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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리 Jul 10. 2019

누구나 모리셔스인일 수 있다

모리셔스에 와서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 비해 가장 편했던 점은 내가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아프리카에는 아랍 사람들이 주를 이루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는 흑인이 주를 이룬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를 가나 왜소한 동양 여자인 나는 주목을 받기 마련이다.     


아시아 사람을 볼 일이 드물어서 그런지 아프리카에서는 사람들이 나의 나이를 잘 가늠하지 못해 대부분의 경우 원래 나이보다 5살에서 많게는 10살까지 적게 본다. 또한 보통은 중국사람으로 본다. 중국인들이 아프리카에 굉장히 활발히 진출해 상업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모로 많은 주목을 받기 때문에 지나가면 ‘니하오’를 따라오면서 외치는 건 물론이고 제키찬 친척이냐고 물어보는 건 아프리카에서 익숙해져야 하는 관문 중 하나이다.      


하지만 아프리카 동부 인도양에 있는 이 작은 섬 모리셔스에서 그런 번거로움이 없다. 인도계 모리셔스인이 60퍼센트 이상으로 주를 이루고, 프랑스계, 아프리카계 (크레올), 중국계 모리셔스인 등 인구적으로 다양하기 때문이다.     

 

처음 모리셔스가 포르투갈 사람들에게 발견됐을 때는 섬은 새들의 천국이었고 거주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이렇게 다양한 인종은 이주 역사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프랑스의 식민지였을 때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사탕수수를 재배하기 위한 노예로 아프리카 사람들이 모리셔스에 정착하기 시작했고, 19세기에 영국 식민지로 바뀌면서 영국의 또 다른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사탕수수를 재배하기 위해 대거로 인도 노동자를 들여왔다. 중국에서도 한족의 한 계열인 하카 민족 사람들이 이주했다.      


이렇게 다양한 인종이 함께 살고 있는 나라기 때문에 나 또한 외모로만 봐서는 외국인인지 알지 못한다. 더더욱 프랑스어로 이야기를 하면 모리셔스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가 현지어인 크레올어를 이해하지 못할 때 그제야 ‘모리셔스 사람 아니었어요?’라고 되묻는다.      


한 번은 회사 동료들과 밥은 먹는 자리가 있었다. 각각 인도, 소말리아, 말레이시아에서 온 동료들이었다. 이렇게 한국인 나까지 네 명 이서 모여 이야기를 나누니 모두가 모리셔스에서 ‘외국인’일 걸 알아채지 못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당신이 어떤 인종이던 모리셔스에서는 당신도 모리셔스인 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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