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이라 둘째 어린이집이 쉰다. 연가 내고 결보강 신청을 한다. 결보강은 출장이나 병가 등으로 내가 해야 할 수업을 못하게 되었을 때 다른 교사가 대신 수업을 해주는 것이다. 학습권 보장을 위한 당연한 조치다. 1교시부터 6교시까지 교감, 교무, 연구, 안전부장 등 비담임 선생님 이름을 넣는다. 그러나 실제 결보강은 없다. 내가 아홉 시부터 컴퓨터 앞에 앉아 온라인 수업과 학급 관리를 한다. 근무지가 교실에서 집으로 바뀌었을 뿐. 이유가 있다.
온라인 수업은 네이버 밴드에 개설된 사이버 학급에서 돌아간다. 우리 학년은 쌍방향 실시간 수업이 아니라 수업 영상을 탑재하고 과제를 제출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러니 결보강 명단에 들어가 있는 분들이 수업 할 필요가 없다. 수업 자료는 대개 3-4일 전에 이미 만들어져 있고, 수업 등록도 예약 기능을 사용한다. 그럼 담임은 원격 수업 동안 뭘 하느냐? 실시간 과제 피드백과 출석 독려, 질의응답, 공지사항 안내 따위를 처리한다. 질의응답이 세세하고, 각양각색인데다 소나기처럼 쏟아지기에 컴퓨터 앞을 떠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담임 계정은 나의 네이버 계정이다. 하루 자리를 비우기 위해 알려드리기에는 번거롭고 곤란하다.
이런 사정으로 나는 아침부터 세 시까지 애 간식 챙기며 키보드를 두드리고, 마우스를 클릭한다. 연가 쓴 사람의 하루라고 볼 수 없는 건 둘째치고, 결보강 란에 동료 선생님 이름을 올려야 하기에 개운치 않다.그 분들은 모두 담임을 맡지 않은 분들이고, 보직은 부장교사이다. 오늘 하루 연가 내고 연휴 기간 쉴 수도 있는데 내가 결보강으로 붙잡아두는 바람에 꼼짝없이 출근하셨다. 수업을 했건 안 했건 간에 말이다. 만일 온라인 수업의 특징을 반영해 결보강 칸을 비워 뒀더라면 어땠을까? 기존 시스템 규칙으로는 오류지만 현실에서는 오류가 아니지 않는가.
이번 노동절 나의 구호는 '결보강 없는 결보강, 빈 칸으로 비워두자!' 이다. 행정을 위해 실제를 구겨넣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