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지역 맘 카페 '00맘의 중고나라'를 탈퇴했다. 그간 아기 옷 거래하고, 책 나눔 하면서 누적된 점수로 최고 등급까지 올라갔지만 더 이상 카페에 머물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본인과 관련한 어떤 분쟁이나 구설수는 없었다. 다만 계기는 있다.
동해시 관내 외국인 원어민 교사 6명이 5월 연휴 기간 이태원을 방문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클럽에는 가지 않았고, 66번 환자의 동선과 겹치지 않았으나 해당 원어민이 소속된 학교 선생님들 모두가 자택 근무에 들어갔다. 논란이 된 것은 자택 근무 중인 교사가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냈기 때문이었다. 원어민은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고, 해당 교사도 직접적으로 원어민과 접촉하지 않았다.맘카페에서 만신창이가 된 선생님은 법적으로 자가격리 대상자가 아니므로 자녀까지 데리고 있을 의무는 없다. 그러나 카페 여론은 살벌했다. 물론 등교 개학을 앞두고 예민한 시기인 만큼 반감이 생길 수도 있다. 참기 힘든 건 원어민 교사와 학교, TALK 장학생(해외동포 대학생이며 보조교사)을 싸잡아 비난하는 카페 분위기와 굳이 공론장에서 해당 교사를 들먹이며 물어뜯는 행태였다.
확진자 발생 후 검사와 신고 절차에 응하지 않는 클럽 이용객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연휴 기간 외국인이 이태원에 가는 행위가 왜 욕을 먹어야 하는가. 그들은 젊고, 타국에서 고립되어 있으며, 외국인이 자주 모이는 장소에서 휴가를 보내고 싶었다. 방역 지침에 어긋나는 일도 아니고, 통제된 장소도 아니지 않았는가. 근무 외 시간에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사후적으로 터진 문제에 동반 책임을 져야 하나. 당시 해외 유입을 빼면 5명 안쪽의 국내요인 신규 확진자만 있었고, 여기 강원도 해안가는 수도권에서 건너 온 인파로 북적였다.
그러나 화난 네티즌은 댓글에 온통 게이, 무식한 외국인, 정신 나간 교사만 써내려 간다. 실제로 클럽에 간 원어민 교사가 몇인지, 확진자 동선과 겹치는지 알아보려 하지도 않고, 이태원에는 클럽만 있는 게 아닌데 무슨 이태원을 거대한 클럽으로 퉁치려 하고, 애꿎은 성소수자는 아무 데나 갖다 붙인다. 그 결과 이태원 클럽 다니는 게이 원어민 공교육 교사 망해라 조합이 등장한다. 편견과 혐오를 버무리고 교사 힐난 기술로 마무리한 혼종이다.
코로나19 이후 동해 망상 해변 캠핑장과 삼척 쏠비치 리조트는 만원이다. 상대적 청정 구역에다 하늘길이 막혀서 외지인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만일 쏠비치 리조트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여기 머물렀던 사람도 손가락질당해야 하나. 이태원과 쏠비치의 차이는 무엇인가. 내국인 휴양지와 외국인 성지라는 차이? 인간은 역사의 매 위기 순간마다 소수자와 약자를 먹이로 삼았다. 격앙된 군중의 관심을 돌리고, 책임을 전가하며 내부 결속을 다진다. 그러나 우리는 본능적 야만을 넘어설 수 있는 교양 민주 시민 아닌가.
오랜 기간 사회적, 물리적 거리를 지키느라 지친 사람들 마음은 이해한다. 특히나 아이를 기르는 입장에서 만의 하나라는 심정으로 조심하고 또 몸 사렸던 그간의 날들을 모르는 바 아니다. 나도 집에서 몸 비트는 애들 달래고, 남은 마스크 개수나 세고 있는 신세가 탐탁지 않다. 그래도 우리, 마녀 사냥은 하지 말자. 남을 화형대 위에 올리기 쉬우면 나도 그 자리에 쉽게 올라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