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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 Sep 29. 2022

책방무사에서 책 만들기4(끝)

남은 것들

  예상했듯 6주는 빠르게 흘렀다. 4회~6회 차 때는 Indesign 프로그램을 다루며 책을 만들어보는 실습을 했다. Indesign은 Adobe에서 나온 문서, 책 편집 프로그램이다. 포토샵도 잘 못했는데 인디자인도 어려웠다. 혼자 해보니까 도통 모르겠다. 대표님이 만든 『책 만들기 책』 보면서 더듬더듬해봤다.

  6주 사이에 회사와 계약서도 쓰고, 교수님과 면담도 했다. 여성주의상담원 교육이라는 것도 무려 100시간이나 들었다. 그 교육에서 자기소개하는 시간에 말했다. 

  “책 만들기 모임에 나가고 있어요.”


  하는 일(직업), 요새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무슨 생각을 주로 하는지를 설명하면 내가 된다. 취미 생활은 매번 바뀌지만, 나선으로 점을 찍듯 바뀌기 때문에 크게 바뀌진 않는 것 같다. 가령 책 읽기 → 요조님 책 읽기 → 책방무사 알게 되고 인스타 팔로우 → 무사에서 책 만들기 모임 → 편집자에 대한 궁금증으로 유튜브나 관련 책 찾아보기 → <민음사TV> 보며 흥미로운 아이템 쇼핑 → 온라인 쇼핑몰 구경 → 문구류에서 액세서리류로 카테고리 변경 → 액세서리 브랜드 탐방 → 아름다운 이집트 고대 패턴 발견 → 이집트 유튜브 찾아보기 → 이집트 여행 찾아봄 → 이집트 역사 찾아봄…… 등의 알고리즘을 겪으며 나아간다. 책을 읽으며 이집트까지 오다가 다시 책으로 이어지는 소소한 여행과 같은 취미 생활이다.

  3회 차 날 테이블에는 젤리가 있었는데 평소 젤리에 관심이 없어서 가만히 두고 보다가 쉬는 시간에 맛보고 다시 고민이 시작되었다. 맛있어하며 몇 개 먹고 집에 갔는데 너무너무 다시 먹고 싶은 것이다. 그다음 날도 젤리가 잊히지 않아 사무실 근처의 편의점 네 군데를 돌았다. 점심시간에도 돌고, 퇴근하면서도 돌았다. 없길래 인터넷으로 찾았다. 지렁이 모양 젤리고, 과일 맛이 나는데, 식감은 너무 탱글탱글하지 않고 적당히 씹히고, 신맛도 많이 난다. 그리고 젤리 봉투에는 영어로만 디자인되어 있고 원색이었던 것 같은데…. 어디서 구할 수 있는 걸까. 사진 찍어둘 걸 후회했다.

  다음다음 날 아침에도 일어나자마자 구글, 네이버, 각종 쇼핑몰에 젤리를 검색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에 마켓 컬리에서 찾아내고 만다. ‘젤러스 스윗’이라는 비건 젤리였다. 여러 종류 시켰는데 그날 맛본 것 외에도 다른 것도 맛있었다. 당분간 최애 간식이 되었다. 


  책을 다 만들고 나서까지의 감회도 글로 쓰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짧았다. 나는 왜 이 모임을 신청했고, 남은 것들을 정리해보게 될까. 왜 귀중한 시간과 돈을 여기에 썼을까. 사람을 만나고 싶다더니 만나고 나서는 어떠했는가. 맛있는 젤리를 알게 됐으니 된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봐도 그렇게 큰 뜻을 두거나 의미를 남길 수 없었다. 그냥 살고, 먹고, 책을 읽고, 책을 만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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