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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행 Nov 18. 2018

숲길과 물길이 만나는 누비길

제4구간 불곡산길 - 숲길과 숲길을 잇는 탄천, 숯을 빨았다는 설화

숲길과 숲길을 잇는 탄천과 동막천


누비길은 한 도시의 경계를 돈다. 1구간 시점 서울시 경계에서 하남시와 광주시를 거쳐 4구간 종점 용인시 경계까지 숲길로 30㎞를 걸어올 수 있다. 하지만, 시내 중앙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탄천 때문에 4구간과 5구간, 7구간과 1구간은 하천을 횡단하여야 지리적인 특징이 있다. 하천이나 강을 끼고 있는 도시가 그러하듯 여기 탄천 주변으로 분당 시가지가 잘 조성되어 고층의 상업건물과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섰다.

나무가 들어선 자연 숲에서 건물이 들어선 인공 숲으로 발길을 내딛는다. 4구간 종점의 누비길은 도심의 미금로를 횡단하여 무지개로 따라 걸어가고, 탄천을 횡단하는 오리교가 밑으로 향한다.  

불곡산의 마지막 숲길. 다음부터는 시가지와 하천을 따라 걷는다.
4구간 불곡산 숲길이 끝나고 대신 5구간 태봉산길로 향하는 방햐을 안내하는 현판

탄천은 주변의 무성한 나무들과 함께 자전거도로와 보행자도로가 잘 설치되어 주변 시민들이 많이 애용한다. 유모차를 밀고 대화를 나누는 주부부터 모자를 눌러쓰고 부지런히 걷기 운동하는 젊은 여인과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며 느릿느릿 걷는 노년 부부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하천 사면 따라서는 꽃나무를 많이 심어놔 봄철에는 벚꽃을 비롯한 목련 등이 만개하여 장관을 이룬다. 하천 가에도 조경석과 갈대를 심어 청둥오리나 백로도 날아들고 물속에는 팔뚝만 한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친다. 탄천 따라 깨끗하게 포장된 도로를 걸어가니 산과 물을 골고루 접할 수 있다.  

탄천변을 걷는 사람들.
탄천은 물놀이장 및 생태습지가 여럿 조성되어 있다. 위 사진은 100만송이 코스모스길이다.[출처 비전성남]

숯을 빨았다는 설화가 있는 탄천(炭川)


탄천은 용인시 수청동에서 발원하여 여러 지천과 합류되어 서울 한강으로 흐른다. 발원지 수청동은 물푸레마을로 부르기도 한다. 깨끗한 물이 흘러 물푸레나무가 집단으로 서식하여 물푸레울이라 옛날부터 불렀던 곳이다. 탄천은 순 우리말로 숯내라고도 부른다. 탄천이라는 이름에는 몇 가지의 전설이 있다. 내용은 이렇다. 하늘나라 염라대왕이 말썽꾸러기 동방삭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동방삭은 죽지도 않고 삼천갑자, 18만 년을 살아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저승사자가 동방삭을 잡으려고 하였지만, 동방삭이 번번이 꾀를 내어 골탕만 먹었다.

그러나 저승에 잡혀 온 또 다른 사고뭉치가 꾀를 내어 냇물에서 숯을 빨고 있자, 동방삭이 지나가다가 이 모양을 보고 하는 말이 “내가 삼천갑자를 살았어도 물에 숯을 빠는 사람을 처음 보았네.” 하여 사자들은 그가 동방삭인 줄 알고 잡아서 저승으로 데려갔다는 이야기다. 인터넷 포털에도 그 사연을 소개하며 탄천을 숯을 빨았다는 숯내 또는 같은 뜻의 한자 표기인 탄천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하지만, 삼천갑자 동방삭이에 대한 설화의 기록은 전국 칠십여 곳에서 채집되었지만, 숯을 빨았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는 엉터리 설화라고도 한다. 물의 정화제로 쓰이는 숯을 물에 버려 냇물을 정화하여 숯(炭)과 내(川)가 한자로 쓰인 것일 뿐, 삼천갑자 동방삭 이야기는 허무맹랑하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탄천 일대는 옛날부터 군사들이 훈련하던 곳이라 물을 정화하거나 불을 피울 때 숯이 많이 사용된 사실이 있기에 동방삭 이야기는 후대에 재미로 만든 것 같다. 이야기를 지어서 갖다 붙인 사람은 재미로 한번 웃어보자고 만든 것이리라.

누비길은 탄천을 거슬러 올라가다 돌 징검다리를 건너 동막천을 따라 가야 한다.
탄천의 지류인 동막천 변에 조성된 길. 5구간 태봉산을 향한다.
탄천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정취를 보이며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다.  [출처 성남시 탄천관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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