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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작가 Sep 21. 2022

행복은 순간이다.

2022년 9월 20일(영국 현지 시각으로는 19일),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장례식이 있었다. 9월 8일에 서거한 지 며칠이 지나서 시행하는 것이다. 하나의 시신으로 관에 들어가 있는 여왕을 생각하니 왠지 모를 허무함이 느껴진다. 예전에는 주위 사람들을 보면서 ‘늙어가는구나.’ ‘그러다가 죽는구나.’라는 생각을 대수롭지 않게 했다. 하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다른 감정으로 다가온다.      


엘리자베스 2세의 나이는 올해 96세이고, 영국 최장수 군주로 70년간 재임했다. 18살에는 자원해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고, 25살이던 1952년 2월에 왕위를 계승했다. 영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16개국 영연방 왕국과 기타 국외 영토와 보호령의 수장을 지내기도 했다. 여기에서 사는 인구만 해도 1억 2,900만 명이 넘는다. 재임 기간 총리만 해도 15명이 거쳐 갔다. 그 중이 영국인이 뽑은 가장 위대한 영국인인 윈스턴 처칠도 포함되어 있다. 이쯤이 되면 현대사와 함께 한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영원할 것 같던 사람도 세월을 거부할 수 없나 보다. 96세의 나이는 결코 적은 나이는 아니다. 하지만 한 세기를 다 못 산 셈이다. 사람의 생명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시사해 주고 있다. 나이를 먹고 죽음을 맞이하는 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다.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세상에서 가장 평등한 것은 아마도 “세월 앞에 장사 없다.”라는 우리나라의 속담일 거다.      


여러 가지 생각 중 결국 ‘사는 동안 행복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은 바야흐로 100세 시대이다. 과학의 발달로 재수 없으면 200살까지 사는 시대가 곧 온다는 얘기도 들린다. 100년, 200년이라는 시간은 어쩌면 긴 시간일 수 있다. 하지만 인류가 탄생해서 지금까지 흘러온 시간에 비하면 매우 짧은 찰나이다. 짧은 기간 동안 세상에 존재하면서 가장 소중한 것은 역시 나의 행복일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 산다.”라는 얘기를 주위에서 너무 많이 한다. 그만큼 행복은 모두가 원하는 중요한 가치이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건 행복이란 감정은 순간적이다. 아무리 커다란 행복이 나에게 오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진다. 절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그래서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라고 얘기한다. 이와 관련된 심리학 용어로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가 있다. 복권 당첨자들의 행복도를 조사하니 처음에는 크게 높아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복권에 당첨되기 전과 다를 바 없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우리가 느꼈던 행복은 시간이 지나면서 원래의 감정이 되어 있음을 이미 수없이 경험했다.   

  

행복을 자주 느끼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싶다.      


첫째는 현재에 만족하는 것이다. 행복은 한 편의 해피엔딩 영화처럼 극적으로 내게 다가오지 않는다. 현재의 내 삶에 은근하게 스며 들어온다. 현재에 만족하고 작은 것에도 감사할 때 그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인생의 마지막에 웃는 것보다 매일, 매 순간을 재미있게 사는 것이 행복이다.      


둘째, 감동을 자주 한다. 나이 들면서 웃음이 줄어드는 이유는 감동이 부족해서이다. 나는 사진 찍을 때 가끔 촬영할 대상을 못 찾을 때가 있다. 주변에 감동할 만한 대상이 없어서이다. 하지만 사진 찍을 대상이 넘쳐날 때는 그만큼 감동을 자아내는 장면이 많다는 것이다. 주변의 작은 들꽃조차 나에게 감동을 줄 때 행복은 밀려온다. 이것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된다. 신경전달물질 중 행복 호르몬인 엔돌핀의 기능보다 4,000배 높은 호르몬으로 ‘다이놀핀’이 있다. 다이놀핀은 감격이나 감동을 할 때 폭발적으로 분비된다고 한다.     


몇 해 전 ‘스물다섯 스물하나’라는 드라마가 방영된 적이 있었다.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가 인상 깊다. “스포츠가 좋은 점은 그거 아니겠냐. 이겼을 때 마음껏 기뻐하고 졌을 때 마음껏 좌절한다.” 주인공인 희도가 펜싱 연습경기에서 라이벌인 고유림을 이겼을 때, 코치가 한 말이다. 행복을 느끼는 것도 스포츠처럼 하면 된다. 행복할 때 마음껏 기뻐하자. 행복은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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