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학교의 맛

교육이란 뭘까, 고민해 보는 날

20.05.15

by 이준수


아내는 생활부장 교사다. 학교 폭력이 터지면 담임과 협조하여 보고서를 작성하고 관련 문서를 교육청으로 보낸다. 육아휴직 복직자가 맡기에는 다소 버거운 자리지만, 온라인 학기라 학생이 학교 없어 고요한 나날이 이어졌다. 그러다 첫 신고가 들어왔다. 학원과 페이스북에서 벌어진 욕설과 따돌림 의심 정황이었다. 학교 밖 사건이라 해도 117 신고가 접수되었으므로 학교 담당이다.


"오늘은 육아 시간 못 써. 여섯 시 되어야 집에 갈 것 같아. 자기가 애들 좀 챙겨줘."


두 아이를 픽업하여 집으로 오는 내내 머리가 아팠다. 고생하는 건 아내인데 골이 쑤신 까닭은 애들 싸움에 경찰서 가자는 학부모를 숱하게 봤기 때문이다. 레퍼토리는 단순하다. 무조건 내 아이는 피해자, 교사는 사건 은폐하고 덮으려는 사람으로 몰아세우기. 평소에는 점잖은 인격의 소유자도 학교와 자식, 폭력이 엮이면 극도의 방어 태세 취했다. 갈등을 헤쳐나가고, 관계를 회복하는 것도 성장이다. 맨 정신에는 이 말을 받아들일 분도 내 새끼 문제에서 쉽게 무너졌다.


경찰이나 검사 역할을 하려 들지 않나, 깡패나 동네 노는 형을 불러 사적 복수를 꾀하기까지 참으로 난감한 경우를 직간접적으로 거쳤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거나, 학교측과 의사소통이 매끄럽지 않으면 꽥 고함 치는 건 예사고.


"비싼 세금 내고 선생들 월급 주는데 학부모를 이런 식으로 대해도 돼!"


내 귀에는 "비싼 돈 내고 교육 서비스 샀는데, 고객을 이런 식으로 대접해도 돼!"로 들렸다. 나는 상점 주인이 아니고, 학부모는 손님이 아니다. 교육이 상품이 아닌 것은 당연하고. 그럼 나도 세금 내는데 내가 나를 고용하는 것이냐. 그 논리라면 아이 다 키우고 세금 안 내도 되겠네. 소심한 말트집은 속으로만 하고 일단 달랜다.


학부모와 교사는 학생의 성장을 위해 함께 애쓰고 책임을 지는 동반자다. 미우나 고우나 발 맞춰 가야한다. 머리로든 가슴으로든 얼른 뜻이 통하면 좋겠으나, 씩씩 거리며 손님 행세하는 분 앞에서 원리원칙은 마이동풍. 어떻게든 달래고, 생각할 시간을 가지며, 문자의 형태로 상황을 정리한다. 대부분의 사건은 초반의 불같은 역경만 넘기면 된다.


'흐음. 매년 위기가 있었지만 웃으며 끝냈지.'


아련히 지난날을 되돌아보는데, 아내가 귀가했다. 피해자 아이도 가해자 처벌을 원치 않고, 부모님과도 대화가 순조롭게 풀려서 평화로웠단다. 이번 기회로 아이들도 인생을 배웠을 거라나. 하마터면 주말이 우울의 늪으로 빠질 뻔 했는데 교양있는 학부모님을 만났다. 행운이 따랐다.


이름만 번지르르한 스승의 날은 없어도 괜찮다. 내가 5월 15일에 바라는 게 있다면 다 같이 교육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이다. 교사를 생업으로 삼아 가계를 꾸려나가는 사람으로서 누군가 교육을 함께 고민해준다면 감사하고 영예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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