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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행 Oct 17. 2020

검은 물이 흘렀던 탄천

탄천이라는 이름의 기원과 재미있는 설화

숯을 빨았다는 설화가 있는 탄천(炭川)


탄천은 용인시 수청동에서 발원하여 여러 지천과 합류되어 서울 한강으로 흐른다. 발원지 수청동은 물푸레마을로 부르기도 한다. 깨끗한 물이 흘러 물푸레나무가 집단으로 서식하여 물푸레울이라 옛날부터 불렀던 곳이다. 탄천은 순우리말로 숯내라고도 부른다. 탄천이라는 이름에는 몇 가지 얽힌 이야기가 있다. 내용은 이렇다.


하늘나라 염라대왕이 말썽꾸러기 동방삭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동방삭은 죽지도 않고 삼천갑자, 18만 년을 살아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동방삭이 18만 년을 살 수 있었던 것은 3년 고개에서 6만 번을 넘어졌기 때문이다. 이 고개는 3년 고개로 넘어지면 3년밖에 살 수 없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 고개를 넘다가 넘어지면 3년 밖에 살 수 없다는 절망감에 빠져 단명했지만, 영리한 동방석은 3년마다 그 고개에서 일부러 넘어져 3년을 더 살았고 그 횟수가 8만 번에 이르자 18만 년 즉 삼천갑자를 살게 되었다.

이에 난리가 난 저승사자는 동방삭을 잡으려고 하였지만, 동방삭이 번번이 꾀를 내어 골탕만 먹었다. 그러다 저승에 잡혀 온 또 다른 사고뭉치가 자신을 환생시키는 대가로 동방삭을 잡아 오라는 명령을 받고 그를 찾기 위한 꾀를 내었다.

사고뭉치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네로 변하여 냇가에서 열심히 숯을 씻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지나가며 무엇을 하냐고 물어보니 노인은 검은 숯을 깨끗하게 씻어서 흰색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했다. 몇십 년을 그리 하니 미친 노인이 숯을 빨고 있다는 소문이 동방삭에게까지 전해졌다. 동방삭은 십팔만 년을 살면서 모르는 게 없었지만, 그 소문이 궁금해서 직접 그 노인을 찾아가 물어보았다.  


노인장 무엇을 하고 있소?
숯을 깨끗하게 씻어서 장터에 비싼 값으로 팔려 하오.
하하! 웃긴 놈이로고.
내가 삼천갑을 살아왔어도 물에 숯을 빠는 사람을 처음 보았네.


이 말을 듣고 저승사자는 그가 동방삭인 줄 알고 잡아서 저승으로 데려갔다는 이야기다. 그때 숯을 빨았던 내천은 숯을 빨았다는 숯내 또는 같은 뜻의 한자 표기인 탄천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탄천과 삼천갑자 동방삭에 대한 설화는  최근에 창작된 이야기다. 탄천의 이름이 검은 하천이라는 뜻이 되니까 동방삭 이야기를 억지로 갖다 붙인 재미있는 이야기일 뿐이다. 전래되는 이야기를 살펴보아도 이와 비슷한 설화는 어느 곳에도 발견되지 않는다.


탄천을 건너는 징검다리


숯을 채집한 동네 탄벌과 탄천(炭川)


탄천의 진짜 이름은 어디서 기원하는가? 이는 물의 정화제로 쓰이는 숯을 이 근방에서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숯(炭)과 내(川)를 붙여서 한자로 쓰인 것일 뿐이다.

탄천이 흐르는 영장산은 남한산성의 줄기가 탄천까지 뻗어내려 온 산이다. 영장산은 신갈나무와 상수리나무 등 참나무가 울창하여 참나무를 이용하여 숯을 굽는 마을이 일찍부터 자리 잡았다. 그래서 태평동 이전 마을 이름이 숯골이었다. 조선 중기 이후에는 남한산성에 행궁이 자리 잡게 되어 이곳 주민들은 숯을 세금 대신 마치기도 했다. 또한 탄천 일대는 드넓은 들판으로 옛날부터 조선의 군사들이 이곳 벌판에서 훈련을 했다. 병사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물을 정화하거나 불을 피울 때 숯이 많이 사용했는데, 그것 때문에 탄천은 항상 검은 물이 흘렀다고 한다. 그래서 검은 숯 때문에 탄천은 항상 검은 물이었고 숯(炭)과 내(川)가 합쳐서 탄천이 되었다.


탄천을 건너는 징검다리


도시화로 검은 물이 흘렀던 탄천


탄천 따라 내려가다 물 가운데 놓인 커다란 징검다리를 건너갔다. 징검다리 사이 붕어 수십 마리가 빠른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느라 지느러미를 팔랑이는 것이 보였다. 이놈들은 사람이 오면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몰려온다. 혹시 떡밥이나 던져주지 않나 기다리는 것이 물속의 비둘기다.

 지금에야 탄천으로 가는 우수관로와 하수처리장으로 가는 오수관로 정비가 잘 되어 깨끗한 물에서만 산다는 버들치도 많이 노닐지만, 불과 수년 전만 해도 탄천은 수질이 상당히 오염되어 물속에는 붕어나 잉어만 살았다. 붕어나 잉어는 3 급수 오염된 물에도 내성이 강해 잘 살 수 있는 어종이다. 간혹 분당 시가지 내 오수관로가 파손되어 탄천에 오수가 그대로 방류되는 수질오염 사고도 종종 있었다. 그러면 어떻게 알았는지 근처의 붕어들이 떼로 몰려와 방류관 앞으로 모여들어 덩이째 동동 떠내려 오는 오물들을 주워 먹곤 하였다. 당시 탄천의 오염이 얼마나 심했는지 잠실에서 한강과 합류되면 한강 상류 팔당 지점 BOD 농도가 1.1mg/L 였다면, 탄천과 합류되는 순간 BOD 농도는 4.1mg/L로 높아져 한강 본류 수질까지 나빠지게 만들었다. 그렇게 탄천은 도시화로 인한 오염으로 검은 물이 흘렀기도 했다.


 이후 탄천 살리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실시하여 지금처럼 맑은 물이 흐를 수 있게 되면서 모래무지나 버들치까지 산다. 탄천처럼 도심지에 있는 하천은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방류하는 오염물질 때문에 방류 수질을 적극적으로 관리를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세 오염물질이 축적되어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죽은 하천이 돼 버린다. 도심 속 하천이 사람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지면 하천은 더욱더 오염되기 쉬워진다. 반면 사람들이 자주 찾아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할 수 있게 조성하면 물에 쓰레기 투기하는 것도 방지하고 자연스럽게 시민이 자연환경보전에 동참하여 하천을 가꿀 수 있는 효과도 있다. 사람도 자연도 서로 공존하며 상생한다.


탄천의 봄. 유채꽃이 만발하다.


탄천의 여름. 태평동 습지


탄천의 가을 100만 송이 코스모스길


탄천의 겨울. 눈이 쌓인 징검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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