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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행 Sep 26. 2020

와우정사 臥牛精舍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이국적인 사찰

거대한 불두상이 있는 와우정사


처음 용인시 처인구 해곡동에 있는 와우정사에 도착했을 때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이 거대한 황금색 부처님 머리였다. 그 모습은 부처님의 신성함을 드러내기보다는 참으로 괴이했다. 그런데도 여기 외진 곳까지 동남아시아에서 온 관광객이 몰려오는 것은 바로 이 8m가 넘는 황금색 불두상 때문이라고 한다.

이 불두상은 세계 최고 불두상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으며, 머리만 8m에 이르고 황동 5만 근이 들어간 거대한 불두상이다. 전신까지 제작을 할 예정으로 완성되면 크기가 약 108m에 이른다. 불두상만 10년에 걸쳐 제작하였고 아직도 제작이 진행 중이라지만, 부처님 머리만 돌탑 위에 모셔놓은 것이 처음에는 불경스러웠다. 


우리나라에서 부처님 머리만 남아있는 경우는 자연재해든 인위적이든 불신과 분리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두가 발견된 주변에 문화재 조사를 하게 되면 불신도 발굴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오랜 세월 속에 지진이나 산사태로 몸체와 분리되었거나, 조선시대에 선비들이 숭유억불 차원으로 불상을 훼손하며 불두를 자른 경우가 많았다. 유적 발굴 중 토사층에서 발견된 불두의 사진은 보기가 무척 조심스럽다. 더구나 우리 정서상 몸체와 분리된 머리는 보기에 기분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경주 남산 약수곡 석조여래좌상 절터에서 문화재 발굴 중 발견된 불두 [문화재청 자료]

동남아시아나 인도를 들려보면 부처님 몸의 일부로서가 아닌 얼굴 자체만을 목적으로 제작하는 조각상들이 많다. 조각뿐만 아니라 회화, 공예 등의 불교미술에서도 눈을 감고 명상에 잠김 부처님 머리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불상에서 머리만 있는 경우는 대부분 불신도 어느 곳에 남아있다.
결국 잘렸다는 이야기다.


부처님을 모시는 나라에서는 호국사상 때문에 불상을 많이 만들었다. 동남아시아의 경우는 대부분 불교국가라서 서로 자신의 패권을 위하여 불상을 많이 만들었다. 그런데 그런 국가들이 전쟁을 하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그 나라를 지켜주던 불상의 목을 치는 것이다. 그러면 나라의 국력이 쇠약해지고 백성은 분열된다. 그 나라와 이 나라의 부처님이 다를 리 없건만, 그 나라의 부처님은 그 나라의 사람을 지켜주고 보호해주는 수호신이었을 뿐이다. 동남아시아 사원이나 박물관을 관람하다 보면 몸과 머리가 따로된 문화재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로 부처님의 가르침보다 권력자의 탐욕이 앞서기 때문에 저질러진 일이다.

 

경내를 걸어 다니니 담장 한편에 불두화가 화사하게 피어있다. 꽃 이름은 둥근형태의 꽃 모양이 부처님 머리 모양을 닮았다 하여 불두화로 불린다. 정원뿐만 아니라 이름 때문인지 사찰안에도 많이 심겨 있다. 

부처님  머리 모양을 닮았다 하여 불두화로 이름 붙여진 나무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와우정사


와우정사는 1970년에 남북 평화 통일과 세계의 평화를 위하여 이북 출신의 실향민인 김해근 삼장법사가 세웠다. 대한불교 중 열반종으로 삼국시대 호국불교의 정신을 이어받는다고 한다. 처음에 들렸을 때는 사찰 경내에 들어왔다는 느낌보다는 불교를 테마로 하는 공원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특히 가족단위 관람객이나 깃발을 들고 따라다니는 중국, 태국 등지에서 온 단체 여행객을 보고 있노라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용인시도 와우정사를 에버랜드나 민속촌과 함께 시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으로 소개한다. 


와우정사 경내

이곳에는 세계불교 박물관도 있다. 인도와 네팔부터 미얀마, 태국 등 여러 나라의 다양한 불상을 볼 수 있다. 또한 국내 최대의 황동 범종도 볼 수 있는데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만들어 이름도 통일의 종이다. 통일신라 시대 황룡사 종과 같은 크기로 만들었으며 88 서울 올림픽 개회식에 타종식을 가졌던 황금 범종이기도 하다.

태국 국왕의 추임 80주년을 기념해서 금동 부처상을 특별 제작하였고 그 불상을 우리나라 와우정사에 기증할 만큼 와우정사는 남방 국가에서는 불교성지로 인식하고 있다.

태국에서 기증한 부처님 상


거대한 불두상 말고 독특한 것이 경내 곳곳에 쌓아 올린 돌탑이다. 그것도 불교 성지 네팔 룸비니 동산에서 가져온 돌탑으로 스님은 분단된 남북이 하나로 통일되어 헤어진 이산가족의 맺힌 한을 풀고자 돌탑을 정성스럽게 쌓았다. 그래서 이름도 통일의 탑이다. 

통일의 기원을 담아 쌓아 올린 통일의 탑


와우정사는 대한불교 열반종의 승려 교육 기관이면서 국제 불교 교류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현재 140여 개 국가와 교류하고 있다고 한다. 

석가모니 고행상(苦行像)


근래에는 세계만불전(世界萬佛殿) 건립을 위해 세계 각국에서 많은 불상을 수집하고 있어, 여러 나라의 불상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인도, 스리랑카, 미얀마 등에서 가져온 석가모니의 전신사리와 불교의 초기 경전인 팔리어 경전과 산스크리트어 경전이 봉안되어 있다. 현재 외국에 많이 알려져 승려와 신자는 물론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사찰이다.

우리나라 각지와 세계 각국에서 가져온 돌로 조성한 탑


거대한 불두상 말고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로 특별한 부처님이 계신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져온 통나무를 통째로 조각하여 만든 누워계신 석가모니 부처님이다. 열반전에 봉안되어 있어 계시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길이가 12m에 이른다,

인도네시아 산 향나무를 통으로 깎아 조각한 목불상 와불.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


대웅보전 옆에 서있는 십이지신 조각상
미륵반가사유상과 네팔에서 가져온 돌로 쌓은 통일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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