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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리 Feb 27. 2021

내가 불어불문학을 전공한 후 아이폰을 산 이유

프랑스어 팟캐스트 추천

사실 불어불문학을 전공으로 선택했을 때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었다. 나의 전공은 ‘불어’ 학이 아닌 불어’ 불문’ 학이라는 것. 그렇다 대학은 어학원이 아닌 학문을 배우는 곳이고 더군다나 불어불문학과에서는 프랑스어 문학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알파벳과 ‘나는 배가 고프다’ 정도만 아는 나에게 보들레르 ‘악의 꽃’이나 랭보의 ‘지옥에서의 한철’을 읽기란 불가능이었다. 심지어 한국어로 번역본을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대학교에서는 그 당시 글로벌 바람이 아주 세차게 불던 터라 원서를 읽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업도 프랑스어로 진행이 되었다. 나는 열심히 공부할 자세가 되어있는데 현실의 벽이 너무나 높았다. 그렇게 나의 프랑스어와의 사투가 시작되었다. 


대학교에서 제공하는 어학연수, 교환학생, 학교 내에 한국으로 교환학생 온 프랑스 친구들과 친해지기 등의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나의 기본적인 프랑스어 실력이 뒷받침돼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기 때문에 학교에서 듣는 프랑스어 수업을 기반으로 어떻게 하면 프랑스어 실력을 늘릴 수 있을지 고민하며 학교 수업 외 갖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프랑스어 회화를 화상으로 공부한다는 생각을 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국내에서 공부할 동안 듣기 실력을 집중적으로 높이는 게 나의 목표였다. 그렇게 해서 찾은 것 방법 중 하나가 팟캐스트 듣기였다.


프랑스어의 낯선 발음에 익숙해져서 이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당시에 외국어 교재라고는 시중에 나와있는 대화를 녹음한 CD가 전부였다. 그러던 중 스마트폰이 어마어마한 디지털 세계를 열어주었고 그중에서 아이폰은 개인도 음성을 기반으로 한 방송 자유롭게 송출할 수 있는 팟캐스트라는 플랫폼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팟캐스트를 통해 전 세계 어느 사람이 하는 방송도 바로 들을 수 있으며 라디오도 팟캐스트에 업로드되곤 했다. 이 매력에 빠져서 프랑스 팟캐스트를 매일매일 듣게 됐다. 


RMC 라디오의 상담 프로그램 Lahaie l'amour et vous

몸은 한국에 있지만 내 귀는 프랑스에 있었다. 특히나 당시 내가 즐겨 듣던 팟캐스트는 Lahaie, l'Amour et Vous (라에, 사랑과 당신)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됐던 장수 프로그램이다. 특이하게도 진행자는 브리지트 라에 (Brigitte Lahaie)라는 70, 80년대 유명한 포르노 배우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분이었다 다. 배우로 활동을 접은 후에는 라디오 진행자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프로그램은 청취자들의 연인들이나 부부의 성생활 상담이 주제였다. 


한국에서 당시만 해도 전혀 접할 수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정말 귀를 쫑긋 세우고, 항상 귀에는 이어폰, 화면은 불어 사전을 켜 두었다. 내가 궁금하고 이해하고 싶은 내용을 듣고 있기 때문에 단어 하나라도 모르는 게 나오면 재생을 멈추고 불어 사전을 찾기를 반복했다. 이를 반복하다 보니 나는 듣기가 느는 것은 물론이고, 프랑스어로 성과 관련된 모든 단어를 섭렵하기에 이르렀다. 이후에 프랑스에서 공부를 할 당시 나의 성관련 단어 수준에 프랑스 친구들이 놀라기도 하였다. 


지금은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다른 스마트폰에서도 다양한 팟캐스트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외국 팟캐스트를 듣기에는 아이폰에서는 podcast를 현재 사용하는 안드로이드 폰에서는 castbox를 사용한다. 사용하기 쉬운 팟캐스트 플랫폼에서 제목을 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럼 바로 추천 들어간다.

 


초급 : 모두 초급 분들이 들을 수 있도록 기본적인 단어들로 이야기하고 어학 공부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


Learn French with daily podcasts

Coffee break french

One thing in a french day

Learn french conversation 

Journal en francais facile



중급, 고급 : 어학공부가 아닌 프랑스인들이 말하는 속도로 이야기하고 주제 또한 다양하다.


La revue de presse internationale 

: France culture라는 프랑스 라디오의 프로그램으로 세계의 언론사의 주요 이슈를 10분 이내로 정리해 준다.


Les pieds sur terre

: 역시나 France culture의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프랑스의 사회 주제를 오디오 다큐멘터 식으로 풀어간다.


Affaires sensibles 

: France inter 라디오가 운영하는 인기 방송으로 한국으로 치면 라디오판 ‘그것이 알고 싶다’라고 해야 할까. 미스터리 사건 등을 다룬다. 저녁에 혼자 들으면 무서울 수 있기 때문에 훤한 대낮에 듣는 걸 추천한다. 


L’arnaque

: 뻬넬롭 버프 (Penelope BOEUF)라는 개인이 운영하는 팟캐스트이다. 본인을 ‘파리지엔, 싱글, 37살'로 소개하며 살면서 겪었던 특이하고 재밌는 경험을 5분 정도로 지루 할 틈 없이 이야기해준다. 


Journal d’une confinée

: 역시 뻬넬롭이 운영하는 팟캐스트로 프랑스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시작하며 프랑스를 봉쇄하면서 시작한 본인의 봉쇄 일상을 그린 팟캐스트이다.  


Transfert

: 내가 제일 좋아하는 팟캐스트이다. 한 사람의 독백으로 이루어진 팟캐스트로 자신의 인생을 바꿨던 일들을 긴 호흡으로 이야기한다. 


On est fait pour s’entendre

: RTL이라는 라디오 채널에서 운영하는 장수 프로그램으로 가족, 사랑, 일 등 우리가 흔히 궁금해하는 주제를 하나 정하여 전문가들, 청취자 전화연결과 함께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다양한 주제의 어휘, 표현을 배우기에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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