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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행 Oct 11. 2018

손미나와 파비앙의 누비길 걷기

[손미나의 우리 길 걷기 여행 - 성남 누비길 1구간 남한산성길]

손미나 작가와 파비앙 배우가 함께 누비길을 걸었다. 


과거 KBS 아나운서에서 이제는 '알랭드 보통의 인생학교 서울'의 교장선생님인 손미나 작가는 바르셀로나 여행기인 ‘스페인 너는 자유다’부터 집필하기 시작하여, 도쿄 여행기인 ‘태양의 여행자’, 부에노스아이레스 여행기인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와 파리 여행기인 ‘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 페루 여행기인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를 출간하여 많은 독자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미스터 션샤인'에서 펜싱 선수 배역을 맡았던 파비앙 또한 프랑스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으로 우리나라에서 배우이자 모델로 활약하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는다. 

그 둘이 누비길을 걸었다.


손미나 작가는 누비길을 걸으면서 느낀 소감은 여성동아 10월호에 실렸으며, 그 글의 첫 문장은 

‘미스터 션샤인’의 파비앙과 함께 남한산성길을 걸었다. 드라마 볼 때보다 더 눈물이 났다.

로 시작된다. 

남한산성 지화문에서의 손미나 작가와 파비앙[출처 여성동아 10월호]
 유난히 더운 여름을 보내고 맞은 가을은 예전의 그 계절이 아니다. 세상 처음 본 듯 황홀하게 청명한 날, 내 친구 파비앙과 함께 성남누비길 1구간 남한산성길 걷기 여행에 나섰다. 프랑스의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인 파비앙은 2007년 한국에 정착해 모델과 배우 등으로 활동 중이다. 최근엔 일제강점 직전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한 화제작 ‘미스터 션샤인’에 프랑스 공사관 서기관 레오 역으로 출연 중인데, 통일신라에서 조선을 거쳐 현대까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한반도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남한산성길을 걸을 예정이라고 하자 먼저 동행을 부탁했다. 
[여성동아 10월호 손미나의 우리길 걷기 여행 中]

누군가와 함께 길을 걷는다는 것은 짧으나마 그와 동행이 된다는 것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리고 좋은 길이란 동행하는 누군가와 좋은 추억을 만들고 그로부터 좋은 인상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길이 아닐까 싶다. 서먹한 사람도 길에서 맞추치는 여러 이야기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된다. 더구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지물이나 서로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풍광을 보았을 때 서로 교감이 된다는 것은 설레기도 한다.   

남한산성길 영장산 기슭의 망경암[출처 여성동아 10월호]
성곽 길이가 12.1km에 달하는 남한산성은 통일신라 시대에 쌓은 주장성을 기초로 하여 조금씩 증축돼 오늘의 모습을 갖췄다. 1636년 병자호란 때 인조가 이곳으로 행궁을 옮겨 청나라 12만 대군과 대치했던 곳이기도 하다. 시대극 출연을 계기로 한국에 더 많은 애정을 갖게 됐다는 이 파란 눈의 청년은 역사 속으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며, 가까운 곳에 있음에도 미처 알지 못했던 아름다운 풍광과 파란만장한 이야기에 마음을 열었다.     
[여성동아 10월호 손미나의 우리길 걷기 여행 中]
남한산성 지화문앞에서 성문의 유래를 읽는 그들[출처 여성동아 10월호]
지화문 입구에서 파비앙이 재미있는 안내판을 발견했다. 프랑스인이 아니라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안내판에는 한국에 파견된 프랑스 영사 이폴리트 프랑뎅이 1892년 당시 남한산성 남문의 풍경을 촬영한 2장의 사진이 게시돼 있다. 사진 속의 성문은 어쩐지 지금보다 더 젊고 늠름한 모습이다. 먼 훗날 우리는 어떻게 기억될까. 견고한 모습도 좋고 반짝여도 좋겠다. 아아. 무엇보다 인간적인 모습으로, 따뜻하게. 
[여성동아 10월호 손미나의 우리길 걷기 여행 中]


구한말 외세의 침략과 내부의 격동기를 담아냈던 '미스터 션샤인'. 그 드라마에 출연한 파비앙은 한국의 역사에 대하여 많은 호기심을 갖고 있었던 터라 손미나 작가는 누비길에서 그를 안내하며 우리의 역사와 유적에 대하여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었다. 다행히 누비길은 우리나라 역사에 관하여 주제를 삼고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길이다. 

먼저, 누비길은 병자호란 기승전결의 역사가 담겨 있다. 1구간 남한산성길 첫 출발지인 복정동은 병자호란의 반발과 함께 인조와 대신들이 몽진을 와서 맑은 샘물이 흐른다는 이 동네에서 목을 축이고 떠났다. 물론 복정동 유래가 되는 복우물에는 곧 닥쳐올 청나라 오랑캐 때문에 재물을 숨기고 피난 가는 백성들이 있다. 2구간 검단산길에서는 웅장한 남한산성 남문과 그 굳건한 성곽 옆을 지나면서 이 일대에서 벌어진 치열한 전투에 대한 이야기가 있고, 3구간 영장산길과 불곡산길의 산자락은 산성에 갇힌 조정을 구하기 위한 조선 팔도 근왕군이 청나라 군대와 벌인 전투장소였고 동시에 그들의 비극적인 최후의 장소였다. 다음 태봉산길에서는 청나라에 항복하고 치욕적인 삼전도 비문을 작성한 이경석의 묘를 지나가며 비분강개했을 선비의 심정을 헤아려보고, 마지막 구간 인릉산에서는 오랑캐와 싸우자는 척화론을 반대하며 주화파를 이끈 최익현의 부친 묘소를 지나간다. 최익현이 당시 조선 사대부의 비난속에서도 주화파를 주장한 이유는 그의 아버지가 항상 그에게 백성을 위해서라면 적이라 해도 화친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결국 최익현은 전쟁이 끝나도 포로로 잡혀간 조선 백성 수만 명을 구출하여 조선으로 귀향할 수 있었다. 

이렇게 누비길은 첫 구간을 걸으면서 종점에 다다르기까지 병자호란의 흐름을 서사적으로 만날 수 있다. 그 어떤 도시의 둘레길도 이런 서사적인 스토리를 갖고 있지 않다. 



망경암에서 바라다본 서울. 삼각산과 롯데타워가 선명하다.[출처 여성동아 10월호]

망경암에서 어떻게 이런 사진이 나올 수 있을까? 수십 번 내려다본 곳이지만 이렇게 멋있는 곳인 줄 미처 몰랐다. 카메라에는 문외한이라 내 눈으로 본 광경이 사진으로 이렇게 표현될 수 있나 싶다. 물론 사진 기자는 이런 풍광을 보고 이렇게 현상될 수 있도록 카메라 렌즈와 조리개를 조작하여 셔터를 눌렀을 것이다. 그런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얼마나 풍부할까? 그리고 작가와 기자가 자신의 언어로 주변을 묘사하고 기록한다면 얼마나 다채로울까?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집단은 그들 나름대로의 자부심으로 자칫 엘리트주의로 흐를까 경계하고 있었던 터였지만, 고도로 훈련받은 프로들의 글과 사진은 평범한 사람들을 통념 속에서 끄집어내어 새로운 것을 일깨울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누비길 남한산성길 마지막 지화문 앞에서 손미나 작가님과 파비앙 님에게 누비길 스탬프 투어 홍보를 요청하였는데, 흔쾌히 받아 주었다. 미러리스 카메라를 꺼내 들고 버튼을 눌렀지만, 지화문의 누각이 잘리고 인물과 풍경 배치가 정교하지 않아 누비길의 화보에 자칫 누가 될지나 않을까 염려되었다. 그래도 셀럽 특유의 분위기로 멋진 사진이 되었다.  

손미나작가와 파비앙의 누비길 스탬프투어


자세한 사항은 여성동아 10월호 손미나의 우리길 걷기 여행을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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