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의 동사변화
놀랍게도 프랑스어를 배우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바로 (마음의 준비들 해주세요) ‘프랑스어 배우다 보니 영어가 쉽네’라는 생각이다. 전국 영어학습자들에게 뭇매를 맞을 수도 있는 말인 걸 안다. 외국어를 서로 비교하여 쉽고 어려움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 하지만 최소한 동사변화에 한해서는 프랑스어가 더 까다롭다.
현재시제를 기준으로 ‘자다 (dormir)’ 동사를 살펴보자 영어의 경우 sleep 동사는 I, you, we, they 일 때는 원형 그대로 쓰고 she/he 일 때만 동사 뒤에 살짝 s만 붙여주면 된다. 하지만 프랑스어의 경우 아래와 같다.
je dors, tu dors, il dort
nous dormons, vous dormez, ils dorment
동사원형과는 전혀 다르게 생겼을뿐더러 나, 너 (je, tu)를 제외하고는 모든 주어에 따른 동사 형태가 모두 다르다. 이 같은 동사변화가 과거, 현재, 미래에 적용되니 불어공부의 동기부여가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하지만 그래도 좌절하기 말 것!
쓰기의 복병이었던 마지막 자음을 발음하지 않는 규칙이 오히려 말하기에서는 장점이 된다. 마지막 자음을 발음하지 않기 때문에 발음할 때는 동사 맨 뒤의 각각 s, s, t를 발음하지 않아서 결국 나, 너, 그 (je, tu, il)의 발음이 dor로 같아지기 때문이다.
je dors, tu dors, il dort
프랑스 사람들도 주어에 따라 계속 변하는 동사가 번거로웠던 것일까? 그래서인지 프랑스에서는 교재에서는 잘 소개하지 않지만 우리의 nous를 대신할 수 있는 on이라는 주어가 존재한다. 동사변화는 il과 동일하게 되기 때문에 나, 너, 그, 우리 (je, tu, il, on)까지 동일한 발음으로 동사변화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nous 보다는 보다는 덜 격식적으로 사용되는 주어이지만 일생생활에서는 오히려 nous 보다 더 많이 사용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동사변화가 직설법뿐 아니라 가정법, 접속법 등 다른 어법에 제각각으로 변하니 좌절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나의 어학연수 시절 만났던 한 불문과 오빠는 현재 프랑스 사람들 조차 잘 사용하지 않는 접속법 과거를 외우는 게 불어를 배우는 재미라고 했다. 다양한 동사변화를 재미로 받아들일지 불어공부를 포기하는 핑계로 받아들이는지는 우리의 마음먹기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