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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행 Sep 20. 2022

자작나무_이배재고개 기다림

백화피, 봇나무, 樺, white birch

세계적으로 일본, 러시아, 중국에 분포한다.

자작나무

당신을 기다립니다.
살아서든 아니면 죽어서든


분류 

참나무목 > 자작나무과 > 자작나무속  

학명 

Betula platyphylla var. japonica (Miq.) H. Hara

분포

중국 동북부, 일본, 러시아, 유럽, 북한, 강원도


갈현동에서 이배재고개 방면으로 오르다 보면 그 유명한 연리지나무가 나온다. 워낙 귀하고 유명해서 주변에 데크를 설치하고 목재 난간으로 연리지나무를 둘러싸 보호하고 있다. 연리지 소나무는 약 40십 년 수령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나 소나무 두 그루 중간에 나뭇가지 하나가 이어져 있는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다. 뿌리가 다른 두 나뭇가지가 맞닿아 마치 한 몸처럼 자라는 것은 매우 드문 일로 이런 나무가 있으면 도시마다 축제 행사의 테마를 ‘영원한 사랑’으로 삼곤 한다. 일전 평택에서 연리지 나무 한 그루를 두고 ‘100년 전 사랑의 바람이 불어온다’는 축제를 했는데, 평택의 연리지와 비교하자면 이배재고개 가는 길 연리지나무가 자태도 곱고 연리지 본유의 뜻을 잘 상징하고 있다. 


이배재고개 가는 숲길 소나무 연리지


예로부터 연리지는 단순히 뿌리가 다른 나무의 가지가 서로 이어졌다는 모습 말고도 한 나무가 시름시름 앓으면 다른 나무에서 영양을 공급하여 치료해주며 도와주기 때문에 상서롭게 여겼다. 그래서 연리지는 부부간의 끝없는 사랑을 의미해왔고, 사랑하는 남녀가 연리지 앞에서 맹세하게 되면 그 사랑이 영원한 것으로 믿었다. 그러고 보니 연리지나무 옆 철망에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랑의 자물쇠를 매달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주렁주렁 매달리게 되었다. 

연리지가 부부간의 지극한 사랑을 뜻하는 말로 쓰이게 된 것은 백거이의 「장한가」에서 쓴 시부터다. 장한가 내용은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에 관하여 쓴 글로 연리지라는 말은 시 셋째 장 마지막 구절 ‘재천원작비익조 재지원위연리지(在天願作比翼鳥 在地願爲連理枝)’에서 나왔다. 비익조는 날개를 짝지어야 날아가는 새고, 연리지는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한 나무로 엉긴 것을 묘사한다. 그들이 서로 보고 싶어 하는 마음과 애달음이 얼마나 깊었던지 그런 심정을 비익조와 연리지를 비유하여 나타냈다. 


봄. 자작나무는 높은 산에 자라는 낙엽활엽 큰 키나무로 높이는 15~20m까지 자란다.


연리지를 지나 이배재고개에 가는 길 따라 나무 잎사귀들이 연신 쓸려 내려와 길을 덮고 있다. 숲 속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낙엽 밟는 소리가 들릴 때 기분이 좋아진다. 숲에는 하늘, 구름, 나무, 바람, 흙이라는 환경에서 나뭇잎 스치는 소리, 흙을 밟는 감촉, 지저귀는 새소리 여러 감각을 일깨운다. 숲의 모든 풍경이 조화되어 기분을 편안하게 한다. 만약 멋있는 나무를 숲에서 만나게 된다면 즐거움을 배가 될 것이다. 이배재고개는 그런 바람에 화답이라도 하는 듯 남쪽 산허리에 나무껍질이 새하얀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예전 민둥산 지역을 성남시 녹지과에서 자작나무로 식재한 것이 수십 년 세월이 지나 자작나무 숲이 되었다. 자작나무는 강원도 높은 산에 자라는 낙엽활엽 큰키나무다. 자작나무는 햇빛을 좋아하여 나무가 별로 자라지 않은 빈 땅에 제일 먼저 종자를 뿌리고 빠른 속도로 자라 자작나무 숲을 만든다. 그래서 헐벗은 산에 자작나무를 식재하곤 했다. 날개가 달린 열매는 바람에 잘 날아가 뿌리내릴 땅을 잘 찾아간다. 나무 높이는 15~20m로 쭉쭉 뻗어나간다.

자작나무 잎은 넓은 난형 또는 삼각상 난형으로 어긋나게 자란다.


꽃은 4-5월에 암수한그루로 피며 9~10월 열매 이삭은 2~3cm 크기로 자란다. 날개가 있다.


이배재고개 너머 자작나무가 무리를 지어 산허리를 감싸고 있고 나무껍질은 흰색의 종이처럼 얇게 덮여 있어 햇빛을 받으면 나무껍질이 반짝이는 게 아름답다. 특히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이 되면 하얀 눈과 자작나무의 하얀 껍질이 어울린다.      

자작나무의 하얀 껍질은 외국에서 나무 이름을 정하는 기준이 되었는데 중국에선 한자로 백화피(白樺皮) 또는 백단(白椴)이라고 부른다. 영어로도 줄기의 하얀색을 따서 White Birch로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작나무의 마른나무가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불에 잘 탄다는 데서 우리말 이름이 붙여졌다. 

이런 재미있는 이름의 나무가 여러 종류 있다. 잎이나 가지를 태우면 꽝꽝 큰 소리가 나는 꽝꽝나무도 있고, 나뭇가지를 부러뜨릴 때 딱 소리 나서 닥나무도 있다. 물론 방귀 소리와 비슷한 뽕나무가 있고, 뽕나무도 아닌데 굳이 뽕하고 방귀를 뀌어서 구지뽕나무라는 이름도 있다.      


수피가 밝은 회색을 띠는 교목으로서 세계적으로 일본, 러시아, 중국에 분포한다.


자작나무는 쓰임새가 많은 나무다. 자작나무는 한자로 ‘화(樺)’자다. 이는 자작나무 껍질이 매끄럽고 잘 벗겨지며 기름기도 많아 불을 붙이면 불이 잘 붙어 옛날 자작나무 껍질에 불을 붙여 촛불 대용으로 사용한 데서 비롯되었다. 결혼식을 흔히 화촉을 밝힌다고 하는데 그 화촉의 ‘화’자가 자작나무 ‘화’자이다. 그래서 자작나무 숲에는 결혼을 앞둔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가끔 군락지 주변에는 자작나무 하얀 줄기 껍질을 벗겨 명함으로 만드는 상점이 있는데, 사랑하는 연인들끼리 명함에 서로에 대한 감정을 글로 써서 주고받기도 한다. 때로는 자작나무로 부부나 연인의 사진을 담는 액자를 만들어 팔기도 한다. 한밤중 모닥불 앞에서 자작나무 껍질을 태우는 소리를 들으며 서로 사랑을 속삭이는 말을 소곤소곤 귓속말로 나눌 수 있다. 자작나무 껍질 타는 소리는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는데 불 앞에서 몸이 달궈진 연인은 ‘자자 자자’ 소리로 들릴 듯도 하다. 


나무껍질이 아름다워 정원수나 가로수로 심는 자작나무는 가을 단풍이 곱게 든다. 


또한 완연한 봄에 나무마다 물이 올라올 때 자작나무 수액은 사포닌 성분이 많아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고로쇠나무처럼 절기상 우수가 시작될 때 나무에 구멍을 내서 물을 뽑아 마실 수 있다. 참고로 고로쇠나무 이름은 뼈를 이롭게 한다는 의미로 ‘골리수(骨利樹)’라고 하다가 부르기 쉬운 ‘고로쇠’가 되었다. 높다란 이배재고개를 넘나들 때 무릎뼈가 시큰둥하고 성치 못하다고 생각할 때 자작나무가 큰 도움이 될 것도 같다. 물론 자작나무에게는 껍질 벗겨진 것도 모자라 수액을 빼앗기는 일이니, 무참한 일이겠다. 

자작나무 줄기 껍질은 종이처럼 얇게 쌓여 있다. 흰 껍질은 종이가 귀할 때 종이 대신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데 쓰였다. 영어 이름 중 Birch의 어원은 글을 쓰는 나무껍질이란 뜻이다. 


두 번 절하고 넘는다는 이배재고개. 골짜기를 건너는 등산 육교가 설치되어 있다. 


종이 대신 글을 쓰던 자작나무가 이배재고개에 자란 깊은 뜻이 있다. 이배재고개는 성남 상대원동과 광주 목현동을 연결하는 고개로 해발 삼백 미터 높이에 위치한다. 절을 두 번 하는 고개라는 뜻의 이배재라는 명칭이 붙은 것은 옛날 경상도와 충청도의 선비가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갈 때 고개에 오르면 한양이 보여 임금이 있는 쪽을 향하여 한번 절을 하고, 부모가 계신 고향을 향하여 또 한 번 절을 했다는 데서 유래되었다. 과거 급제하기 위하여 글을 쓰고 또 쓰던 선비 중 가난한 선비는 자작나무 껍질에 글을 쓰고 어두운 밤 등불이 피울 기름이 없을 때는 자작나무 껍질을 태우며 글을 쓰고 또 썼을 것이다. 그런 선비가 이배개고개를 너머 한양을 바라볼 때 얼마나 가슴이 미어지고 비장한 각오가 생겼을까! 저절로 한양을 보며 절을 하고 뒤돌아 고향을 바라보며 절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평생을 글공부하던 선비라도 과거시험은 수십만 명이 응시했으며 합격자는 불과 몇십 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하얀 나무껍질을 얇게 벗겨 내서 불을 붙이면 기름 성분 때문에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잘 탄다고 해서 자작나무


자작나무는 러시아 시베리아나 중국 만주 혹한 속에서 잘 자란다. 

비록 얇은 껍질이지만, 기름 성분이 많아 추운 겨울에서도 나무가 얼지 않게 해 준다. 나무 재질도 좋고 가공하기도 쉬워, 가구나 조각품의 목재로도 쓰임이 많다. 마침 이배재고개 위 정상에는 자작나무로 만든 통나무 벤치가 있다. 자작나무는 죽어서도 아낌없이 주는가 보다. 정작 나무의 모든 것을 빼앗는 사람들이 나무가 베풀 줄 안다고 하니 나무 입장에서는 참 분한 말이다. 


자작나무 꽃말은 ‘당신을 기다립니다.’
이배재고개 위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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