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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작가 Nov 02. 2022

행복은 지금 이 자리에 있다.

이 글은 공드린 뉴스(www.knewshop.com)에 투고하여 실린 글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꿈꾸지만, 그 행복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와 관련한 작품으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대표작인 '파랑새'가 있다. 어린 남매인 틸틸과 미틸은 행복을 찾겠다는 생각으로 파랑새를 찾아 긴 여행을 시작한다. '추억의 나라', '밤의 궁전', '미래의 나라' 등 환상적인 세상을 찾아갔지만 정작 찾으려 했던 파랑새는 없었다. 결국 파랑새를 찾지 못해 집으로 돌아왔는데, 자기 집 새장에 파랑새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행복을 찾으려고 먼 곳을 찾아 헤맸지만, 행복은 가까운 내 주변에 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된 것이다.           


행복은 언제나 우리 일상에 있다. 아침에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물 한잔과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창문 밖으로 짙어가는 가을을 느끼는 것은 참으로 평화롭다. 가족을 위해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지친 몸을 이끌며 집에 와서 샤워한 이후 소파에 앉아 있노라면 아늑하고 편안하다. 가끔 지인들과 만나 술을 기울이면서 인생에 관해 얘기하는 시간은 즐겁다. 무엇보다 내가 오늘도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시간이다. 내가 그처럼 소중한 시간을 활기차게 보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2022년 10월 29일은 대규모 참사의 날로 기억될 것 같다. 150명 이상의 사망자를 포함해 약 30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날이다. 이날, 할로윈데이를 앞두고 수많은 사람이 서울 이태원에 모였다. 코로나-19로 2020년 2월부터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근에 해제되면서 행사를 즐기기 위한 사람들이 이곳에 집중적으로 모여들었다. 사고는 밤 10시쯤 일어났다. 폭 4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 해밀턴 호텔 앞 골목에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목격자의 진술에 의하면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모여 발을 디딜 틈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이때 누군가 쓰러지고, 이 위로 겹겹이 사람들이 쓰러져서 압사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날 사망자는 대부분 제대로 꽃을 피워 보지도 못한 20~30대 젊은 사람들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내 주변에는 이 사고와 관련된 사람이 없어서 안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뜻하지 않은 소식을 들었다. 아내의 친구 조카가 사망자의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는 비보였다. 그 조카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국내에서 최고로 알아주는 기업에 2년째 근무하고 있었다. 이날은 계속 공부만 하느라 연예를 못 해서 소개팅을 하기 위해 이태원에 갔다가 안타깝게도 참변을 당했다고 한다. 소개팅했던 상대방의 이름도 사망자의 명단에 있었다.          


참으로 사람 인생은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다. 거기에 있던 사람들은 자신이 그 시간, 그 장소에서 생을 마감할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분세락(轉糞世樂)'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속담으로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가 있다. 아무리 힘들고 고생스러워도 죽음보다 사는 것이 좋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삶을 허망하게 마감한 사람들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이 글을 빌어 고인의 명복을 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틸틸과 미틸이 찾던 파랑새처럼 바로 내 주변에 행복이 있다. 중요한 건 내 마음이 행복을 만든다는 사실이다. 출근길에 사람 많은 전철에서 누군가 내 구두를 실수로 밟았을 때 누군가는 ‘오늘 재수 더럽게 없네.’라고 생각하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구두를 닦을 때가 되었군.’이라고 생각한다. 후자의 경우에는 깨끗하게 닦인 구두를 보면서 행복해 할 것이다. 행복의 크기는 저울과 자처럼 잴 수 있는 도구가 없다. 마음의 크기가 행복의 크기를 재는 유일한 방법이다. 내 주변에서 행복을 찾으려면 간장 종지만 한 크기의 마음 그릇보다 호수처럼 넓고 큰마음이 필요하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이 세상에서 숨 쉬고 살아 있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게다가 건강하다면 더 없는 축복이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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