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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행 Oct 28. 2020

그랜드 캐니언 - 인디언 토테미즘

장엄한 광경에서 오는 신성함과 인디언 신앙

성스럽고 장엄한 광경


문명이 시작한 이래 인간은 자신이 속한 자연에 대하여 무한한 외경심을 품었다. 조상 대대로 살기 시작한 터전에서 산과 강은 신령한 수호신으로서 그들 부족을 보호하고 있다고 믿었다.  자연이 빚어낸 여러 풍경 중 일상적이지 않을 장엄한 광경은 인간의 상상력을 무한히 자극하고 신이 그곳에 계실 것이라고 충분히 믿게끔 하고도 남았다. 

그랜드 캐니언은 20억 년 전 지구 상에 생명체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부터 원시 지구의 자연 그대로 모습을 간직한 땅이다.  콜로라도 강물이 수억 년 동안 빙하지대에서 평야로 흘러가며 깎아 놓은 협곡은 수십억 년 동안 쌓인 지구의 역사를 말해 준다. 


그랜드 캐니언의 협곡 양쪽의 지층별 색깔은 지구의 역사를 말해준다.


드넓은 그랜드 캐니언을 보기 위해서 경비행기를 탔다. 작은 비행기가 협곡을 따라 비행할 때마다 요동치는 바람에 심한 멀미가 왔고, 아찔한 절벽을 바라보노라니 멀미는 더욱 심한 두통을 불러왔다. 기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비행기를 곡예하듯 조종하며 협곡 사이를 지나갔다.

그랜드 캐니언의 바위 절벽은 콜로라도 강에서 북쪽으로 7km 이어져 있다. 절벽에 드러난 색깔별로 다른 지층구조는 지구의 역동적인 지각의 움직임을 심오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랜드 캐니언의 시점은 애리조나 주 북쪽 파리아 강이며 네바다 주 경계선까지 폭 0.2km에서 29km까지 총길이는 약 443km에 이른다. 이 거대한 협곡 벽면에는 붉은빛을 주류로 하여 회색, 초록색, 분홍색, 갈색 등 다채로운 색상들이 환상적으로 이어져 있다. 


협곡 사이를 누비는 비행기에서 바라본 지층 구조


협곡 밑바닥의 골짜기 구불구불한 지층은 3억 년 넘는 세월 동안 침전과 퇴적작용으로 형성되었다. 절벽 밑으로 흐르는 강물은 미국 서부를 도도하게 가로질러 가는 콜로라도 강이다. 그 강이 땅을 깎아 거대한 절벽으로 만들었다. 이는 강의 물살이 빠르고 막대한 모래와 자갈 등을 운반하여 땅을 침식하기 때문이다. 

콜로라도 강물뿐만 아니라 거센 비바람과 풍화작용은 그랜드 캐니언을 점점 깊고 넓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평탄한 대지에 이런 거대한 협곡이 생길 수 있었던 것은 이 지역이 비가 내리지 않는 건조한 기후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메마른 기후는 협곡의 벼랑이 빗물에 침식되어 허물어지지 않고 물살에 깎이는 모습 그대로 간직하며 수억 년의 세월을 버티게 하였다.


그랜드 캐니언의 깎아지는 듯한 골짜기와 그 사이를 흐르는 강물


그랜드 캐니언은 1540년 코로나도 유럽 탐험대에 의하여 발견되었다. 1800년대 초반에는 동물 사냥꾼들이 이곳을 드나들었고, 이후 미국 정부에서 이 협곡을 대대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지형과 지질, 생물 등에 대하여 조사를 마친 후 미국 정부는 1919년 이곳을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인디언 토테미즘                                       


그랜드 캐니언을 터전으로 삼는 북아메리카 인디언 부족에게 그래드 캐니언은 장엄한 풍경 이상이었다. 그들에게 이곳은 조상 대대로 신성한 땅이었다. 

유럽 탐험대가 발견하고 미 정부에서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며 보호하기 이전부터 이곳은 오래전부터 인디언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장엄하고 신성한 자연에 대하여 경탄하고 그런 자연을 사랑했으며, 그런 흔적은 그랜드캐니언 곳곳에 인디언들의 암굴 유적과 유물로 남아있다. 지금도 인근 인디언 보호구역에는 인디언 5개 부족이 옛 전통문화를 고수하며 살고 있다.  


그랜드 캐니언 인근 거친 자연환경


캐니언 인근 거친 황무지에는 인디언이 태곳적 신비함과 원초적인 모습을 동경하고 신성시한 흔적이 남아있다. 인디언들은 인간을 자연으로부터 분리하지 않았다.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거나 그렇다고 지배를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자연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였다. 푸릇푸릇한 나뭇잎이 가을에 단풍 들고 겨울에 땅에 떨어져 나무의 거름이 되는 것처럼 인간도 화려한 젊음의 시기를 보내고 단풍 들듯 성숙하게 변하고 이후 거름이 되는 나뭇잎처럼 마을에 도움을 주고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고 보았다. 


인디언들이 캐니언 곳곳에 남겨놓은 벽화 그림


인디언들은 위대한 자연에 대하여 신의 존재를 분명하게 느꼈지만, 신을 특정하게 지칭하는 이름은 없었다. 단지 '생명을 주시는 위대한 분'이나 '신비로운 호흡의 주인'으로 불렀다. 그것이 그들이 신을 대하는 방식이었다. 현대 종교처럼 특정 교주나 교리가 없었지만, 자연 만물에 모두 신이 있다고 믿었다. 예배나 묵상처럼 인디언에게도 신을 위하여 매일 아침 일어날 때 

나는 누구이고
나는 무엇이 되었고
나는 여기에 왜 있는가?

질문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잠들 때는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한다. 소박한 예배의식이다.


인디언 토테미즘 상징 - 인디언들은 이 동물을 새긴 기둥에 주기적으로 예배한다.


인디언에게 있어 자연은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인격체였다.

대지는 어머니이고, 아버지는 자연을 창조하였으며,
이 땅 위의 모든 생명체는 그들에게 있어 형재요 자매였다. 

원시적인 토착신앙으로 간주되는 인디언들의 신앙은 사실 인류의 근원에 대한 탐색에 대한 결과다. 모든 종교의 시작은 토테미즘과 토템을 인간과 연결해주는 샤머니즘에서 시작되었다. 

토테미즘은 동물이나 나무와 같은 자연물이 인간과 친족관계나 신비한 관계로 엮여 있다는 신앙이다. 사실 토템(totem)이라는 단어 기원은 인디언 오지브와족이 독수리나 곰, 수달, 떡갈나무 등 어떤 종류의 동물이나 나무를 신성시하여 토템이라고 일컫는 데서 유래하였다. 


인디언 토테미즘의 상징인 동물의 뼈


아메리카의 유럽 이주민들은 그들이 신대륙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인디언들을 그 땅에서 밀어내기 시작했다. 한때 유럽 이주민들은 미 대륙에 적응하지 못해 굶주리고 병들 때 그들을 도와준 인디언들을 '하나님이 보내준 천사'라고 믿었다. 하지만, 안정적으로 정착하게 되자 하나님을 믿지 않는 인디언들의 토테미즘을 미개하다고 생각하고 자연과 자신을 분별하지 않는 그들을 차별하였다. 마침내 인디언들의 땅을 모두 빼앗기 위해 총과 대포로 인디언들을 학살하였다. 


인디언들의 들소 사냥 그림


자신의 터전을 빼앗긴 인디언들은 미국 기병대에 맞서서 용감하게 싸웠으나 끝내 대다수 학살당하고 남은 부족들은 외진 곳으로 강제 이주당했다. 미 정부의 학살전쟁에 끝까지 싸운 인디언 부족장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크리이지 호스(성난 말)라 불린 카슈카 위트모였다. 한때 미 육군과 맞붙어 수백 명을 죽이고 승리하기도 하여 인디언들의 자존심이라고 불렸던 그는 미국 정부에 맞서 끝까지 싸웠지만, 결국 중과 부족으로 항복하고 만다. 그가 보안관에 체포되며 살해되기 전 마지막 유언을 남긴 말은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유명하다.

It is a good day to die!
(죽기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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