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천의 버들치, 청계산 청딱따구리, 영장산 반딧불이
불곡산에서 내려와 태봉산으로 오르는 여정은 탄천에서 물 따라 내려가다 물 가운데 놓인 커다란 징검다리를 건너가야 한다. 징검다리 사이에는 붕어 수십 마리가 빠른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느라 지느러미를 팔랑이는 것이 보였다. 이놈들은 사람이 오면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몰려온다. 혹시 떡밥이나 던져주지 않나 기다리는 것이 물속의 비둘기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탄천은 도심에 자리 잡고 있어 수질이 오염되어 붕어나 잉어만 살았다. 이후 탄천 살리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실시하여 지금처럼 맑은 물이 흐를 수 있게 되면서 모래무지나 버들치까지 산다. 탄천처럼 도심지에 있는 하천은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방류하는 오염물질 때문에 방류 수질을 적극적으로 관리를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세 오염물질이 축적되어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죽은 하천이 돼 버린다. 도심 속 하천이 사람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지면 하천은 더욱더 오염되기 쉬워진다. 반면 사람들이 자주 찾아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할 수 있게 조성하면 물에 쓰레기 투기하는 것도 방지하고 자연스럽게 시민이 자연환경보전에 동참하여 하천을 가꿀 수 있는 효과도 있다. 사람도 자연도 서로 공존하며 상생하는 것이다.
하천가 버드나무가 자라 곳 물가 물풀이 자란 곳은 맑은 물에서 산다는 버들치가 몰려있다. 잉어목 잉어과로 몸은 길고 옆으로 납작하며 주둥이는 긴 특징이 있다. 크기가 80~150mm인 버들치는 몸은 누런빛을 디며 작은 반점이 몸 전체에 불규칙하게 있는 생김새다. 버들치는 수질이 좋은 곳에서 사는 어류로 무리 지어 생활하며 감각류, 곤충류, 식물의 종자 등을 섭취하며 주로 탄천과 지류가 만나는 불곡산길에서 볼 수 있다.
특히 몸 색깔은 황갈색 바탕에 검은 점들이 많다고 해서 다른 지방에서는 똥고기, 똥동치라고 불리기도 하는 데 버들치라는 이름은 버드나무 밑에서 자주 놀고 있다고 하여 버들치라고 한다. 버들치를 중고기라고도 하는데, 물속에서 헤엄치고 있어도 손으로 쉽게 잡을 수 있어서 삶에 별 욕심이 없는 스님을 비하한 것이다.
버들치는 성남에서 깃대종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성남 등 시가지의 숲과 수변지역에는 개발압력과 기후 온난화 등의 여러 요인으로 생물 서식환경이 변화하여 서식지와 다양성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생물다양성과 환경보전에 대한 고민으로 성남시에서 깃대종을 선정하여 그 서식지를 보존하는 노력을 한다.
깃대종(Flagshi species)은 유엔 환경계획이 만든 개념으로 특정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하는 주요 동식물을 뜻하는 것으로 해당 지역 생태계 회복의 상징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주요 깃대종으로는 홍천의 열목어, 거제도의 고란초, 덕유산의 반딧불이 있다.
누비길은 도심에 근접하면서도 생태자연도가 1~2등급의 양호한 산림생태계가 분포하고 탄천과 연계된 지류가 있어 하천 서식 환경도 형상한다. 특히 영장산, 청계산, 동막천에 작은 포유류의 다양도가 높고, 조류와 곤충류도 많은 서식지가 있다. 그래서 누비길에서 만날 수 있는 생물 중 성남시에는 청딱따구리, 버들치, 파파리 반딧불이가 깃대종으로 선정되었다.
이마의 빨간 깃털이 인상적인 청딱따구리는 남한산성길에서 검단산길, 태봉산길에서 청계산길에 이르는 동서 측 산림생태계에 주로 출현하여 오동나무나 백양나무 같은 단단하지 않은 나무나 죽은 고목의 줄기를 파서 둥지를 만든다. 먹이로는 고사목의 애벌레, 개미, 거미 등을 먹거나 쉬나무, 감나무의 열매를 먹는다. 은신처로는 야산의 참나무 등 무른 나무나 썩은 나무줄기에 구멍을 파고 그 안에 둥지를 만들어 사용한다.
고부갈등 비극 때문에 한 맺힌 며느리 울음을 닮은 새소리가 또 있다. 바로 쪽박새로 불리는 딱따구리다. 역시 며느리가 미운 시어머니가 조그만 바가지로 쌀을 내어 주며 밥하라고 시켰다. 당연히 주는 쌀만큼 밥도 적게 지었다. 이를 두고 바가지로 며느리를 구박하고 때려 결국 며느리가 죽어버렸다. 그 혼이 새가 되었는데 작은 바가지 주고 구박한 것이 억울하여 ‘쪽 쪽 쪽박 바꿔줘, 쪽쪽 쪽박 바꿔줘’ 하고 울어 쪽박새다. 쪽박새가 울 때 너무 서글프게 울어 피를 토하여 울고 그 토한 핏자국에서 진달래가 핀다고 한다.
마침 딱따구리 한 마리가 기다렸다는 듯이 신갈나무 썩은 나뭇가지 위에서 벌레를 찾았는지 딱딱딱 나무를 쪼고 있었다. 무척 신기하여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며 부리로 나무를 쪼는 새를 촬영했다. 머리에 빨간 댕기를 묶어놓은 듯한 붉은 머리를 가진 딱따구리였다. 부리를 하도 나무에 박아대니 머리통이 제대로 온전할 지 걱정이 되었다. 새머리의 빨간 깃털이 핏자국 같았다.
[나는 누비길을 걷는다 中]
파파리 반딧불이는 딱정벌레목 반딧불이 과로 개똥벌레라고도 하며 몸빛깔은 검은색이고 가슴등판은 오렌지빛이 도는 붉은색이다. 머리는 흑색이고 겹눈이 크며 먹이로는 개천이나 산림의 맑은 계류에서 달팽이나 다슬기를 먹는다. 6월 초에서 7월 성충으로 우화하여 발광 비행으로 짝을 찾는데 영장산길 기슭 맹산에 그 보존지역이 위치하고 있다. 반딧불이가 있는 영장산처럼 깃대종이 선정된 후 그 지역은 서식지 훼손을 예방하기 위하여 지속적인 보전활동을 하고 깃대종에 대한 의미를 아이들에게 가르쳐 환경보전의식을 제고할 수 있다. 그러한 목적으로 맹산에는 자연생태학습원이 자리 잡고 있다.
아무리 우겨 봐도 어쩔 수 없네
저기 개똥 무덤이 내 집인 걸
가슴을 내밀어도 친구가 없네
노래하던 새들도 멀리 날아가네
가지 마라 가지 마라 가지 말아라
나를 위해 한번만 노래를 해 주렴
나나 나나나나 쓰라린 가슴 안고
오늘 밤도 그렇게 울다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