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학교에 일찍 도착해서 교정을 거닐어 봅니다. 교정엔 꽃이 만개하고, 학생들의 웃음이 화려함을 더하고 있었습니다. 그 웃음을 보고 있노라니 불현듯 엊그제 보았던 사진 속 형의 웃는 모습이 떠 오릅니다.
돌아보면 저의 40대, 10년 동안 형과 함께 했던 시간이 많더군요. 가끔 전회하셔서 삼합 먹고 가라 하시고, 철 되면 반지방 옆 호프집에서 과메기를 맛있게 먹었었지요. 경기도 광주의 잘 알려지지 않은 닭집에서 나물을 곧바로 채취해서 먹던 기억, 형의 집 옥상에서 옻을 잔뜩 넣어서 닭 백숙을 만들어 먹던 기억 등은 지금도 선명합니다.
형은 항상 클럽의 어른이셨지요. 클럽이 혼란스럽거나 어려운 일에 처했을 때 중심을 잡아 주시던 모습은 너무나 자랑스러웠습니다. 클럽의 후배들을 하나하나 다독여 주셨던 모습은 너무나 다정스러웠습니다.
형의 사진 속 모습은 화사하게 웃고 있었지요. 참을 수 없는 고통에서 이제는 벗어날 수 있어서 일까요? 남아서 형을 보내는 마음은 마냥 웃을 수는 없었어요. 하지만 웃으며 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애써 웃음을 지어 보려 합니다.
형은 떠나는 날까지 저에게 큰 가르침을 주고 가시네요. '회자정리'라는 말은 전혀 틀리지 않나 봅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미처 준비할 시간도 없이 헤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건강하게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눈은 비록 잘 보이지 않지만, 한 잔 한 자 소중하게 추억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이 글을 써 봅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은 "부디, 좋은 곳에 가셔서 보다 더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