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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행 Oct 10. 2022

회화나무_옛일을 기억할 뿐

Chinese Scholar Tree, 槐木

회화나무

책 읽는 사람들이 가까이하던 나무


분류 

쌍떡잎식물강 > 콩목 > 콩과  

학명 

Sophora japonica L

다른 이름

槐木, Chinese Scholar Tree     



아이들과 가끔 성남시 하대원동에 있는 둔촌 이집선생의 묘역을 들린다. 둔촌 이집 선생은 고려 말 선비로 이색, 정몽주와 더불어 절개 높은 선비로 명망이 높았다. 공민왕 때 개혁을 내세운 신돈으로부터 탄압을 피해 지금의 서울시 둔촌동으로 피신하기도 하였다. 훗날 이 시절의 고난을 잊지 않기 위해 이집이 머문 마을은 은둔할 둔(遯)에 마을 촌(村)이란 글자를 써서 둔촌으로 지었다. 이집 선생의 이름이 얼마나 유명한지 선생 묘역이 자리 잡은 일대 큰 도로는 둔촌대로이고, 터널은 둔촌터널이며, 공원도 둔촌공원이다. 


성남시 향토문화재 제2호 둔촌 이집 선생 묘역


둔촌 선생 묘역 입구 공원에 회화나무 몇 그루가 심겨있다. 


이집 선생 묘역으로 가는 길 입구에 조성된 둔촌공원에는 회화나무 몇 그루를 심어 이집 선생의 뜻을 기리기도 했다. 안내판에는 

‘둔촌 추모재 입구에 높은 학식과 고상한 지절로 이름을 떨친 둔촌 선생을 상징할 수 있는 회화나무를 심어 경관을 조성하였다’

고 했다. 회화나무는 우리나라의 소위 선비마을이라고 불리는 곳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로 예로부터 과거에 급제하면 회화나무를 심었고, 관직에서 퇴직할 때 기념으로 심는 것도 회화나무였다. 만약 관직을 얻지 못했다 해도 훗날 벼슬을 얻어 출세하기 위해 회화나무를 심어 글공부할 때마다 심기일전하기도 했다. 

회화나무를 흔히 학자수(學者樹)로 부르기도 하는데, 공교롭게도 영어로도 같은 의미인 'Scholar tree'라고 부른다. 회화나무의 나뭇가지가 학자의 기개처럼 자유분방하고 수형이 의젓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형이 의젓한 회화나무는 학자의 기개를 상징한다. 

 

회화나무 잎은 깃 모양의 겹잎으로 어긋나는데, 작은 잎은 달걀꼴이다.

 

이집 선생 묘역에서 길 건너편 마을의 노인정에도 아름드리 회화나무가 기개 있게 자랐다. 높이가 17m에 이르러 멀리서도 주택 지붕 위로 회화나무가 웃자란 나뭇가지가 보인다. 족히 400년은 넘은 나이로 나무둘레가 1m도 넘어 나뭇가지는 사방으로 뻗어 주택가를 보호하듯 드리운다. 나무의 자태가 세월의 연륜을 나타내고 있어 성남 제2호 보호수로 지정된 노거수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회화나무는 느티나무, 은행나무, 팽나무와 함께 수령이 많고 크게 자라나는 대표적인 나무다. 

나무에 얽힌 유래로는 이곳이 조선시대 윤탁연이라는 선비의 선산이었으며 과거에 급제를 하자 선조 임금이 회화나무를 하사한 나무라고 한다. 마을 주민들은 그 이후 이 회화나무를 호야나무 또는 홰나무로 부르며 마을에 잡귀의 접은을 막아주는 수호목으로 믿고 있다고 한다. 

하대원동 호야노인정 앞 회화나무. 성남시 보호수 제2호.


회화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좋은 일을 가져오는 행운목으로, 중국에서는 출세의 나무로, 서양에서는 학자의 나무로 알려져 있다. 궁궐이나 양반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회화나무는 예로부터 이 나무를 집안에 심으면 집안에 학자가 나오고 부자가 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선비들은 회화나무를 보며 자유분방하게 가지를 펼치면서도 곧게 솟아오르는 나무를 보며 학문에 정진하였다. 혹시나 이사를 가게 되면 회화나무를 가문의 상징으로 여겨 회화나무 씨앗을 이삿짐에 같이 넣어 챙겨가기도 했다.

천 원짜리 지폐에도 율곡 이이 선생과 서원 지붕 위로 꽃을 피운 나무도 바로 회화나무다. 

회화나무는  콩과(科)에 속한 낙엽 활엽 교목. 높이는 25미터 정도이다.


회화나무는 궁궐과 서원, 문묘 등 지체 높은 분이 있는 곳에 심었기에 일반 백성들은 감히 집 근처에 회화나무를 심을 수 없었다. 대신 마을 어귀에 회화나무를 심어 잡신을 쫓고 마을을 지키는 수호목으로 삼았다. 그 이유는 회화나무는 한자로 괴목(槐木)이라고 하는데, 귀신을 쫒는 꽃이라는 뜻의 한자 괴화(槐花)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괴'자의 중국 발음이 ‘회’와 비슷하므로 회나무가 되었다가 회화나무로 불맀다. 회화나무가 발음이 쉽지 않아 회나무 또는 홰나무로 부르고 서산 지방에서는 호야나무(천주교 성지 해미읍성의 호야나무가 회화나무다)라고 부르기도 한다는데, 이곳에도 회화나무를 호야나무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아 사투리라기보다는 그냥 발음하기 쉬운 대로 부르는 것 같다. 

회화나무가 있는 노인정 이름도 호야노인정이다. 

회화나무는 중국이 원산지로 추위와 대기오염에 강하며 햇빛을 좋아한다. 


멀리서 회화나무를 보면 나뭇잎이나 줄기 모양이 아카시나무와 흡사하다. 달걀 모양의 작은 잎들이 깃모양겹겹잎으로 어긋나 붙어있는 것이 비슷하다. 다만 회화나무 나무줄기 껍질 색은 회암갈색이고 세로로 갈라진 골이 파여있으며 뭔가 녹색 이끼 같은 밀모가 달라붙어있다. 꽃은 7~8월에 황백색으로 가지 끝에 원추꽃차례로 달려 아카시나무에서 피는 꽃보다 성기게 핀다.


회화나무는 8월에 황백색 꽃이 가지 끝에 가득 피고 꽃이 지면 10월에 염주 모양의 열매가 노랗게 익는다.

 

동의보감에서 회화나무 열매를 괴각이라고 하며 오래 먹으면 늙지않고 오래 산다고 했다. 


열매는 확연히 다르다. 아까시나무가 갈색 꼬투리가 열린다면 회화나무도 콩과식물로 초록 강낭콩을 여러 개를 실로 죽이어놓은 그것 같은 독특한 모양이다. 꽃과 열매에 모두 약효가 있어서 한약재로 쓰였다. 꽃에는 고혈압이나 콜레크테롤에 효과가 좋고 열매는 혈액의 응고를 촉진해주는 성분이 있어 출혈시 지혈재로 사용되기도 했다. 특히 동의보감에는 회화나무 열매를 먹으면 머리카락이 희지 않고 늙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호야노인정이 회화나무 곁에 자리 잡은 것도 무병장수하며 오래오래 사시라는 뜻일 게다. 


태평동 탄천변에 군집으로 심은 회화나무. 한 여름에 시원한 산책길이다.   

                     

회화나무 중 가지가 밑으로 처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처진회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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