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를 처음 배울 때 가장 먼저 배우는 동사는 avoir (가지다) 동사이다. 물론 어느 외국어에서나 ‘가지다’ 동사는 여러 문맥에서 쓰일 수 있는 유용한 동사이지만 프랑스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 이유는 프랑스어는 명사를 특히나 좋아하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배) 고프다, (목) 마르다, 졸리다는 한국어에서는 각각의 동사가 있지만 프랑스어로는 아래와 같이 모두 ‘가지다’ 동사가 쓰인다.
j’ai faim 나는 배고픔을 가지고 있다.
j’ai soif 나는 목마름을 가지고 있다.
j’ai sommeil 나는 졸림을 가지고 있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굉장히 어색해지지만 이렇듯 프랑스어는 명사를 아주 좋아하는 언어이다. 따라서 프랑스어를 잘하기 위해 명사를 잘 마스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명사를 배울 때 여성형, 남성형을 같이 익히는 일이다.
영어에는 명사를 지칭할 때 a book 이렇게 부정관사 ‘a’ 한 가지의 형태만 존재하지만 프랑스의 부정관사도 남성형은 un, 여성형은 une 이렇게 두 가지가 존재한다. 모든 명사에는 여성형, 남성형이 있다. 물론 여성형, 남성형 둘다로 쓰이는 명사도 있지만 말이다. 기본적으로 명사의 끝 글자의 형태에 따라서 성을 구분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예외가 존재한다. 생물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생물의 성을 따르기도 하지만 (여자 une femme, 남자 un homme) 이 구분은 언어학적인 구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욱 편하다. 으레 이 단어는 특정한 성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반대의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예로는 난자 un ovule는 남성형이고, 남자 성기의 비속어 une bite는 여성형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우리의 뒤통수를 치는 명사들은 무수히 많다.
프랑스어의 명사의 성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명사의 성에 따라 형용사도 같은 성으로 (그렇다 형용사에도 여성, 남성형이 있다)을 일치시켜야 하고, 명사는 바르게 말했지만 성을 표현하는 관사를(영어의 a 혹은 the와 같은) 잘못 붙였다면 프랑스인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있기 때문이다.
어학연수 때 일이다. 선생님이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보라고 하여 나는 어제 점심으로 피자를 먹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는 어제 피자를 먹었어요 J’ai mangé un pizza라고 하는 단순한 문장을 선생님은 못 알아들었다. 내가 ‘un pizza! (피자요!)’라고 하니 선생님께서 그제야 ‘Ah! UNE pizza’라고 하셨다. 여성형 명사인 피자를 남성형 명사로 이야기하여 선생님이 잘 못 알아들은 것이다.
사실 외국인과 대화를 많이 해본 프랑스인이나 이해가 빠른 프랑스인이면 어떤 여성형 관사를 쓰던 남성형 관사를 쓰던 눈치로 알아듣겠지만 이를 잘못 쓰면 단어가 어색해지기 때문에 바로 이해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이를 위해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관사와 명사를 통째로 외우는 방법이다. 명사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의미 앞에 n.f. (nom feminin 여성명사) 혹은 n.m. (nom masculin 남 성명사)라고 적혀있다.
여성명사일 경우 une을 넣어서 같이 단어를 외워주고, 남성형일 경우에는 un을 넣어서 외워준다. 정관사 (le, la)를 넣어서 외우지 않고, 관사를 넣고 외우는 이유는 정관사는 첫 알파벳이 모음으로 시작될 경우 l’로 축약이 돼버려서 어떤 형의 명사인지 모를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자! 그럼 오늘부터 프랑스어로 피자는 pizza가 아니라 une pizza임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