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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행 Oct 30. 2018

당당한 개선문 태재고개 등산 육교

제3구간 영장산길 - 개발과 보존 사이 갈림길, 운치있는 소나무 쉼터

개발과 보존 사이의 갈림길 신현리


산림이 우거진 영장산 숲길에서 성남 율동과 광주 신현리 시 경계 구간에 다다를 때쯤 등산로에서 한쪽 비탈면으로 집 한두 채가 보이더니 아예 주택가가 나온다. 산 능선을 가운데로 하여 서측은 깊은 숲이, 동측은 빌라단지가 나타난다. 산행 중 숲길 중 한쪽이 사라지니 등산객은 황당해하며 종종  집과 집 사이로 난 작은 골목을 올라가 보기도 한다. 그러면 그곳은 자동차가 여러 대 막다른 골목에 주차되어 있다.

영장산이 분당 시가지와 많이 떨어져 생태환경이 잘 보전되었다고 생각했다가, 어떻게 이런 깊은 산속에 신축빌라들이 우후죽순 들어왔는지 참으로 괴이하다. 누비길은 시 경계를 이루는 산 능선을 따라 만들어져 좌우 깎아지는 듯한 급경사 위로 가는 길이다. 더구나 영장산길은 검단 지맥의 한 길이다. 올라가서 보면 산 한쪽을 직각으로 깎고 높은 축대 벽을 쌓아서 평평한 대지로 만들고 주택을 지었다.

신현리 일대 영장산 비탈면. 숲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빌라들은 산 밑에서 시작하여 숲 속 나무를 베고 땅을 절토하며 야금야금 산 정상까지 올라왔다. 다행히 산 능선은 시 경계가 되기에 개발은 여기서 멈췄다. 어떻게 건축허가가 이렇게까지 내줄 수 있을까 싶다. 반면 담당자도 내 땅에 집을 짓겠다는데 왜 개인 재산권을 침해하냐고 따진다면 할 말도 없을 것이다. 요즘 추세도 규제개혁과 갑질 횡포 청산인데, 담당자가 재량을 남용하면서까지 숲이 파괴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지방자치단체별로 인구가 감소하는 사회현상과 예산 배정이 인구비례로 이뤄지는 제도 때문에 인구수 늘리기 급급하다. 그런 것은 십분 이해해도 하필 울창한 산림에 주택이 들어서는 것인지 걷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다.


주택가를 지나면 다시 잔가지 무성한 관목과 상수리나무가 가득한 숲길이 나타나고 그 길 능선 위로 철조망 펜스가 쳐져 있는 것이 보인다. 오르니 골프장이 산 밑으로 펼쳐져 있다.

골프장이 잠식한 산기슭 뒤로 멀리 문형산이 보인다.
골프장이 잠식한 산기슭 뒤로 멀리 문형산이 보였다. 문형산은 산의 크기가 무명 한 필을 겨우 말릴 정도라 하여 무명산이라 부르지만, 높이는 해발 497m로 영장산보다 훨씬 높다. 문형산에도 설화가 있다. 옛날 대홍수 때 천지가 물에 잠겼으나 문형산 정상만 잠기지 않았다고 한다. 영장산도 천지개벽할 때 물에 잠기지 않는 산이라고 했다. 아무래도 성경에 심취한 사람이 이 일대를 돌아다니며, 산들을 노아의 방주가 닿았다던 아라랏산처럼 만드는가 싶었다.
문형산 능선 따라 서 있는 나무들은 그 모습이 마치 커다란 거인이 도열한 듯 보였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인데 산꼭대기에 나무줄기 하나하나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신기했다. 「반지의 제왕」에서 나오는 나무 거인족 인트들이 절대 악 사우론에 의해 황폐해진 숲에 분노하여 사우론 본거지 아이센가드로 쳐들어가는 모습이다. 능선을 보며 마법과 신화의 망상에 빠져버릴 만큼 문형산에 있는 나무 자태가 실루엣으로 뚜렷하게 보여 무척 인상 깊었다.
[나는 누비길을 걷는다 中]

운치 있는 소나무 숲 속 쉼터


참나무 류가 무성한 숲길을 걷다 보면 율동공원 갈림길에서 푸른 솔가지가 무성한 소나무 숲을 볼 수 있다. 경치가 정말 좋다. 파란 솔잎이 이렇게 반가울 줄 몰랐다. 어떻게 기세 등등한 참나무 숲 속에서 자기 터전을 지켜냈는지 궁금했다.

몇 년 전 산림청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에 대하여 통계조사를 하였다.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소나무라 답했다. 그만큼 우리에게 소나무는 각별한 나무다. 우리나라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소나무와 깊은 인연을 맺는다. 아기가 태어나면 대문에 금줄을 치고 솔가지를 숯과 함께 매달아 부정한 것이 문을 넘지 못하게 했다. 솔잎 뾰족한 침을 잡귀들이 싫어하고 또 항상 푸르른 솔가지처럼 건강하게 자라라는 의미다. 살아가면서 소나무 숲을 거닐고 소나무로 만들어진 목재를 쓰다가 죽어서는 소나무로 짠 관에 들어가 흙으로 되돌아간다. 마지막으로 묘지 주위에 소나무를 둥글게 심어 놓는다. 이것을 도래솔이라 한다. 죽은 후에 자식 걱정에 저승으로 가지 못할까 봐 이승이 보이지 않게 소나무로 가렸다.

영장산 참나무 무성한 숲길에서 만나는 솔숲



당당한 개선문 태재고개 육교


영장산길 종점부에 다다르면 산 정상을 머리에 두고 우회하는 길을 굽이굽이 돌며 저 멀리 율동공원 호수가 보이기 시작한다. 마지막 산등성이 잘록한 곳을 도니 비로소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태재고개를 넘는 57번 도로에 드디어 가까이 왔다. 마음은 이제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으로 산속의 호젓한 산길을 만끽하며 능선에서 내려와 태재고개에 설치된 육교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태재 육교는 성남시와 광주시 경계지점 태재고개 사거리 지점에 설치돼 분당동 영장산과 불곡산 등산로를 연결한 등산 육교다. 폭은 3m이고 길이는 50m쯤 된다. 다리 중간에 하늘 높이 아치형의 철골 구조물이 한껏 멋을 부린 것처럼 설치되었다. 길 끝 다다라 게되니 더 멋지게 보였다. 마치 역경을 뚫고 온 것을 맞이하기라도 한 듯 개선문처럼 웅장하게 보였다.

영장산과 불곡산 등산로를 연결한 태재고개 등산 육교
등산 육교는 2구간으로 나누어 지며 그 육교 사이에 데크로 연결된다. 화살나무가 단풍이 들었다.

태재 육교 건너니 작은 전망데크가 있어 분당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중에 요한성당의 모습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동양 최대 성당으로 로마네스크 양식이 가미된 건축물은 이국적인 느낌을 물씬 풍긴다. 외양뿐만 아니라 성당 안에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조각상이 있기도 하다. 피에타는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님을 안은 성모 마리아의 비애에 찬 모습을 표현한 조각품으로 이탈리어로

'신이여. 자비를 베푸소서!'

 란 뜻이다.

태재육교 전망 데크에서 바라본 분당 요한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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