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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행 Apr 06. 2021

앵도나무_요염한수줍음

앵두나무, Korean cherry,  Downy Cherry , 櫻

앵도나무     

정열적인 붉은 입술을 앵두 같다고 표현하지만, 
정작 앵두의 꽃말은 수줍음.

분류                  

현화식물문 > 목련강 > 장미목 > 장미과 > 벚나무속

학명                  

Prunus tomentosa Thunb. 

분포                  

우리나라, 몽골, 일본, 중국 

개화기                  

4월 


서울과 성남이 맞대고 있는 지역에는 사이좋게 우물을 소재로 마을 이름이 지어진 문정동과 복정동이 있다. 서울의 문정동 유래는 병자호란 때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몽진하다가 잠시 쉬며 물을 마셨는데 물맛이 좋아서 이에 마을에 문씨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으니, 그들 성을 따 문정(文井)이라 했다. 

복정동의 마을 이름은 이곳에는 옛부터 큰 기와집이 있었는데, 그 집 마당 우물 맛이 참 좋아서 사람들이 복이 있는 우물(福井)이라고 부른데서 유래한다.


영장산 기슭 복정동 복정정수장 


물맛이 좋았다는 복정동에는 나중에 맑은 물을 생산하는 복정정수장이 들어서 복우물보다 더 큰 우물을 갖게 되었다. 지명에는 마르지 않는 청량한 샘물이 솟는 곳이라는 유래가 있는데, 정말로 복정동에 정수장이 들어서니 신기할 따름이다. 

한국땅이름학회 배우리 회장이 지은 『배우리의 땅이름 기행』에서 땅이름을 보면 조상들이 남긴 지혜와 역사를 알 수 있다고 했으며 땅에도 팔자와 운명이 있어 선조들이 땅이름을 선견지명으로 지었다고 했는데 복정동이 그 서술을 뒷받침 한다.   


영장산 숲길. 복 우물이 있는 마을 이름답게 숲길 곳곳에 약수터가 있다.


복정동 뿐만 아니라 예전부터 마을마다 식수를 해결하는 우물이 있었다. 우물은 단순히 물을 긷는 곳 뿐만 아니라 마을의 공동체 중심이기도 했다. 우물가에는 아침마다 물을 길으러 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으며, 서로가 간밤 안부를 묻고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했다. 특히 외출이 쉽지 않았던 동네 처녀들도 아침에는 우물가에 물을 길어 갈 수 있었다. 


옛 복우물이 있던 자리 숲길에 크게 자라난 앵도나무.


처녀는 친구들을 만나 수다도 떨고 간혹 동네 총각도 물을 길어 오면 서로 쑥스러워하면서도 눈이 맞기도 했다. 더벅머리 총각들은 그런 눈빛에 익숙하지 않아 딴짓하거나 장난칠 때는 처녀들은 앵두같은 붉은 입술을 샐죽이며 눈을 흘기기도 했다. 그런 우물가에는 꼭 앵두나무가 한두 그루 있기 마련이다. 오죽하면 ‘앵도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라는 노래 가사도 있을까.


앵도나무 껍질은 흑갈색이고 어린 가지에는 털이 빽빽하게 난다.


노래 가사처럼 복우물이 있던 자리 영장산 기슭 산길에는 오래된 앵두나무 한 그루 있다. 간혹 그 앵두나무를 지나칠 때면 혹시나 이 근처에 옛날 복우물 자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복우물에는 금 베틀과 은 베틀이 숨겨져 있다는 이약기가 전해진다. 가끔 이곳 땅을 파헤칠 때면 혹시 금은 베틀이 나오지나 않나 한다. 

복정동 우물에는 병자호란이 일어날 때 복우물 주인이 금과 은으로 만든 베틀을 숨긴 장소로 알려졌다. 끔찍한 전쟁터에서 주인 일가는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었고 대신 머슴만 간신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머슴은 주인이 감춰둔 금은 베틀을 우물에서 꺼내려 했으나, 갑자기 천둥과 번개가 쳐서 금은 베틀을 꺼내지 못하고 도망쳐버렸다. 이 이야기는 오랫동안 전해졌고, 오늘날 이 일대 터파기 공사할 때 혹시 그 우물터를 발견하여 금은 베틀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요행을 바라는 사람이 더러 있다.


앵두꽃 받침 조각은 5개, 꽃잎도 5개이고 타원형이며 털이 있다. 


흔히 행도나무를 앵두나무라고 부른다. 

앵도나무 이름은 나무의 열매를 꾀꼬리가 먹으며(꾀꼬리 鶯) 모양도 복숭아와 비슷하여(복숭아 桃) 앵도(櫻桃)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앵도는 차츰 부르기 쉬운 앵두로 변하게 되어 열매는 앵두로 불리게 되었지만, 앵두가 열리는 나무는 여전히 앵도나무라고 부른다. 지금도 앵두나무나 앵도나무 둘 다 쓰지만, 굳이 말하면 앵도나무가 표준어이고 앵두나무는 다르게 부르는 이명인 셈이다. 


앵도나무는 자라면 높이 3m 정도이며, 잎은 어긋나고 모양은 타원형이다.


앵도나무의 아름다운 꽃은 4월에 5장의 꽃잎이 나뭇가지마다 치렁치렁 하얗게 피어난다. 꽃이 수정을 하면 6월에 손톱 크기의 빨간 앵두가 가지마다 알알이 열린다. 새콤한 맛이 나는 앵두는 새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좋아하여 옛날부터 집집마다 마당에 앵두나무를 심고 봄에 과일을 따 먹곤 했다. 


꽃은 4월에 잎보다 먼저 피며 흰색 또는 분홍색 빛을 띤다. 

 

앵두는 겨울을 나고 이른 봄에 꽃을 피워 눈을 즐겁게 하고 늦은 봄에 맛볼 수 있는 첫 햇과일이었기에 입을 즐겁게 하여 예부터 사랑받는 과일이었다. 단순히 간식거리로서 심는 것이 아니라 앵두 열매가 다닥다닥 붙어서 열리는 것이 형제간의 우애가 깊은 것과 같아 자녀들의 화목을 바라는 마음으로도 심기도 했다. 

    

앵두는 꾀꼬리가 먹으며 생김새가 복숭아와 비슷하다고 하여 ‘앵도(鶯桃)’라고 하다


앵도나무는 영어로 Korean Cherry로 부른다. 우리나라가 원산지이고 우리 땅 전역에서 잘 자란다. 우리나라 산기슭에는 앵도나무와 비슷한 이스라지가 자란다. 이스라지는 중부 지방 산지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우리나라 자생종으로 영어로 Korean bush cherry로 부른다. 

앵두꽃과 이스라지 꽃은 색이 서로 비슷하나 열매는 이스라지 수술이 앵두보다 좀 길어서 열매 끝이 뾰족하여 열매를 두고 두 나무를 구분하기도 한다. 


앵두는 이른 봄에 맛볼 수 있는 햇과일로 가지마다 주렁주렁 열린다.


산앵두로 불리는 이스라지는 이름이 외래어 같지만, 엄연하게 우리나라가 원산지이고 순우리말이다. 앵두 같이 생긴 이스라지는 열매가 작은 이슬을 닮았다고 해서 '작다'라는 뜻의 강아지의 '아지'가 이슬에 붙어 이슬아지로 불리다가 이스라지가 된 것이다. 

옛날에는 이스라지나 앵도나무 서로 비슷하게 생겨 같은 나무로 취급하기도 했다. 동의보감에서는 앵두는 순우리말로 이스랏이라고 기록하기도 했으며, 앵도나무가 일본에도 전래되면서 앵두의 '이스랏'이 일본어로 비슷한 ‘유스라우메’로 바뀐 것이라 한다. 


이스라지는 잎끝이 뾰족하고 꽃은 분홍색이다.


국어사전에서 이스라지의 최초 한글 표기는 이스랏이라고도 나온다. 그래서 예전에는 산앵두를 이스라지라고 부르기도 했다.  

지금은 앵도나무와 이스라지가 서로 다르고 이스라지 또한 산앵도나무와 다르다. 꽃과 열매로는 서로를 잘 구분할 수 없고 대신 앵도나무 잎이 둥글고 넓적한 편이라면 이스라지는 잎끝이 뾰족한 것으로 구별한다. 


우리나라 산지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라는 이스라지. 산앵두로 불리기도 했다.


좌 앵두, 우 이스라지. 이스라지 열매 끝이 뾰족하다.


앵두꽃의 꽃말은 수줍음.


흔히들 요염하게 붉은 입술을 앵두 같은 입술이라고 하건만, 어째 꽃말과 어울리지 않다. 

어쩌면 열정을 수줍게 감추고 있는 모습이 더 매력적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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