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4
반소매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긴소매를 집어 들 수 없는 날씨다. 맨살에 닿는 바람이 산뜻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교실 문을 열었다. 화학 약품 냄새가 코를 치고 들어왔다. 군대 야외 작업 비품 창고에서 나는 냄새와 비슷했다. 등유와 페인트가 손 잡고 탱고를 추면 날 것 같은 내음. 옥상에서 방수 작업을 한다더니 그 악취가 창문 틈새를 공략한 것이다.
악취에는 환기가 답이지만 근원이 외부에 있으면 창문도 못 연다. 유일한 퇴로는 복도다. 문을 열어 두면 복도 공기가 섞여 들어와 그나마 고통이 준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복도 공기는 차악에 불과하다. 옥상에서 냄새가 내려오는 건데, 악취 분자가 오른쪽으로만 움직일 리 없다. 복도와 이어진 창으로 옥상의 냄새가 침투한다. 거기다 복도 건너편은 새 급식실 공사장, 소음과 분진이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곳이다. 한나라 군대에 포위당해 초나라 음악을 듣는 항우군 병졸의 심정이 이랬을까.
도망갈 곳 없는 나는 공기청정기를 터보 모드로 돌린다. 밀폐된 공간에서 공기청정기만 틀면 효과가 없기에 한 시간 간격으로 공기를 갈아준다. 뜨끈한 바람이 얼굴에 훅, 여름이 "안녕?" 하고 미리 인사를 건넨다. 단계별 등교 개학 계획이 나왔는데 우리 교실은 답이 없다. 옥상 방수 공사한다고 에어컨 실외기를 다 뗐다. 6월 초에 다시 달아준다는데, 머릿속에서 악몽이 재생된다. 이 더위에 스물세 명이 교실에서 부대끼면 체온 한증막이 열린다.
지금이야 청정기 터보 바람을 혼자 쐬고 있으니 상관없지만, 에어컨 없는 6월의 교실은 정말이지 자신 없다. 그런데 교육부가 만든 <코로나19 감염예방 관리 가이드북> 제2판 7쪽에는 지옥의 묵시록이 펼쳐진다.
'감염 예방을 위한 환경위생 관리 : 실내 공기 순환 방식의 공기정화장치 가동 금지'
벼룩의 간을 빼먹고, 5학년 2반의 공기청정기를 끄는구나. 열풍으로 사람 굽는 아마겟돈이 머지않았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