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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행 Apr 08. 2021

떡갈나무_건강한 숲을 이루는 나무

가랑잎나무,Korea oak, Daimyo oak,곡실,槲實

떡갈나무

떡갈나무에 회초리 난다고 한다.
숲을 건강하게 만드는 떡갈나무처럼
자식의 마음가짐도 건강하게 만들고자 했다.

분류

참나무목 > 참나무과 > 참나무속  

학명

Quercus dentata Thunb.  

개화기

4월, 5월  

분포지역 

한반도 전역, 극동러시아, 일본, 대만, 중국, 몽고 


떡갈나무가 무성한 곧은길고개는 지금에야 호젓하게 걷는 산길이지만, 이 길이 예전에는 사람들이 다니는 도로였다. 산 위로 마차가 다닐 리 없으니 말 한필 지나갈 정도면 대로였다. 

예전에 율동 사람들이 광주 관아로 갈 때 이 고개를 이용하였으므로 장고개라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 ‘곧’은 ‘가도 가도 끝이 없다’는 뜻이 있어서 ‘매우 긴 산길’을 뜻한다. 여기 굽은골고개 넘어 광주 쪽으로 내려가면 직동이 나오는데 곧은골은 한문으로 하면 직동이 된다. 그러니까 광주 직동과 성남 율동을 연결하는 고개가 곧은골고개이다. 곧은골고개는 고개가 길어서 장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산으로 막힌 지역을 연결하는 길은 야트막한 고개길이다.


산 능선에 막혀 있는 사람들은 종종 곧은골고개처럼 야트막한 지형을 찾아 넘나들고, 낙타 등 같은 산 고개를 넘는 곳은 시집간 아낙네들이 종종 반보기를 하기도 했다. 반보기란 시댁과 친가 중간 위치에서 가족들을 만나본다는 뜻과 하루의 절반만 만난다는 뜻이 있다. 한자로 표기한다면 중로상봉(中路相逢)이다.


늦가을 낙엽이 된 떡갈나무 잎은 두꺼워 오랫동안 형태가 유지된다.


옛날 조선 시대에는 부녀자들의 외출이 자유롭지 못했고 시집가면 출가외인이라 일가친척을 자주 볼 수 없었다. 가족이 보고 싶을 땐, 겨울철 일거리가 줄어들거나 추석 무렵 양쪽 집 중간 지점에서 잠깐 만날 수 있었다. 만나는 곳은 대부분 이런 나지막한 산속의 고개라 주변 숲 속 경치 보면서 보고 싶었던 얼굴도 보았다. 

갖은 시집살이에 일 년 중 한번 친정어머니를 만나러 고개를 넘는 딸에게는 이깟 참나무 무성한 고개도 작은 언덕처럼 한달음에 올랐을 것이다. 속담 중에 ‘근친 길이 으뜸이고 화전 길이 버금이다’란 말이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 해발 800m 이하 건강하게 자라는 떡갈나무


 반보기의 애환은 전래민요에서 엿볼 수 있다. 

하도 하도 보고 지워 반보기를 허락받아
이내 몸이 절반 길을 가고 친정 어메 절반을 오시어
새중간의 복바위에서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엄마 엄마 울 엄마야 날 보내고 어이 살았노.


아낙네가 다된 어린 딸을 보는 엄마는 베적삼이 흠뻑 젖는 딸을 달래며 보자기에서 정성껏 떡갈나무 잎으로 싼 떡을 꺼내 딸의 설움을 달래주기도 했다. 떡갈나무 잎은 두껍고 털이 촘촘하여 떡을 찔 때 떡 사이에 넣어 떡이 달라붙는 것을 막았다. 떡갈나무란 이름 자체가 떡을 찔 때 넣는 참나무란 뜻으로 떡갈이나무에서 나왔다. 잎도 크고 방부 효과도 있으며 게다가 잎 향기도 좋아 떡을 싸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딸을 보러 떠나는 엄마의 보자기에는 떡갈나무 잎으로 정성스럽게 싸인 떡이 담겨있는 것이다. 


잎자루가 짤은 떡갈나무는 참나무 중 잎이 가장 커서 떡을 싸기 알맞다.


우리나라 숲 우점종은 단연 참나무다. 참나무는 우리나라 숲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5%가 넘는지라 어느 숲에 가도 이곳 식생은 참나무가 많다고 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참나무는 우리나라에 대표적인 여섯 종이 있는데 잎과 열매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밤나무처럼 잎이 길고 가는 형태는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이고, 이중 굴참나무 잎 윗면은 흰색이다. 굴참나무는 나무껍질의 코르크가 워낙 골이 지고 두터워 굴참나무는 껍질로 금세 알아볼 수 있다. 거꿀달걀형처럼 생긴 잎 중 잎자루가 2cm 내외로 보이는 것이 졸참나무와 갈참나무인데 졸참나무 잎이 졸병 참나무라는 별명처럼 작고 도톰하며 잎 뒷면에 털이 있다. 

신갈나무와 떡갈나무도 거꿀달걀형이지만 잎이 크고 뭉툭하다. 잎이 크다는 것을 예로 든다면 신갈나무 잎은 손바닥 활짝 핀 크기이고 떡갈나무 잎은 두 손바닥을 활짝 핀 크기다. 떡갈나무 잎이 활짝 피면 열대수처럼 잎이 시원시원하게 활짝 펼쳐졌다는 느낌이 든다.      


햇볕을 좋아하는 떡갈나무는 숲을 건강하게 해 준다.


가끔 한 여름 떡갈나무 아래를 지나가 보면 작렬하는 햇빛을 막아주는 커다란 잎이 무척 반갑다. 숲길에서 손바닥만 한 잎사귀들만 보다가 떡갈나무 잎을 보면 정말 크기에 놀라고, 다른 잎사귀들을 크기로 제압하고 여유 있게 바람에 나부끼고 있는 모습이 멋있기까지 하다. 

떡갈나무가 잎으로 떡을 싼다고 하여 떡갈나무라고 하는데 그 떡은 송편이나 인절미 조무래기 떡이 아닌 백설기쯤 될 것이다. 그리고 떡갈나무 이름은 잎이 하도 커서 나뭇가지에 '떡'하니 붙어 있는 모습이 인상 깊어서 떡갈나무라고 부른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떡갈나무 잎은 크고 그래서 아름답기도 하다. 

잎이 아름답다는 표현은 화분에 담긴 떡갈고무나무를 떠올린다면 수긍이 간다.    


떡갈나무 잎 가장자리는 물결무늬가 있고 거꾸로 된 달걀형 모양이다.


떡갈나무의 잎의 특징은 가장자리에 큰 물결 모양의 굵은 톱니가 있는 것이다. 잎 뒷면에는 긴 털이 촘촘하게 있어서 떡 사이사이 잎을 넣으면 떡이 달라붙지 않는다. 여러 장 겹치면 제법 푹신 하여 옛사람들이 산길에 지치면 떡갈나무 잎 몇 장을 따서 방석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잎이 두터우니 땅의 차가운 기운도 막아줘서 방석으로 사용하기 부족함이 없었다. 


가랑잎나무로 불리는 떡갈나무는 겨울 문턱까지 잎을 갖고 있다.


떡갈나무를 가끔 가랑잎나무라고 하는데 한여름 풍성했던 떡갈나무 잎이 찬바람이 불 때 바싹 마른 채 서걱거리는 소리를 낼 때는 구슬프기도 하다. 참나무 종류 중 가장 오랫동안 나무에 매달려 낙엽이 되지 못하고 서리를 맞을 때까지 매달려 있다. 떡갈나무 아래 지나가면 그래서 한동안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라는 노래를 흥얼거린다. 뒷문 밖에 노래하는 갈잎이 바로 떡갈나무 잎이기 때문이다. 떡갈나무 넓고 마른 잎사귀가 바람이 부비 되는 소리를 들으며 숲길을 걷는다. 


떡갈나무의 도토리는 짙은 갈색을 띠는 긴 줄 모양의 포에 싸여 있다.


떡갈나무를 포함한 참나무의 학명에는 '쿠에르쿠스'(Quercus)라는 단어가 있는데, 라틴어로 ‘진짜’라는 뜻이다. 참나무는 한자로 眞木진목이라 쓴다. ‘眞’과 ‘Quercus’ 모두 '참'을 뜻하는 것이니, 참나무가 진짜 나무라는 뜻을 가질 만큼 사람들한테는 매우 각별한 나무다. 참나무가 사람에게 많은 선물을 주지만, 가장 큰 선물은 도토리일 것이다.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은 탄수화물과 지방이 많은 도토리를 채취하여 식용으로 삼았었다. 도토리는 다람쥐도 좋아하고 멧돼지도 좋아한다. 도토리를 멧돼지가 먹는 밤이라서 도토밤이라고도 한다.


도토리묵의 재료가 되는 떡갈나무 열매


떡갈나무의 도토리 모양은 깍정이의 비늘조각이 뒤로 젖혀져 있는 모습이다.  잎 모양이 비슷한 신갈나무는 비늘조각이 모자처럼 도토리를 감싸고 있어서 열매를 보고 두 나무를 구분할 수 있다.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 도토리도 떡갈나무처럼 비늘조각이 뒤로 젖혀있지만, 두 나무 잎은 갸름하고 뾰족하여 떡갈나무와 구분할 수 있다.

그래도 참나무 도토리 중 상수리로 불리는 상수리나무 도토리와 굴밤이라 부르는 졸참나무 도토리가 제일 맛이 있다. 상수리나무의 경우 도토리 맛이 으뜸이라 임금의 수라상에 올렸기에 상수리라는 이름이 있다. 졸참나무의 도토리는 떫은맛이 적어 밤처럼 껍데기를 까면 바로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굴밤이라 부른다.


떡갈나무 꽃가루는 위에 있어 바람에 떨어지면 밑의 암술머리에서 수정이 된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참나무 중 하나인 떡갈나무를 다른 참나무와 구분하는 쉬운 방법을 다시 정리하면,

먼저 잎이 가장 크고 가장자리가 물결모양이고 잎 뒷면에는 털이 많으며,

도토리는 작으면서도 털 난 것처럼 부스스하고,

늦은 가을까지 잎이 떨어지지 않고 달려 있다. 


봄, 가는 털이 잎 뒷면에서 자라는 어린잎


여름, 커다란 잎이 무성한 떡갈나무 숲


가을, 서걱거리는 떡갈나무 잎


겨울,  추위에도 강건한 떡갈나무


떡갈나무의 꽃말은 강건함.

숲이 극상림으로 변이 되는 과정에서 떡갈나무는 건강한 숲을 만드는 데 있어서 중요하다. 도토리는 다람쥐 같은 야생동물을 먹이고, 나무의 진은 사슴벌레나 풍뎅이의 먹이가 되어 주는 등 생태계에서 큰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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