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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행 Nov 05. 2022

뽕나무_청계산 지혜의 나무

 오디나무, White Mulberry ,  桑樹

뽕나무            


분류 

쐐기풀목 > 뽕나무과 > 뽕나무속  

학명 

Morus alba L.

다른 이름

오디나무, White Mulberry, 桑樹



청계산은 흙산이라 폭우가 세차게 내리면 종종 산사태가 일어난다. 게다가 망경대 정상에 자리 잡은 군부대와 진입 도로 때문에 도로 사면 경사는 가팔라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종종 토사가 힘없이 쓸려내려 간다. 암반 위에 걸쳐진 흙더미가 빗물에 씻겨 내려가듯 하니 산비탈 나무도 아무리 아름드리 컸어도 속절없이 뿌리 뽑혀 쓰러진다. 다만, 망경대 산기슭 아래 뽕나무는 집중호우가 발생했을 때 용케 버텨냈다. 


집중 호우 때 산사태가 발생했던 청계산 정상 망경대 


폭우가 할퀴고 지나간 생채기에 아름드리 뽕나무 한 그루가 부르르 떨고 있었다. 급경사지 끝에 자라난 뽕나무 옆으로 흙더미가 쏟아져 천만다행 뽕나무는 목숨을 건졌다. 청계산 꼭대기 산비탈에서 위태롭게 자라난 뽕나무는 이곳을 찾을 때마다 허덕이는 숨을 고를 수 있는 휴식처였다. 가끔 기대기도 하고 아니면 그늘에 털썩 앉아 산 아래 장관을 내려다보며 감탄하기도 했다. 


망경대 산기슭 산사태에도 용케 살아난 뽕나무

                                                   

뽕나무 옆에서 산 아래를 보면 북쪽으로 한강 잠실에서 동쪽 남한산성 줄기를 따라 남쪽 불곡산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판교와 위례도 다 굽어볼 수 있는데, 예전 기억하기에 농경지에 불과했던 곳에 고층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섰다. 뽕밭이 푸른 바다가 되었다는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말을 뽕나무 아래에서 실감하게 된다.

잠실 또한 원래 한강 본류 송파강 위쪽인 강북이었고 누에고치를 생산하기 위하여 뽕나무를 심었다고 하여 잠실(蠶室)로 불렀던 곳이 강남 부촌이 되었으니 이 또한 상전벽해일 것이다. 지금은 터만 남아 그 모습을 볼 수 없는 잠실의 뽕나무가 서울시 기념물 제1호인 것도 흥미롭다.


뽕나무 아래에서 바라본 도시 전경. 도시의 발전상에 상전벽해란 말을 실감한다. 


뽕나무를 뜻하는 한자어 상(桑)에는 나무(木) 위에 사람 손(又)이 많이 올려져 있어 즉 ‘뽕잎을 따다’ 또는 ‘뽕나무를 재배하여 누에를 치다’라는 뜻이 있다. 뽕잎을 배부르게 먹은 누에가 나방이 되기 전 누에고치가 되고 여기서 실을 얻어 비단을 짰으니 뽕나무는 수천 년부터 재배하여 재산으로 중요하게 관리되었다. 조선시대에도 경복궁 안에는 수천 그루의 뽕나무를 심어 왕가에서 직접 비단을 짜며 나라의 중요 산업으로 장려하기도 했다. 


뽕나무 잎은 난형 또는 넓은 난형으로 다소 두껍고 광택이 있다. 


망경대 아래 산기슭에 제법 뽕나무가 많이 자란다. 임도를 따라 순찰차를 타고 청계산 정상까지 오르내리다 보면 산길 주변으로 사람들 서넛이 각자 큰 가방을 메고 다니는 것을 본다. 가방 안에는 산속에서 채취한 나물이나 열매가 가득하다. 특히 망경대 근처에서 사람들은 주로 뽕잎을 따러 다닌다. 물론 모두 불법이다. 

봄철에는 뽕나무의 어린잎을 나물로 먹는다. 뽕잎은 다소 맛이 떫고 쓰지만, 어린 순은 그대로 쌈을 싸서 먹을 수 있다. 여름에는 뽕잎을 따서 말려 두었다가 가루로 만들어 곡식가루와 섞어 먹는다. 늦가을 추워질 때 서리 맞은 뽕나무 잎은 더욱더 귀하게 여겼다.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잎자루는 길이가 2~3cm 정도이다.


‘차 만드는 스님’으로 유명한 한 주지스님은 겨울 문턱에서 첫서리를 맞은 뽕잎차는 다른 뽕잎차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유의 향취가 있다고 한다. 특히 산에서 직접 채취한 야생 뽕나무로 만든 뽕잎차야말로 사람의 심신을 보하고 기력을 북돋워 줄 뿐만 아니라 향 또한 그윽하고 깊다고 한다. 뽕잎차를 녹차와 비교하면 카페인은 전혀 없으면서 칼슘은 60배, 철분은 2배, 녹차보다 5배나 더 많아 뽕잎차를 옛 의학책에는 신선약이라고 할 정도로 약효가 컸다고 한다. 


예로부터 뽕나무 잎사귀는 누에의 사료로 쓰이고, 나무껍질은 황색계 천연염료로 쓰였다.


뽕나무는 뽕잎만 귀한 것이 아니다. 뽕나무는 한여름에 짙은 보라색으로 익어 가는 맛은 달고 부드러운 오디가 열린다. 배나무나 사과나무 열매는 배, 사과인데 뽕나무 열매는 뽕이 아니고 오디다. 뽕나무 과실 이삭 표면이 오돌토돌해서 오돌개라고 부르다가 오디가 되었다는 말이 있다. 동양에서는 누에의 주식인 뽕잎에 더 가치를 두지만, 서양에서는 뽕나무의 달콤한 열매에 더 가치를 둔다. 그래서 영어로 Mulberry는 작은 보라색 딸기(Small purple berry)라는 뜻이 있다. 


뽕나무는 쐐기풀목 뽕나무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교목으로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가 원산지이다.


뽕나무는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다. 나무껍질은 황색 천연염료로 쓰였다. 뿌리껍질조차 상백피라 하여 고혈압 등의 약재로 쓰고 있다. 뽕만 땄을까? 임도 만날 수 있게 해 주니 이런 나무를 우리 옛 조상들은 하늘이 내려 준 신선목으로 여겼다. 그런데 뽕나무 열매를 먹으면 소화가 잘되어 방귀가 뽕뽕 나온다고 하여 뽕나무라는 말은 방귀라는 소리에 자지러지게 웃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에서나 나옴 직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뽕나무 유래를 달리 소개한 글이 없어 정말 방귀소리에서 비롯된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신선 나무라고 귀하게 대하면서 이름을 뽕이라고 지으니 좀 그렇다. 


뽕나무는 오디나무라고도 불리는데 맛이 달고 부드러운 ‘오디’라는 열매가 열리기 때문이다.


청계산 정상에서 온갖 비바람에도 의연하게 버텨낸 뽕나무 주변을 정비했다. 흙이 쓸려내려 간 숲길에 흙을 북돋고 야자매트를 깔고 통나무 다리를 놓으며 산사태의 상흔들을 치유했다. 숲길을 정비하면서 내친김에 이곳에 전망대를 만들기로 했다. 그곳에서는 서울과 성남을 모두 굽어볼 수 있었다. 포토존도 설치했다. 성남누비길 6구간의 중심으로 랜드마크가 되었다. 

행여나 뽕나무를 다치게 할까 싶어 데크난간도 설치하고 뽕나무에 나무 이름표를 달아 주었다.


청계산 망경대 아래 전망대. 뽕나무 두 그루가 그늘을 만들어 준다.


다음 해 1월 1일 새해를 맞이하여 뽕나무가 있는 청계산으로 올랐다. 입소문이 났는지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어 첫 해를 맞이하였다. 지난 여름 폭우에도 의연한 뽕나무는 한 겨울 매서운 눈보라에도 강인하게 의젓하다.

이집트에서 뽕나무는 생명의 나무고 지혜의 나무로 여겼다고 한다. 그래서 이집트를 뽕나무가 꽃 피는 땅으로 불렸다고 한다. 어쩌면 사람들 사이에서 청계산 정상은 뽕나무 오디가 맛있게 익어가는 땅으로 알려질지도 모르겠다. 


한 겨울 뽕나무와 망경대 전망대. 매서운 눈바람에도 뽕나무는 의연하다. 


가새뽕나무. 뽕나뭇과의 낙엽 활엽 교목. 산뽕나무와 비슷하나 잎은 타원형이고 깊게 갈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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