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주리 Aug 08. 2019

아는 사람이 한 명 없는 외국에서 살아남기 - 먹을 것

모리셔스는 ‘작은 인도’라고 불리기도 한다. 여러 민족의 이주의 역사로 만들어진 나라인 모리셔스는 인구의 약 70퍼센트가 인도계 모리셔스인이다. 그래서 모리셔스 곳곳에는 힌두교 사원도 보이고, 모리셔스 음식에서도 인도의 향기가 난다. 비록 소수이지만 중국계 모리셔스 사람들의 영향으로 현지 음식에서 중국 음식의 자취 또한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인도 음식, 중국 음식에 거리낌이 없다면 모리셔스에서 음식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 또한 접한 현지 음식 모두 입맛에 맞았다. 모리셔스의 국민음식으로는 브리아니(Briani), 달 푸리(Dholl puri)와 파라타(Farata), 민 프릿(Mine), 불렛(Boulette)을 꼽을 수 있다.     


브리아니는 원래 인도음식이다. 현재는 인도 주위의 국가뿐 아니라 중동국가에서 까지 여러 가지 버전의 브리아니를 찾아볼 수 있다. 인도식 긴 바스마티 쌀이 기본 재료가 되어 그 위에 계피, 정향, 민트, 고수, 사프란 등의 향신료 섞은 요리이다. 뭐니 뭐니 해도 모리셔스 사람들은 치킨 브리아니를 가장 즐겨먹는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무슬림, 소고기를 먹지 않는 힌두교도 이에 기독교, 불교 등 다양한 인종과 종교의 사람들이 사는 모리셔스에서는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가장 접근 가능한 고기가 닭이기 때문이다.     

 

길거리 음식인 달푸리와 파라타는 어디에서나 쉽게 파는 곳을 찾을 수 있다. 달푸리는 완두콩으로 만든 전병, 파라타는 밀가루로 만든 전병 요리이다. 여기에 취향에 따라 렌틸콩 소스, 카레, 토마토소스, 야채 소스 등을 얇게 발라서 돌돌 말아먹는 음식이다. 가격도 천 원 정도로 배는 많이 고프진 않지만 무엇은 먹어야 할 때 나의 점심을 책임지는 음식이다.     


또한 모리셔스에서 국수를 뜻하는 ‘민' 요리도 많다. 국수는 달걀면을 사용하는데, 볶으면 민 프릿(Mine frite), 삶으면 민 부이(Mine bouille)이다. 이사 때문에 휴가를 쓴 한 동료는 4일 내내 민 프릿만 먹었더니 나흘째에는 사람들 얼굴이 달걀면으로 보인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 정도로 모리셔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즐겨먹는 음식이다. 달걀면에 야채와 계란을 마늘을 넣고, 간장, 굴소스, 마늘소스를 첨가하면 완성. 가격도 2원에서 4천 원 정도로 부담스럽지 않다.     


마지막으로 나의 퇴근길 최애 음식은 불렛이다. 불렛은 불어로 작은 만두를 뜻한다. 한국으로 치면 만두와 어묵이 떠오르기도 한다. 한 개에 400원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뜨거운 국물음식이 그리울 때 퇴근길에 불렛과 육수를 사서 집에서 먹었다. 가장 유명한 불렛은 불렛 슈슈(Boulette chouchou), 슈슈는 차요테 과일을 말하는데 열대채소인 차요테는 머랄까 배의 형태에 오이의 피부를 섞어놓은 것 같은 채소이다. 모리셔스에서 꼭 먹어보아야 할 음식 중 하나이다.      


이렇게 하루하루 모리셔스 음식 익숙해지면 나도 2퍼센트 정도 더 모리셔스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직도 저녁 10시쯤이 되면 라면이 간절해지긴 하지만 말이다.


브리아니와 달푸리
민 부이, 민 프릿, 불렛


매거진의 이전글 아는 사람이 한 명 없는 외국에서 살아남기 - 입을 옷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