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녀석이 수업을 짼다. 아직 온라인 개학 이 주도 안 지났는데 주기적으로 불성실을 실천하고 있다. 패턴은 단순하다. 아홉 시 출석체크를 누른다. 1교시를 듣는다. 과제를 하지 않는다. 2교시를 듣지 않는다. 이후 잠적한다. 첫 주에는 수업 참석 여부와 동영상 진도율이 모두 표시된다고 은근히 압박했다. 순순이 말을 들었다. 한 시간도 되지 않아 과제 등록 알림이 떴다.
주말이 지나자 약발이 떨어졌다. 둘째 주부터는 내가 전화하고 문자 하는 빈도가 높아졌다. 그런데 담임이 직접 집에 갈 수 없다는 걸 아는지 대답만 "네" 하고는 끝이다. 과제도 제출 안 하고, 수시로 잠수를 탄다. 수업이 너무 어렵나? 나는 수업 영상을 반복해서 다시 듣는다. 문자는 문자대로, 음성은 음성대로 잘 안내한 것 같은데... 한 발 물러나서 설명이 복잡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과제를 한 두 가지로 줄이고, 유머를 섞어야겠다는 다짐을 며칠 째 하고 또 하는 것 같다.
담임이 너무 자주 전화하면 위협으로 느끼거나 부담스러울까 봐 밴드 메시지, 문자 메시지, 음성 통화를 골고루 섞어 접촉을 시도한다. 태평한 목소리로 금방 응답이 온다.
"수업 안 들었더구나. 과제 영상은 봤니?"
"아 맞다."
아 맞다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뭐 했냐고 물으면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고 그러고, 무슨 채널을 보냐고 물으면 모른다고 한다. 나는 녀석의 마음을 모르겠다. 그저 무기력이 음성에 묻어난다. 열흘 째 시도한 무거운 목소리는 별로 효과가 없다. 작전을 바꿔 사근사근하게 다가간다.
"이번에 과제가 뭐 냐면, 뇌구조 그리기랑 비슷한 건데 참고자료 같이 볼까?"
"참고자료가 뭔데요?"
"게시물에 올라온 사진을 좀 봐줘."
"후우- 숙제할게요."
녀석이 갑자기 다짜고짜 숙제를 하겠다며 대화를 마치려 한다. 하지만 곧이곧대로 들으면 안 된다. 과제를 읽지도 않고 제멋대로 써내거나 대답만 하고 제출 안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나는 아이의 기분을 해치지 않으려고 나름 정다웁게 대화를 이어나가려 하지만 저쪽은 벌써 말이 없다. 그래, 경상도 억양 물씬 풍기는 아저씨 말투가 달콤하지는 않겠지. 그러다 결정타가 날아온다.
"이제 그만 끊어요."
"야! ㅇㅇ 아!"
나 그래도 이 녀석이랑 잘 지내보고 싶은데, 비록 일면식도 없지만 이 아이랑 투닥거리고 싶지 않은데 찬바람이 분다. 군대에서 여자 친구랑 편지와 전화로만 연애할 때도 그랬다. 불리한 처지에 있는 자는 뇌를 짜내서라도 상대의 환심을 사야 한다. 몸 멀어지면 마음 멀어진다. 거리가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