서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야 하는 이유로 애써 담임에게 메시지를 넣지 않으셔도 된다.
그러나 현실은 하루에 두 번 있는 출석 점검을 하나로 줄이지도 못한다. 뻔히 과제물 댓글이 게시물에 줄줄 달려 있어도 출석 체크 게시물에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빨리 하라고 전화를 돌린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담임들이 원해도 위에서 허락지 않는다. 확실한 통제와 무결점 통계를 원하기 때문이다. 공무원 사회는 불확실성을 기피하며 규정과 감시를 옹호한다. 말을 듣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고, 올바른 질서와 조직 문화를 해치는 자로 간주한다.
애 둘 딸린 겁쟁이 아저씨인 나는 현실에서 출석이나 쪼고 있다. 하루에 두 번, 문자하고 전화통 울려가며. 튀면 찍힐 게 귀찮고 두려워 어지간한 건 시키는 대로 하고 산다. 매월 17일 월급이나 세어 가면서 비겁하게 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