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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행 Sep 15. 2020

엘로라 카일라쉬 Ellora Kailash

수세기 바위를 깎아 만든 힌두 성전 엘로라 카일라쉬

수세기 바위를 깎아 만든 힌두 성전 엘로라 카일라쉬


엘로라행 버스에서 차창 너머 도시 풍경을 바라보았다. 아우랑가바드는 인도 중서부, 마하라슈트라 북부 데칸 고원에 자리 잡았으며, 무굴 제국의 마지막 황제 아우랑제브의 수도였다. 

엘로라 석굴 사원은 단일 종교의 사원이 아닌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 등 세 종교가 나란히 입구를 맞대고 있는 사원이다. 우리나라 사정으로 본다면 교회와 성당과 사찰이 한 동네에서 싸움 없이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이다. 


종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 가능할까 의구심이 들 때
엘로라 석굴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없이 웅변한다. 


엘로라로 가기 위해서는 차창 너머로 바라보는 풍경

엘로라는 도심지에서 벗어난 고원에 자리 잡았다. 신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수도승들이 조용하게 은거하며 명상하고 기도를 드리는 곳으로 이용했다. 

엘로라 유적지는 5세기에서 10세기에 걸쳐 조성되었으며 12곳의 불교 사원과 17곳의 힌두교 사원 그리고 5곳은 자이나교 사원으로 지어졌다. 불교 석굴은 승려들의 수행과 참선을 위한 방과 모여서 참배하는 방으로 나뉘어 있고 굴 벽면에 부조로 여러 보살상과 불교 신화의 장면들이 새겨져 있었다.

엘로라는 거대한 바위를 깎아 만든 인도의 종교 집합 예배 사원


2km 길이의 바위 비탈면을 깎아 만든 석굴은 각 종교마다 그들의 신을 본당에 모시고 예배를 드리는 사원과 수도원 등의 종교적인 목적으로 이용되었다. 

7천 여명의 인부들이 20만 톤의 바위를 제거하여 만든 사원. 제거된 바위틈으로 바라보는 고원지대

석굴 위로 올라오니 드넓은 데칸 고원의 풍경이 펼쳐졌다. 데칸 고원은 인도에서 가장 넓은 고원으로 현무암 용암지대가 수만 년 동안 풍화작용을 거쳐 현 지형을 형성했다. 그 메마르고 광활한 풍경에 잠시 우두커니 서 있었다. 문득 엘로라 석굴사원이 아무리 수백 년의 세월을 거쳐서 인간의 노력이 있다고 하지만, 언덕 위에서 바라본 저 광활한 들판과 구릉지를 보면 인간의 불가사의한 석굴은 한낱 개미굴에 지나지 않았다. 


엘로라 석굴 사원의 섬세한 조각들을 훑어보면서 느꼈던 경외감보다 오히려 데칸 고원의 황량한 풍광을 보는 것에 더 큰 감정의 동요를 느꼈다. 신의 축복과 환희는 그 자연 속에 있었다. 천년 세월 인간의 부단한 노력은 한낮 덧없는 꿈이고 고통일 뿐이었다.


엘로라는 12개의 불교 석굴과 가운데 17개 힌두교 석굴, 5개의 자이나교 석굴이 모여있다
거대한 개미굴 같은 동굴 사원 입구

                                       


카일라사 사원(Kailasa Temple)             


엘로라 석굴의 가운데 힌두교 석굴 안으로 조용히 들어갔다. 힌두교 석굴 신전은 불교 사원보다 더욱더 화려하고 조각은 섬세했다. 신전은 760년 라슈트라쿠타 왕조의 크리슈나 1세에 의해 처음으로 건설되기 시작했다. 

바위 안 골목 밖에서 코끼리 상과 오벨리스크 상을 보았고 사자상도 보았다. 수백 년 긴 세월에 걸쳐 오로지 둔탁한 망치와 뾰족한 정으로 바위를 깎으며 이 화려한 신전을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들어보니 여기가 카일라라 힌두 신전으로 바위산을 깎아 만든 조각 중 전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했다. 그래서 각지에서 힌두교 신자들이 순례 목적으로 이곳을 찾아온다. 


아우랑가바드에서 봤던 검은 옷을 입은 순례자들과 다시 마주쳤다. 그들은 동굴 입구에서 옷을 털며 경건한 눈빛으로 조각상을 찬미하며 바라보았다. 인도 남부에서 수백 킬로를 걸어오느라 검은 머리카락에는 미처 털지 못한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았다.

힌두교 신전 카일라사(Kailasa Mount) 사원

힌두교 석굴사원 내 카일라사 사원은 파괴의 신 시바의 고향인 카일라사 산을 상징한다. 석굴 앞에는 시바 신이 타고 다녔다는 소 난디(Nandi)의 조각이 세워져 있었고, 내부에는 시바의 링감과 많은 조각상이 들어서 있었다. 카일라사 산의 꼭대기를 상징하는 탑의 높이는 32.6m로 밑에서 탑을 올려본 사람은 스스로 겸손함에 빠져들게 된다.


카일라스 사원에서 내려다본 데칸고원


인류의 위대한 스승이 태어난 인도에 싯다르타와 많은 선지자가 나올 수 있는 것은 기존의 믿음을 허물지 않고 그 믿음을 토대로 더 큰 진리를 쌓고 그 위에 더 큰 진리를 쌓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곳에 다른 신을 믿는 사람들을 억압하는 종교가 전파되었다면
켜켜이 쌓아가는 진리는 이단으로 몰려 금세 허물어졌을 것이다.
엘로라 석굴을 둘러보는 사람들

불교를 비롯한 힌두교, 자이나교의 사원 중 단연 힌두교 사원이 인기가 많다. 인도 국민 절대다수가 힌두교이니만큼 당연했다. 하지만, 처음 선입견을 가질 때 불교 석굴로 유명한 엘로라에 왜 힌두교 순례자들이 왔는지 이해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정작 그들 관점에서는 잔폐된 불교 사원을 둘러보는 내가 이해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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