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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일3

벌써 한달+5일째 계속되는 내란의 날에

by 일렁

어렸을 적 계엄을 겪은 적이 있다. 그때는 그저 좋았다. 평상시와 다르게 이상한 기류가 흐르는 게 불안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휴교라서 좋았다. 학교에 가니 떡하니 교문은 닫혀있고 닫힌 교문에 휴교라고 씌여있었다. 휴교라니, 꿈인가 생신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당해본 휴교였다. 엿튼, 왠 떡인가 싶어 이상하지만 힘찬 발걸음으로 뒤돌아 집으로 향했다. 그토록 이상한 마음에 가벼운 몸이라니! 하늘을 난다면 바로 이런 기분과 몸짓이겠지. 그시절 비행기를 타본 적도 없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엄마에게 당당하게 말했다. 휴교이니 집에 가서 자습하라는데요? 어리둥절 하는 엄마 눈을 보며 난 묻지도 않은 엄마에게 그렇게 답했다. 아! 그랬어? 그래, 밖에 돌아다니지 말고 나가도 멀리가지 말고 집 안에 있어라. 집 근처로만 슬슬 다니고. 군인 보이면 절대 가까이 가지말고 말도 걸지말고. 엄마의 말은 그 어느때보다 걱정가득했다. 살살 얼르는 어조였다. 그래, 뭐 집 근처에만 있을께요.

대문앞에 나와 앉아 보니 매일 놀던 아이들이 골목에서 숫제 열이 올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시끌시끌시끌!

집근처 친구가 없었던 나는 정말로 정말로 그 아이들이 부러웠다. 골목친구들이!


자려고 누워 습관처럼 유튜브를 보다가 깜짝놀라 일어났다. 계엄이야, 계엄이래! 티비를 켜보니 계엄선포 중계중이다. 곧바로 포고령도 발표한다. 아아! 그때 어른들은 전두환이 발표한 포고령을 알고 있었구나. 그래서 걱정과 겁이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살피셨구나! 사실 말도 함부로 하지 말라고 단속하셨다. 평상시보다 말을 좀 안들어도 그렇게 크게 혼내지도 않으셨던 것 같다.


이제 내가 아이들에게 말해야 할 시간이다. 머리속이 갑자기 멍해졌다. 아이들에게 함부로 떠들지 말라고 해야해! 밖에 나다니지 말고, 특히 캄캄해지기 전에는 꼭 집에 들어와야 해! 사람들이 시비를 걸어도 그냥 묵묵히 듣고 휘말리지 말아야 해! 군인을 피해야 해! 군인이 돌아다니는 세상이 될테니...눈 앞에 뭔일이 일어나더라도 맘을 굳게 먹고 당황하지 말고. 두 눈을 질끔 감고 침착하게 그 자리를 벗어나도록!

아아아! 계엄상황에서 세상은 입 닫고, 눈 감고, 그리고 귀 막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었다. 자유도 평화도 없는 얼음같은 차가운 세상! 생기없고 희망도 없는 세상! 군인들 세상이 될 것이니 살고자 한다면 그들을 피해야하는 세상이었다. 그러다가 나를 잡아간다면? 기양 낙엽처럼 허망하게 떨어져 썩어가겠지. 계엄인데 개인의 생활이란 도대체 의미나 있을까?

그런 계엄이 국회의원들의 민첩한 행동으로 종료결의 되었다. 그때까지 티비를 통해 본 장면은 정말 현실인가? 싶은 세상이었다. 가상현실! 현실감 1도 없는 보라색 현실 너머 저세상 현실이었다. 유튜브로 중계되는 국회주변 상황은 정말로 아우성과 난리 그 자체였다. 야간 업무 수행할 때 쓰는 적외선 투시경을 달고 나타난 중무장한 특공대 군인들과 시민들은 몸싸움을 하고 있었다. 마치 전쟁터에 나오기라도 한 듯, 군인들은 줄맞혀 빠른 걸음으로 달려오기도, 걸어오기도, 핼기를 타고 내려와 총을 겨누며 국회안으로 밀고 들어가기도, 유리창을 깨고 국회 안으로 침투하기도 했다. 그들은 기다란 총을 들고 왔다. 도대체 누구에게 총을 쏘려고 했단 말인가! 총도 무서워하지 않는 시민들을 보며 다시금 비현실성을 실감했다. 야당 대표는 유튜브 실중계를 하며 국회 담을 넘었다. 그외 많은 국회의원들이 국회 담을 넘었다. 그리고 정문으로 통과할때도 밀고 댕기는 피말리는 몸싸움을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이 무슨 상황?! 그렇게 국회의원들은 국회에 모여 계엄해제를 의결했다. 장한 국회의원들! 지난 봄 한표를 잘 찍었구나를 실감했고 뿌듯했다.

그렇게 해제가 되었는데 지금까지도 국회를 무력화와 시민을 향해 총을 겨누라고 명령한 무리들을 단죄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아군에게 총을 겨눴으므로 반란 혹은 내란범으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들이 아직도 도처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냥 겁주려고 계엄했다고, 아무도 죽지 않았지 않냐고, 그러니 국정을 위협하는 비협조적인 이들을 위협하기 위한 경고용 계엄이었다고. 국회의원들이 국무위원들을 탄핵을 마구마구 해서 국정을 바로잡고자 계엄한 것이었다고. 별의별 해괴한 말을 하고 있다. 귀에 피날 것 같은 아무런 가치없는 말들. 이럴 때마다 사람에게 입이 있고 말이 있다는 것이 저주스럽다. 그들과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수치스럽다. 죄지은 이들은 입이 없었으면 좋겠다. 죄값을 치를때까지 그 입을 열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심지어는 내란세력을 단죄하려는 공권력을 향해 내란세력이라고까지 했다. 적반하장에 안하무인이라니... 매일매일 인간의 바닥을 보고 있다. 괴롭다. 끝이 없는 바닥을 보는 기분이란! 현기증!

국회는 정말 어렵사리 탄핵을 결의하고 헌번재판소에 탄핵을 신청했다. 국민에게 총을 겨눈자를 탄핵해달라는데 그것이 그렇게 오랜시간이 걸릴 일일까? 이런때 보면 정말 법이란 법을 잘 아는 권력자들에게는 무력해지고 만다. 그들을 옭아맬 수 있는 현행법은 없다. 헌법도 얺는 것 같다. 그들에게 법은 적용되지 않는다. 법이란 그들에게는 국민들이나 제식구 혹은 지인들을 제외한 이들에게만 적용하는 것이다. 지금 내란세력은 법위에 있다. 헌법 위에 있다. 윤리, 도리, 규범, 관습, 예절 그간 사회가 쌓아온 모든 것을 초월하는 최악세력이다. 인간의 바닥! 끝 모를 추락을 경험하고 있다. 인간을 어찌 만물의 영장, 호모 사피엔스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러고도 말이다.

어제는 두번째 체포영장이 발부되었다. 내란수괴가 숨었음직한 곳을 수색해서 체포하라는. 지난번 첫번째 체포를 실패한 후, 내란수괴는 자기 거처를 철초망과 차벽으로 단단하게 봉쇄했다. 언제 또 올지 모를 경찰과 검찰을 대비하고 있다. 특공대가 오더라도 버티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철조망과 차벽으로 경계를 쌓은 내란 세력에게 말하고 싶다. 부디 그 안에서 나오지 말라고. 그리고 월급으로 생활하는 생활형 경호원들을 볼모삼지 말라고, 가여운 그들을 방패막이로 쓰지 말라고.

더이상 내란에 휘둘리는 나라가 될 수 없다. 내란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하루빨리 내란수괴를 진압해야 한다. 국민에게 총을 겨눈자들은 반드시 처벌받고 박멸되어야 한다. 다시는 그런생각을 하는 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확실하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

1980년도 광주에서 계엄군을 보내 선량한 사람들을 죽인 전두환 내란수괴는 그러고도 대통령이 되어 배불리 살았고, 발포를 안했다고 발뺌했으며, 수감중에 사면을 받고 끝까지 추징금도 내지 않았으며, 고래등 같은 집에서 호위호식하며 살다 늙어죽었다. 이런 나쁜 선례 때문에 오늘날 이런 계엄과 내란사태가 일어난 것 같다. 나쁜 선례는 한번이면 족하다. 내란수괴, 국민에게 총을 겨눈자에게 두번의 사면은 없다. 총을 겨눈자를 용서하고 사면해주면 후대에 선례가 된다. 권력에 취해 영구집권을 바라볼 때, 계엄과 내란은 필수다. 영구집권은 결코 헤어나기 어려운 달콤한 유혹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아니 우리모두에게 엄청난 유혹이다. 우린 그런 인간이다. 편하게 욕심껏 욕심을 채우고 싶어하는 족속, 너무나도 욕망에 약한자들이다. 그러니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 않도록 법과 벌로 빗장을 채워야 한다. 사면하고 호화스럽게 살도록 하고 대대손손 부귀영화를 누리도록 해서는 안된다! 욕망을 부추키는 일이다. 제발 시험에 들지 않도록 해 주소서!

내란수괴는 제 눈에 거슬리는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특수군인들에게 북한군의 복장으로 변장하고 이들을 없애라고 했다. 국회의원을 모조리 한곳에 가두려 했다.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을 가두고 고문하려고 했다. 법원의 판사들을 끌고가서 가두고 고문하려 했다. 북한에 무인기(드론)를 평양 상공에 보내 북한 도발을 유도하려했다. 서해 경계선 너머 총포를 쏘아 북한을 자극하고자 했다. 북한에 HID를 투입해 전쟁구실을 주고자 했다. 아직도 얼마나 더 밝혀질 많은 것들이 있을지 모른다. 자고나면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으니. . . 끝도 없다.


전쟁이라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때 이런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제 욕심에 눈이 멀어 전쟁을 막지못했다고 말하는 편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도발해서 어쩔 수 없이 우크라이나는 약소국임에도 불구하고 영토를 지키기 위해 전쟁으로 맞섰다는 편이 서로 팽팽했다. 그때, 외신은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임기를 연장하고 미국의 자극에 호응해서 전쟁에 응했을 가능성을 전하고 있었다. 젤렌스키는 얼마든지 외교로 막을 수 있었는데 덜컥 전쟁이라는 패를 집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러시아를 편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크라이나에 전쟁물자와 자금을 대주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도록 지원하는 미국을 보며 세계 각국은 미국을 더이상 약소국을 돕는 정의로운 강대국이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아직도 전쟁은 진행중이고, 젤렌스키는 대통령이며, 젤렌스키와 그 주변 집권층은 많은 물자를 챙겨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자가 되었고, 미국은 여전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고 있으며, 덕분에 미국 민주당은 정권을 공화당에 넘겨주어야 했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상당부분 영토를 빼앗겼으며, 우크라이나 군인들과 민간인들은 끝도 없이 죽고 있다. 죽어나가기는 러시아도 매한가지다. 이 상황에서 이득을 보고 있는 이가 누구인가를 보면 이 전쟁의 본질을 알 수 있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젤렌스키가 자국을 지키기 위해 전쟁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미국이 전 세계 정의를 지키는 강대국이라고도 말하지 않는다. 죽어나간 국민과 빼앗긴 영토가 그 나라의 현실이다. 미국은 전쟁으로 경직된 셰계 속에서 수출로 달라를 쓸어모았다.

우크라이나 처럼 강대국 옆자리에 위치한 약소국들은 서로 대동소이하다. 우리나라도 꼭 그런 위치다.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나라들을 보라! 일본, 중국, 러시아, 멀리는 미국도 우리나라를 보고있다. 일본을 믿을 것인가! 미국을 믿을 것인가! 그들을 믿고 북한과 전쟁을 하게 되면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아마 우크라이나에 남한을, 젤렌스키와 집권층에 내란세력을 대입하면 되리라. 쉽게 훤히 그 진행과 결론을 상상할 수 있으리라. 막강한 무기를 지녔고 세계 최강 미국이 우방국이고, 2년새 막역해진 일본이 우리편이어서 북한을 아니 북한과 북한 우방국들을 쉽게 때려 부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두말할 것도 없는 오판이라는 것을 우크라이나 전쟁의 현실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젊은이들은 죽어나갔을 것이고 최첨단 공격으로 전국 방방곡곡이 불바다가 되었을 것이며,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 민간인들은 상당부분 폭격으로 저세상에 갔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처럼 말이다. 비참한 하루하루가 지속되었을 것이며 피붙이를 잃은 슬픔으로 단장의 오열이 전국을 들썩이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응원봉을 든 의병들이 쏟아져 나올 수도 있다. 근데,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대량학살이 가능한 최첨단 무기가 있는 시대다. 불바다에서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다. 전쟁에 정의가 무엇이 남는다는 말인가! 무기앞에 우리 모두는 바람앞의 등불일 뿐. 전쟁을 하지 않는 것이 정의고 선이다.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실리를 챙기는 영리한 외교를 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계엄을 해제했고, 내란을 하루빨리 끝내기위해 전국민이 날마다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제 정말 내란을 끝내야 한다. 아이들에게 꽃길로만 이뤄진 미래를 약속해주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자유와 평화라는 탄탄한 토대로 이뤄진 세상은 물려줘야 하지 않을까? 하루바삐 그들의 내란을 끝내줘야 한다. 자유와 평화를 짓밟고 전쟁도 불사하려는 무리들을 찾아내 철저하게 사회와 격리시켜야 한다. 죄에 합당한 처벌로 다시는 그런 헛된 꿈을 꾸지 못하도록 해야한다. 자유와 평화를 무너뜨리는자에게 자비란 없다. 다시는 자유와 평화를 유린하지 못하도록 죄지은만큼은 적어도 벌을 받도록 해야한다. 섣부른 동정론도 금물이다. 법에 기반한 처벌 위에서서 우리는 다시는 그런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탄탄한 기초공사를 시작 해야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위치를 고려하여 강대국 속에서도 살아남는 그런 사회적 체계를 세워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그 누가 오더라도 이 체계를 흔들지 못하도록 영원히 공고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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