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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작가 Aug 16. 2022

나는 도도함보다 다정함이 좋다.

출근길에 길가에 핀 두 송이의 무궁화를 보았다. 순백의 하얀 무궁화였다. 무궁화꽃은 분홍색, 보라색, 자주색 등으로 다양한 색을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흰색 꽃이 오늘 날씨처럼 화창하고 맑은 깨끗함과 잘 어우러져 있다. 나는 이들 무궁화를 보면서 한 가지 생각에 잠겼다. 무궁화 두 송이가 각각 나에게 다른 말을 하려는 것 같다. 한 송이는 주변의 시선은 자신과 무관한 듯 고개 들어 하늘만 바라보는 도도함을 보이고, 다른 한 송이는 나와 눈을 맞추면서 다정하게 웃고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도도함'을 부정적으로 표현한다. 내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사전적 의미를 보더라도 '도도하다.'라는 표현은 '잘난 체하며 주제넘게 거만하다.'라는 뜻이 주로 활용된다. 그래서인지 자존심이 세서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을 "도도하다."라고 한다. 도도한 사람은 자신을 너무 사랑한다. 남에 대한 배려보다 자신이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보다 자신이 더 낫다고 생각하며 완벽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도도함이 심하면 나르시시스트가 될 수도 있다. 


어찌 보면 무궁화는 도도한 꽃이다. 우리나라의 국화이며, 영원토록 아름답다는 뜻을 지닌다. 주로 이른 새벽에 피고 저녁에 지며, 며칠이 지나면 먼저 핀 꽃은 떨어지고, 새로운 꽃이 뒤를 이어 피어난다. 영원히 피고 또 피어서 지지 않는 꽃이다. 우리나라에서 무궁화를 볼 수 있는 시기는 7월부터 10월까지이다. 약 100일 동안 우리에게 그 자태를 뽐낸다. 또한 무궁화는 생명력이 강해서 환경이 안 좋은 조건에서도 잘 번식한다.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으니 도도할 만하다. 


반면, 내가 아침에 본 한 송이 꽃은 너무 다정했다. 나는 도도함보다 다정함이 좋다. 다정한 무궁화꽃의 미소가 내 맘을 더욱 사로잡는다. 다정함은 마음을 너무나 포근하게 한다. 다정한 사람과 있으면 차갑던 마음도 녹아내린다. 다정한 눈빛은 맑고 깨끗하며 따뜻하다. 마치 오늘의 날씨처럼 비가 갠 이후 맑은 하늘을 보는 것과 같다. 도도할 수도 있지만 다정함을 나에게 표현해 준 무궁화가 너무 고맙다. 


다정함은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강력한 힘을 주기도 한다. 듀크대학교의 교수이면서 진화인류학, 신경과학과 교수인 브라이언 헤어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서는 "인류 진화의 승자는 최적자가 아니라 다정한 자였다. 적자생존은 틀렸다."라고 얘기한다. 다정함이 인류 진화의 강력한 도구인 셈이다. 콜럼비아대 정신의학과 교수인 켈리 하딩의 <다정함의 과학>에서도 건강과 행복의 비밀은 바로 다정함에 있음을 강조한다. 다정함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강력한 마법과도 같다. 이 책에 관해 추천사를 쓴 뇌 과학자, 정재승 교수도 "'다정함'은 진통제이자 치료제이며, 비타민이자 영양제"라고 했다.


아침에 보았던 두 송이의 무궁화를 내일 출근길에 다시 한 번 봐야겠다. 내일은 무궁화가 어떤 감정으로 나와 소통하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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