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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행 Oct 04. 2020

엘레판트 사원 Elephanta Caves

브라흐마, 비슈누, 시바 삼위일체 힌두 신을 모시는 사원

게이트 오브 인디아 독립문? 식민지 잔재?


이른 아침에도 아라비아 해안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태양에 달궈진 바닷물에는 벌써 고기잡이배부터 나룻배들까지 다양한 크기의 배들이 항해를 하고 있었다. 몇몇 어선들은 부두에 정착하였는데 그 부두 위로 웅장한 석조 건물이 보였다. 사람들이 몰려있는 건물은 '게이트 오브 인디아'로 인도로 향하는 문이라는 뜻이 있다. 1911년 영국의 왕이 인도를 방문했을 때 기념하기 위하여 만들었다.


우리나라였다고 생각하면 일제의 일왕이 식민지였던 조선을 방문하였을 때 그것을 기념하기 위한 게이트라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우리는 궁궐에 있던 총독부 건물이 아무리 근대 문화 어쩌고 저쩌고 하고 이웃나라가 결사반대해도 철거한 마당에 일왕 방문을 기념하기 위한 건물이 우리나라에 남아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식민지 잔재임에도 버젓이 온전하게 모습을 지키고 있고 오히려 관광지가 되어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갸우뚱하고 있으려니, 옆에서 누가 말한다. 

영국군이 인도에서 물러날 때 저 문을 통과해서 군함을 타고 돌아갔다고 해.

듣고 보니 영국의 왕이 방문했다는 것을 기념하는 문일 수 도 있고, 영국이 철수하여 마침내 식민지 지배를 끝낸 것을 기념하는 건물일 수 있겠다 싶었다. 후자의 의미라면 당연하게 독립기념을 상징하는 건물일 수 있겠다. 


뭄바이에 있는 게이트 오브 인디아


보트를 타고 힌두교 사원인 엘레판트 아일랜드로 향했다. 뜨거운 햇살을 맞고도 망망한 바다에 떠있다는 것만으로 감정이 벅차 선실로 들어가지 않았다. 갑판 위에서 바다를 보았다. 이렇게 계속 가다 보면 인도양을 건너서 아라비아 반도를 간다. 그리고 아프리카를 우회하여 유럽에도 갈 수 있는 길이다. 뒤돌아 게이트 오브 인디아를 보니 인도로 진입하는 하나의 관문으로서의 문이 위풍당당해 보였다. 식민지 점령을 끝내고 떠나는 영국 함대의 선원들은 무슨 생각을 들었을까? 미련한 욕심으로 과욕을 부린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을까, 아니면 숱한 보물을 놔두고 떠나는 심정으로 미련이 남았을까? 


엘레판타 아일랜드 선착장. 소들이 배웅 나와 있다.




뭄바이 엘레판트 힌두 사원


엘레판트 아일랜드에 도착하니 갯벌로 소들이 한가롭게 거닐고 있었다. 밭일도 도와주지 않는 소들이 무슨 쓸모가 있단 말인가 혀끝을 다시다 선착장을 지났다. 사람들을 따라 밀림 안쪽으로 들어가니 바위에 굴을 파고 만든 동굴 사원이 나왔다. 

힌두교 사원이었다. 어떻게 그 거대한 절벽 안으로 굴을 파 들어가 거대한 기둥과 조각을 남겨놓을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엘레판타 아일랜드라는 이름은 이 섬에 코끼리 석상이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했다. 기둥에는 간혹 파인 자국이 있었는데 총알 자국이라고 했다. 포르투갈 군대가 이곳을 침략하고서 사격연습을 하느라 많이 훼손된 자국이라는 것이었다. 


거대한 석굴 사원 위로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엘레판타 아일랜드 석굴 사원. 신전의 모습이 드러난다.


석굴을 찬찬히 감상하고 있을 찰나 한 사람이 내게 말했다. 

이 엘레판타의 위대한 석굴은 7세기 동안 만들어진 동굴 조각이죠.
당신이 보는 조각상은 시바신으로 파괴의 신입니다.
인도인이 섬기는 신중 가장 중요한 신입니다.


그는 일일이 나를 따라다니며 조각품 하나하나 힌두신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그는 조금 더 오른쪽으로 가더니 라마야나 신화의 이야기를 조각한 동굴이라며 안내했다. 여기 섬에는 모두 7개의 섬이 있으며, 시바 신뿐만 아니라 브라마와 비슈누 신들이 많이 있다고 했다. 힌두교는 창조와 보존 파괴의 신인 브라마와 비슈누, 시바를 모시고 나머지 신들은 모두 이 신들의 변신이라고 했다. 라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말을 들어보니 비슈누는 자애로운 신으로 이 세상에 인간이나 동물의 모습으로 오셨다고 했다. 물고기나 수사자, 산돼지로 태어나기도 했고 왕이나 군인, 스승으로 태어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스승이 바로 붓다라고 했다. 


석굴사원의 시바신


천년이 훨씬 지나서도 조각은 정밀했다. 안으로 들어가면 수 미터 크기 시바신의 얼굴이 있었다. 파괴의 신. 정면의 얼굴과 좌우로 바라보는 시바신은 힌두교에서 최고의 신으로 받들어진다. 높이도 5~6m 정도로 거대하였다. 어떻게 동굴 안에 이런 거대한 조각품이 있을 수 있는지 의아했다. 


많이 바래고 훼손된 유적들


하지만, 이런 걸작의 유적들이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인디언들은 서슴없이 부조된 조각 작품을 쓰다듬고 툭툭 쳐보기도 하였다. 같은 시기 만들었을 우리나라 석굴암은 유리벽으로 보존되고 항온항습에 조바심을 갖고 관리하는 것에 비하면 인도의 유적들은 방치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쩌면 그만큼 유적이 흔하다는 뜻 이리라. 


석굴 사원 앞 현지 관광객


산 정상에서 바라본 아라비아 해안


힌두교에서는 트리무르티라는 단어가 있다.

 브라흐마, 비슈누, 시바는 각각 다른 신이면서도 하나의 신이다. 브라흐마는 세상을 창조했고, 비슈누는 그 세상을 지켜주고 있으며 시바는 세상을 파괴한다. 각자 맡은 역할이 다르지만, 우주의 창조와 유지, 파괴는 일련의 작용으로 순환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하나의 신으로 본다. 이를 하나의 신 트리무르티라고 본다. 이런 개념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과 예수님과 성령이 하나라는 삼위일체와 얼핏 비슷하다. 다만, 힌두교의 삼위일체는 돌고 도는 순환적인 구조에서 이해되지만, 기독교 삼위일체는 종말론적 사고에서 구원과 관련 있다. 


트리무르티. 삼위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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