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를 배우기 위해 어학연수를 결심했다면 그다음 고민은 어느 도시에서 공부할까 하는 문제일 것이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내가 스펀지 같은 아이가 된 것 같이 모든 걸 따라 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학습자들이 가장 표준이 되는 말을 배우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프랑스어의 표준이 되는 곳은 어느 도시일까?
프랑스에서 가장 흔히 말하는 가장 ‘중립'적인 발음을 하는 도시는 투르(Tours)이다. 고성으로도 유명한 투르는 가장 표준 프랑스어로 간주될 수 있는 증거들이 16세기서부터 발견된다. 18세기 프랑스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알프레드 드 비니 (Alfred Victor de Vigny)는 투르 사람들에 대해 아래와 같이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들의 말은 가장 순수한 프랑스어이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억양이 있지도 않다. 프랑스어의 요람이 여기이다.
투르가 프랑스어의 요람이 된 이유에는 지리적인 요인이 크다. 중부에 위치한 투르는 동쪽에 인접한 국가들과 멀기 때문에, 독일과 인접한 알자스 지방과, 스페인과 인접한 지중해 지역의 다른 언어로부터 덜 영향을 받았다.
또한 투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여러 중세시대 고성일 것이다. 15세기 루이 11세가 투르에서 살면서 투르는 프랑스의 수도 역할을 했다. 이러한 이유로 지적, 정치적 문화가 발달하면서 언어까지 풍성하게 만들어 준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실질적으로 파리와 투르의 억양이 크게 다르지 않다.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라디오, 텔레비전, 사전의 보급을 통해 프랑스어가 전반적으로 통일되었기 때문이다.
한국도 서울과 멀수록 억양이 세지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도 남부에는 특유의 억양이 강하게 남아있다. 마르세유와 같은 남부 도시를 여행할 때면 가끔 강한 억양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어려웠던 적도 있었다. 그런 이유로 프랑스어를 처음 배우기 위해 어학연수를 가는 친구가 있다면, 억양이 강한 남부에서 처음 프랑스어를 배우는 것을 추천하진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모두가 똑같은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걸 상상하면 지루하다. 다양한 억양으로 구사되는 프랑스어, 지역에 따라 시간에 따라 변하는 프랑스어, 그게 바로 언어의 매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