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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리 Mar 24. 2021

우리(on)가 우리를 구원해주리

프랑스어의 동사변화

놀랍게도 프랑스어를 배우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바로 (마음의 준비들 해주세요) ‘프랑스어 배우다 보니 영어가 쉽네’라는 생각이다. 전국 영어학습자들에게 뭇매를 맞을 수도 있는 말인 걸 안다. 외국어를 서로 비교하여 쉽고 어려움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 하지만 최소한 동사변화에 한해서는 프랑스어가 더 까다롭다.


현재시제를 기준으로 ‘자다 (dormir)’ 동사를 살펴보자 영어의 경우 sleep 동사는 I, you, we, they 일 때는 원형 그대로 쓰고 she/he 일 때만 동사 뒤에 살짝 s만 붙여주면 된다. 하지만 프랑스어의 경우 아래와 같다. 


je dors, tu dors, il dort 

nous dormons, vous dormez, ils dorment 


동사원형과는 전혀 다르게 생겼을뿐더러 나, 너 (je, tu)를 제외하고는 모든 주어에 따른 동사 형태가 모두 다르다. 이 같은 동사변화가 과거, 현재, 미래에 적용되니 불어공부의 동기부여가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하지만 그래도 좌절하기 말 것! 


쓰기의 복병이었던 마지막 자음을 발음하지 않는 규칙이 오히려 말하기에서는 장점이 된다. 마지막 자음을 발음하지 않기 때문에 발음할 때는 동사 맨 뒤의 각각 s, s, t를 발음하지 않아서 결국 나, 너, 그 (je, tu, il)의 발음이 dor로 같아지기 때문이다. 


je dors, tu dors, il dort 


프랑스 사람들도 주어에 따라 계속 변하는 동사가 번거로웠던 것일까? 그래서인지 프랑스에서는 교재에서는 잘 소개하지 않지만 우리의 nous를 대신할 수 있는 on이라는 주어가 존재한다. 동사변화는 il과 동일하게 되기 때문에 나, 너, 그, 우리 (je, tu, il, on)까지 동일한 발음으로 동사변화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nous 보다는 보다는 덜 격식적으로 사용되는 주어이지만 일생생활에서는 오히려 nous 보다 더 많이 사용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동사변화가 직설법뿐 아니라 가정법, 접속법 등 다른 어법에 제각각으로 변하니 좌절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나의 어학연수 시절 만났던 한 불문과 오빠는 현재 프랑스 사람들 조차 잘 사용하지 않는 접속법 과거를 외우는 게 불어를 배우는 재미라고 했다. 다양한 동사변화를 재미로 받아들일지 불어공부를 포기하는 핑계로 받아들이는지는 우리의 마음먹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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