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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둘러싼 주위가 나를 밀어낼때,

내가 무너지려고 합니다.

by 일렁

직장생활을 한지가 벌써 20년이 넘어갑니다.

20년쯤 지나고 보니, 나를 둘러싼 주위분들이 너를 밀어내기 시작합니다.

저는 50대 중반이 되고나니, 어쩐지 힘도 없어져서 이젠 더이상 의욕적인 일을 하기엔 늦은 나이라고 생각이 든 즈음입니다. 몇년전부터 '이젠 뒷방 늙은이야,'라고 우스개 소리를 했던 것인데, 우스개 말은 현실이 되어 너를 옥죄이는 느낌입니다.

나는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직장을 더 다닐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다수의 책에서 나를 밀어내는 사람들과는 단절하라고도 말합니다. 절교가 아니라 손절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주위에서 저를 손절하고 있습니다. 저는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고 야속하다는 생각도 들고 서운하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하고, 제일 무서운것은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는 것입니다.

의욕적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부럽고 또 부럽습니다.

어디서 언제 어덯게 내 주위가 나를 손절하였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저절로 주위분들을 원망하게 됩니다. 돈이 걸리고 권력이 걸리는 일이니 이렇게 손절당한 것 같아서 정말 억울합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돈과 권력이 걸리면 다들 그러는 것일까?라고 했을 때, 다들 그러지는 않는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보니 제가 더욱 안되어 보입니다. 다들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닌데 왜 나만 이런 환경이 처하게 되었는지 억울하고 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보다도 그냥 의욕이 없습니다. 20년이상이나 다닌 직장인데 더 다녀야 하는지 의문도 들고 더 다니고 싶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하고 있는 일들도 있어서 게속 다니기는 해야 합니다. 이 막막함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글을 써 봅니다. 이렇게 글을 쓰다보면 제 잘못을 알게 될 것이고 그러면 지금부터라도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이 보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존중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두마음으로 제 주변 사람들을 대해야 하겠습니다. 다가오는 분들도 이렇게 대해야 할 것 입니다. 덕분에 라는 말을 자주 쓸 생각입니다.

그리고 지난 시간들을 털어보려 합니다. 제 마음에서 털어내고 싶기도 하고 제 시간에서 덜어내고 싶기도 하고, 그리고 제 열정에서 덜어내서 힘을 빼고자 합니다. 힘이 들어가면 경직되고, 그러다보면 무리한 반응을 하게 되어 자신을 갉아먹는 일을 하게 될테니깐요.

돈과 권력이 엉켜 손절된 관계가 대부분입니다. 돈이 얽힌 관계라고 다 잘못되는 것은 아니지요. 다시 생각해봅니다. 돈과 권력이 얽히면 다 잘못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내 스스로 생각하기에 잘해주고 마음을 다해 대했는데 배신감이 들었을 때 그 사람에게 제가 못나게 군적이 있었습니다. 나도 잘되고 싶었는데 옆사람이 잘되어 서운한 마음을 비친적이 있습니다. 별 관심주지 않고 일했는데, 함께 일하려하니 높은 벽을 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아니다, 아마도 제가 별 관심주지 않고 일하고 있을 때 사실은 저랑 함께 일하고 싶었던 사람들일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저도 알지못하는 사이에 그들에게 어떤 좋지 않는 느낌을 가지도록 했을 수도 있습니다. 안 그렇다면 그들이 어떻게 그럴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해봐도 서운하고 의욕없고 뭔일을 할 수 있을까 막막하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직장을 그만둔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겁니다. 배부르니 그런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카르텔과 연줄은 정말로 질깁니다. 개인을 조련하고 올가메는 효과적인 네트웍입니다. 그 줄안에 있지 못하면 팽개쳐지기 일쑤지요. 인싸와 아싸가 명확합니다. 흑과 백도 명확합니다. 그럴 경우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요? 새로운 인싸를 만드는 것일테지요, 그들의 관심을 끌고 그들과 대적하기 위해서 입니다. 하지만 힘과 의욕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제가 그들과 접점을 없애는 것입니다. 접점을 없앤다는 것! 그것은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을 상당부분 내려놓는 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것이지요. 직장에 들어와서 20년동안 하던 일을 내려놓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하는수 없지요. 안될 일은 얼른 접는 편이 나을테니까요. 아닙니다. 그냥 지금까지 하던대로 꾸준히 하던일을 해나가는 일입니다. 접점이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접점이 어디인지, 그들이 그어놓은 줄이 어디까지 인지 알았으니, 묵묵히 제가 하던일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약간의 빛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함께 점심을 먹은 직장동료분께서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주택에서 살다보니 천정에서 겅중겅중뛰는 소리가 납니다. 주택 천정이니 때로는 이런저런 작은 동물들 돌아다니는 소리, 대화소리가 나곤 합니다. 그럴때마다 공포감으로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곤 했습니다. 눈으로 볼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 상상을 할수밖에 없었습니다. 천정에 난 작은 문에 고개를 내밀고 천정안을 들여다 보곳 싶지만 그보다 두려운 마음이 앞서서 그렇게 한적이 없습니다. 바로 이틀전에도 천정에서 그런소리가 났습니다. 오랜만에 나는 소리라서 다시 귀를 세우고 들었습니다. 이내 겅중겅중 소리를 내며 달려갔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동료분께 말씀드렸더니 방책을 알려주셨습니다. 새벽녁 어스름지기 시작할 때, 천정안에 고개를 내밀고 후레쉬를 켜고 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디에 구명이 있는지 보일 꺼라고 합니다. 혹시 들어온 동물도 볼 수 있을 것이라 합니다. 그런데 제가 얼굴을 내밀면 그 동물은 깜작 놀래서 사력을 다해 도망칠 것이라고 합니다. 동물이 도망치고 난 후, 확인한 구멍을 메우면 끝이라 합니다. 구멍을 메우는 데는 폼을 쏘아주면 된다고 합니다.

아아, 구멍을 찾는 것이구나, 그런데 무엇보다 우선 내 맘속의 두려움을 몰아내야 하는구나! 그래야 빛이 보이는구나.

이렇게 쓰고 보니 대강 가야할 곳의 빛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마음을 잡고 그 빛을 보고 걸음을 내딛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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