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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행 Nov 19. 2022

은행나무_은근히 행복한 동네

공손수, 행자목, Ginkgo, Maidenhair Tree , 銀杏木

은행나무

우리나라 여러 지방에 노거수로 지정된 은행나무 꽃말은 장수. 
중생대 백악기부터 있었던 '살아있는 화석 나무'로 불린다. 

분류

은행나무목 > 은행나무과 > 은행나무속  

학명

Ginkgo biloba L.  

분포지역 

중국; 우리나라 전국 식재


남한산성 옹성 아랫동네 은행동 동명은 은행정에서 유래한다. 오래전 이 마을에 들어서면 어느 곳에서든 높다랗게 자라난 어느 한 은행나무를 볼 수 있었다. 종종 사람들이 약속하면 은행나무 밑이라고 하면 다들 긴말할 것도 없이 그 은행나무로 모였다. 마을의 이정표이기도 한 은행나무는 한여름 느티나무나 팽나무처럼 정자나무 역할도 했다. 사람들은 이곳을 은행정(銀杏亭)이라 불렀다. 

지금도 은행동의 유래가 되는 은행나무는 은행2동 주민센터 뒤편에 보호수로 잘 보존되고 있다. 수고 30m, 둘레 6m의 거대한 은행나무는 수령도 300년은 훨씬 넘었다. 하지만, 도심 한복판에 은행나무가 있다는 사람은 드물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키 큰 나무라 해도 고층아파트와 관공서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주변에는 키 큰 메타세쿼이아가 겹겹이 에워싸고 있어 마을 중심에 그리 오래된 은행나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은행동이란 이름이 어느 커다란 은행나무가 마을에 자랐다는 전설로만 알았고, 지금은 은근히 행복한 동네의 줄임말만 알고 있다. 


은행동 유래가 되는 은행나무. 성남 보호수 제3호.


은행나무는 장수하는 나무로 여러 지방에서 노거수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보호수로 지정된 수만 해도 800그루 이상이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는 19그루다. 그중 천연기념물 제30호인 양평 용문사의 은행나무가 유명하다. 수령이 1,400년이고 높이는 60m가 넘어 동양 제일의 노거수다. 역사적으로도 신라 시대 마의태자가 심고, 조선 시대 세종대왕께서 정3품의 벼슬을 하사했다. 

은행동의 은행나무는 성남시 노거수로 보호받는다. 비록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거나 벼슬을 얻지 못했다 하여도, 동네 이름은 은행나무를 따라지었으니 나무 이름은 후세에 두고두고 남길 수 있다. 


은행나무는 낙엽침엽교목, 즉 침엽수다.


재미있게도 은행나무는 암수딴그루 나무다. 생김새도 달라 수나무의 나뭇가지는 꽃가루를 최대한 멀리 보낼 수 있게 위로 뻗어 있고, 암나무는 꽃가루를 많이 받기 위해 나뭇가지가 치마처럼 넓게 퍼져 있다. 당연하게 은행은 암나무에서만 열린다. 그런데 은행나무 중 암나무가 심어진 거리는 가을철 열매가 자동차 타이어나 사람들 구둣발에 짓밟힐 때 고약한 냄새가 난다. 열매에 빌로볼과 은행산이라는 성분이 있기 때문에 악취가 비위에 거슬린다. 독성도 있어 손으로 만지면 피부염에 걸릴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을 지키는 방어수단 때문에 베어지고 있다. 좀 역설적이다. 공해에 강하고 대기오염물질을 정화할 수 있어 가로수로 많이 심었지만, 요즘은 암나무를 베어내고 대신 열매를 맺지 않는 수나무로 바꿔 심는다.



은행나무가 크게 자라면 높이 60m에 이른다.


은행나무는 성남시를 상징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척박한 토질에서 적응을 잘한다고 하여 노력하는 시민을 상징하는 나무라고 한다. 무계획적인 도시정책을 면피할 만큼 잘도 갖다 붙였다. 민둥산에 사람들을 몰아놓고는 앞으로 그들의 고단한 삶을 위로하듯 은행나무는 척박한 곳에서도 잘 사니 나무를 닮으라고 훈시하는 것 같다. 결국, 부모세대는 강인함으로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열매 맺어 다시 자식들이 제 삶의 터전을 마련할 수 있게 하였다. 의도야 어떻든 은행나무를 가까이 두니 그 품성을 닮게 되었나 보다. 


은행나무 껍질은 회백색으로 위아래로 깊이 갈라진다.



예전에 들은 이야기기 있다. 외국에서 한 식물학자가 한국에 오면 지구 백악기 시대의 풍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공룡시대의 생존했던 메타세쿼이아와 은행나무가 우리나라에는 가로수로 많이 심겨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은행나무는 1문 1강 1목 1과 1속 1종만이 현존하는 식물이다. 생물분류 체계로 정리하면 생물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묶은 가장 하위 단계인 종으로 구분되는 은행나무는 비슷한 특징을 지닌 종을 묶어 속, 유사한 속을 묶어 과로 분류하고 그 과정을 분류하여 상위 단계인 문까지 오직 은행나무 하나만 있다는 것이다. 


잎은 작은 가지에서 모여나기하고 부채모양이다.
은행나무 바깥 육질 부분을 씨껍질이라고 한다.
10월에 성숙한 열매는 구워 먹으면 맛이 나지만, 겉껍질은 악취가 매우 심하다.


 예를 들면 인간과 호랑이라는 서로 다른 종은 포유강에서 같이 분류하는데, 은행나무는 그 위 ‘문’까지 같은 종류의 생물이 없는 것이다. 오직 상위 분류 계급은 ‘계’만 있고 계로 분류되는 것은 동물계와 식물계만이 있다. 즉 은행나무의 분류는 은행나무문 은행나무강 은행나무목 은행나무과 은행나무속 은행나무다. 고생대에서 얼마나 많은 생물이 멸종했는지 알 수 있고 오로지 은행나무 한 종만이 남아 생존했다는 것은 놀라울 뿐이다. 그래서 야생에는 은행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은행나무는 그래서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햇볕을 좋아하는 양수로 비옥한 땅에서는 장수한다.



노란 단풍잎이라면 샛노란 은행잎을 빼놓을 수 없다. 예전에 책갈피로 종종 사용했다. 은행잎은 천연방부제 역할을 하여 책이 좀먹지 않도록 보호하여 준다. 물론 그런 뜻을 알고 있어서 책갈피로 쓸 리 없다. 단지 노란 색깔이 예뻐서 빨간 색깔의 단풍잎과 같이 책갈피로 썼다. 은행나무를 영어로 번역하면 금발나무(Maidenhair tree)다. 은행나무 금빛 넘실대는 잎사귀 모습이 서양 여자의 금발 머리칼과 비슷하다는 비유가 단박 이해되었다.      


은행잎은 침엽수에서 진화했다.


어릴 때는 나무의 은행잎을 책갈피로 삼았고 커서는 나무의 열매를 맥주 안주로 먹는다. 은행 맛이 참 쏠쏠하다. 그러나 『중보산림경제』라는 책에서 은행은 소아가 많이 먹으면 까무러치고, 굶었던 사람이 밥을 대신할 만큼 포식하면 반드시 죽는다고 한다. 열매뿐만 아니라 잎에서는 약효과가 좋아 은행잎을 추출한 물질로 혈전용해제나 말초 순환기 장애 치료 약물에 사용되기 한다. 

은행나무란 이름은 은행나무의 열매가 은빛을 띠는 살구와 같다고 하여 은행이라 부른대서 유래한다. ginkgo라는 영어 이름이 은색 살구라는 말이다. 

크게 자라는 나무는 내한성이 강해 추운 지역에서도 잘 자란다.



가을 잎사귀가 샛노랗게 물들면 숲은 금빛으로 너울대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수형이 아름다운 은행나무는 절의 뜰에 심어왔다.

은행나무는 오래 살며 수형이 크고 깨끗하다. 그리고 가을 단풍이 매우 아름답고 병충해가 거의 없으며 넓고 짙은 그늘을 제공한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어서 정자목 또는 풍치수로 심었고, 가로수로도 많이 심었다. 은행나무에는 노거수가 많으며 공자묘의 뒤쪽에 많이 심어 예로부터 사당이나 절, 문묘 등에 많이 심었다.

은행나무 열매는 심한 악취가 나고 만지면 피부염을 일으키므로 다른 동물들도 감히 먹을 엄두도 못 낸다.
성남 보호수 3호 은행동의 은행나무


서민들의 집에만 심지 않았던 나무도 있다. 은행나무는 공자나무라고 해서 향교나 서원에만 심었다. 회화나무는 학자나무라고 해서 높은 벼슬에 오른 집에서만 심을 수 있었다. 과거에 급제하는 등 큰 벼슬을 얻은 집안에서 심은 기념식수인 셈이다. 

이 동네에는 어느 누가 있어 글을 읽는 선비로 이름을 알렸을까! 은행나무가 그 마을에 서렸던 고고한 기품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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