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행 Sep 24. 2022

매화나무_이매(二梅)의 고결한 기품

매실나무, 일지춘, 梅, Japanese Apricot

매화나무

담장 모퉁이에 핀 몇 가지 매화꽃
추위를 무릅쓰고 홀로 피었구나.
아득하나 그것이 눈이 아님을 알겠으니
그윽한 매화 향기 불어오기 때문이어라.


분류 

목련강 > 장미목 > 장미과 > 벚나무속  

학명 

Prunus mume      

꽃색      

백색

분포지역

우리나라 중남부, 중국, 일본, 대만 


분당구 이매(二梅)동은 원래 광주 이무술이라고 불리는 마을로 영장산 아래 탄천과 주변 넓은 농경지에 자리를 잡았다. 사람들은 탄천에서 종종 물고기를 잡기도 하였는데, 어느 날 마을 주민들은 탄천에서 엄청나게 큰 물고기를 낚아 푸짐하게 생선요리를 만들어 잔치를 벌였다. 그리고, 그날 밤 마을 주민들은 모두 같은 꿈을 꾸었는데 자기들이 잡아먹은 물고기가 사실은 천년 만에 하늘로 올라가려던 이무기였다는 것이다.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는 한을 품고 자신을 죽인 마을 주민들에게 저주를 걸었고 죽은 이무기의 짝은 밤마다 마을에 나타나 울부짖으니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그리하여 주민들은 이무기가 하늘로 올라갈 수 있도록 위령제를 지내며 넋을 달랬다. 그러자 이무기의 울음소리가 멈추고 하늘로 올라가면서 비로소 사람들에게 내린 저주가 풀렸다. 마을 사람들은 이무기가 승천한 곳에 가보니 아름다운 매화나무 두 그루가 솟아있었다. 


매화는 하얀 꽃이 피는 흰매와와 붉은 꽃이 피는 홍매화가 있다. 


꽃잎 다섯 장이 모여 둥그런 모양을 이루는 꽃은 꽃자루가 거의 없어 가지에 바로 붙어 있다.


사람들은 그때부터 두 매화나무를 할아버지 나무와 할머니 나무로 부르며 매년 음력 9월 3일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매화나무는 눈발이 흩날리는 이른 봄부터 꽃을 피운다. 생강나무나 진달래가 아무리 일찍 꽃을 피운다고 하여도 매화나무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오죽하면 매화를 한겨울 눈 속에 꽃이 핀다고 하여 설중매라고 부를까! 화려하지도 않고 오히려 수수하게 하얀 꽃을 피우는 매화나무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추위를 무릅쓰고 제일 먼저 꽃을 피우는 점 때문이다. 매서운 추위가 어서 물러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매화의 아름다운 꽃망울이 터뜨리는 모습을 보게 될 때 얼마나 감탄했을지 상상이 간다. 그래서 옛 선비들은 매화를 난초(蘭), 국화(菊), 대나무(竹)와 함께 사군자라고 하여 지조 높고 절개를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선비들은 매화의 고혹적 기품에 매료되어 매화를 집안에 들여와 감상하며 시와 그림을 짓기도 했다. 


꽃은 잎보다 먼저 피고 전년도 잎겨드랑이에 1-3개씩 달린다.


특히 퇴계 이황 선생은 매화를 무척 아껴 매화를 소재로 많은 시조를 남겼다. 특히 선생을 사모하던 기생 두향이 손수 선물한 매화는 옆에 두고 애지중지하며 키웠는데, 정작 두향은 옆에 두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선생이 돌아가시기 직전 남긴 유언이 "저 매화에게 물을 주어라."라고 하였다고 하니 매화를 귀하게 여긴 것인지 아니면 두향을 어여삐 여겨 매화를 가꾼 것인지는 모르겠다. 

매화나무는 매실나무라고도 부른다. 꽃에 관상학적 가치를 두면 매화나무 일터고, 술이나 잼을 만들 수 있는 열매에 가치를 두면 매실나무가 되겠다. 매실나무는 중국이 원산지인 나무로 주로 열매를 채취하여 식초를 만드는 원료로 사용했다. 약재로도 사용했는데 지금까지 매실은 피로 해소에 좋은 건강 음료로 많이 마시고 있다.


매화나무 높이는 5m 정도 자라고, 가지는 초록색이며 잔털이 돋는다.


매화나무는 추위가 아직 물러가지 않은 때에 꽃이 피기 시작하므로 옛사람들은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이라고 하여 곁에 두었다. 부르는 이름도 많아 이른 봄에 꽃이 일찍 핀다고 하여 조매, 그래서 꽃의 우두머리라고 하여 화괴라고 부른다. 매화의 한자 梅는 나무 木과 어미 母가 합쳐진 글자이니 생명의 시기 봄을 알리는 뜻이 담겨 있겠다. 때로는 매화가 아닌 매실의 梅로 신맛이 나는 매실을 임신한 여자들이 자주 찾게 되어 여자가 어머니가 되는 것을 알리는 나무에서 왔다고도 한다. 매화는 추운 겨울에 핀다고 하여 동매나 한매로 부르고, 눈 속에 핀다고 하여 설중매로도 부른다. 종류도 많아 흰 꽃이 피면 흰매화라고 부르며, 분홍꽃이 피는 것은 홍매화, 꽃받침이 푸른빛을 띠고 있으면 청매화다. 꽃잎이 많으면 만첩이란 접두어를 앞에 붙여 만첩홍매화로 부른다.


꽃은 4월에 잎보다 먼저 피며, 연한 홍색이 도는 흰빛으로 향기가 강하다.


숲에서 매화나무를 알아보려면 이른 봄에 다른 나무가 모두 앙상한 가지만 남을 때 잎보다 먼저 흰꽃이 핀 나무를 찾거나 아니면 여름에 초록 매실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를 찾으면 쉽다. 잎은 어긋나고 끝이 뾰족한 난형으로 가장자리에 예리한 잔 톱니가 있으며, 나무껍질은 짙은 암자색으로 갈라져 있다. 그래도 헛갈린다.


열매는 살구 비슷하게 생기고 녹색이며 털로 덮였으나, 7월이 되면 황색으로 되고 매우 시다.

                                 

먼저 산에는 비슷한 산벚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봄에 잎보다 먼저 꽃이 피는 것은 벚꽃이나 매화 모두 같지만, 벚꽃은 꽃자루가 있지만, 매화는 꽃자루가 없이 나뭇가지에 달라붙어 있다. 향기로도 구분하는데 벚꽃은 향기가 없으나 매화는 그윽한 꽃향기를 맡을 수 있다. 예전 매화는 추위에 얼어 죽을지라도 결코 향기를 팔지 않는다고 하여 막연히 향기가 없는 꽃인 줄 알았는데, 매화향이 그렇게 그윽하고 깨끗하다고 한다. 매번 매화가 필 때마다 향기에 취해야겠다고 생각만 했는데 매실주에 취하곤 했다. 살구나무도 매화와 같이 꽃이 가지에 붙어 있지만, 살구꽃은 꽃받침이 뒤로 젖혀 있다. 그리고 살구꽃은 벚나무처럼 꽤 크게 자라고 색깔은 진한 분홍색을 띤다. 


열매의 과육이 씨와 잘 분리되지 않는 것이 매화나무다.


매화나무를 찾아 헤매는 영장산 숲은 울창하고 깊었다. 분당 시가지에 있어 산을 찾는 사람은 많아도 숲이 깊으니 산길에서 마주치는 사람은 드물다. 호젓한 산길은 묵묵히 걷다 보면 작은 매지봉을 넘고 큰 매지봉을 넘어 영장산 정상쯤에 다다른다. 여러 번 그렇게 허탕을 치고 해발 414.2m 영장산 정상쯤에 다다라 산 밑을 보며 땀을 식히며 허덕이는 숨을 고를 때였다. 그때 무심코 깨달았다. 이매(二梅)동의 유래에 또 다른 설이 있다는 것을. 


일년생가지는 녹색이나 오래된 가지는 암자색으로 나무껍질은 갈라진다.


그것은 한남검단지맥 산줄기 중 높게 솟은 영장산을 기점으로 동쪽으로 산줄기가 뻗어가며 한번 크게 솟은 산을 큰 매지봉이라 하고 두 번 솟은 산을 작은 매지봉이라 하여 하나의 산줄기에 크고 작은 두 개의 매지봉(梅址峰)이 있으므로 이매동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생긴 지형도 나뭇가지에 매화꽃이 가지에 붙어 꽃을 피워 낸 것처럼 두 산봉우리가 하나의 산줄기에서 솟아있으니 풍수지리상 매화꽃이 떨어지는 매화낙지형(梅花落地形)이라 부르며 명당으로 쳐준다고 한다. 


매화나무 번식은 종자 번식과 접목을 이용한다.


산 정상에서 헛웃음이 나왔다. 이매동 옆 동네 야탑동에 오동나무와 탑이 셀 수 없이 많아 오야소의 ‘야野’자와 탑골의 ‘탑塔’자를 취해서 만들었다고 사람들에게 말하면 오동나무와 탑을 보았냐는 말에 방그레 웃어주었었다. 정작 내가 이매동에서 진짜 두 매화나무를 찾아 헤맨 수고로움이 헛되어 그동안의 노고가 허망했다. 불경에서 달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킬 때 달은 보지 않고 엉뚱하게 손가락만 보는 격이었다. 


조선 후기 심사정(1707-1769)의 작품 매월(梅月). 매화와 그 뒤로 둥근달이 보인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작나무_이배재고개 기다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