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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ks Jul 25. 2019

열심히 사는 건 좋은 일이지만 반드시 훌륭한 건 아니다

  하지만 마흔이 되면서... 열심히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부터 흔들렸다. 열심히 사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반드시 훌륭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표가 없어도, 좀 게을러도, 도덕적이지 않아도, 다소 이기적이어도 괜찮다고 느꼈다. 목표가 없어도 괜찮다는 사실을, 가끔은 그것이 더 인간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좀 가벼워졌다.     

  이 문장은 『통찰력을 길러주는 인문학 공부법』(안상헌 지음, 북포스)에서 가져온 문장이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도 마흔 가운데를 넘어서고 있기도 하지만 지은이와 비슷한 생각을 가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문장을 읽을 때 지난날들이 머리를 꽉 채웠다. 오래전 일이었다. 10년도 더 된 일이다. 하루아침에 내 자리를 내놓고 다른 부서로 옮겨야 했던 일이 떠올랐다. 새로 온 윗사람이 팀을 완전히 새로 짰기 때문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그 윗사람 말 한마디에 다른 부서로 가게 된 것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때 조직에 대한 실망, 일종의 좌절감과 허탈감, 충성심이 무너져 내렸다. 함께 다른 부서로 나가게 된 팀원들과 소주잔을 기울였다.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이때부터 조금씩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책을 읽었다. 그러다 몇 년 전 또 한 번의 위기가 왔다. 또 새로 온 윗사람 때문이었다. 대략 1년 동안 차마 평생 듣고도 다 못 들을 말을 많이도 들었다. 그러나 저항 한 번 안(?) 하고 참았다. 이제 와 보면 내 인생에서 나 자신에게 부끄러운 한 해였다. 나의 자존심을 다 내려놓은 해였다. 지금 같으면 갑질이니 뭐니 해서 당장 신고했을 텐데 그때만 해도 감히 신고한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물론 핑계일 수 있다. 나도 승진이란 것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였으니 참을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승진이란 걸 포기하는 대신 내 자존심을 세울 수도 있었는지 모른다.


  아무튼, 이러한 사건들을 겪게 되니 인생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직장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내가 인정받고 일한 만큼 나에게 보상이 반드시 돌아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에 빠져 새로운 꿈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조금 게을러도, 조금 도덕적이지 않아도, 불의를 보고 조금은 눈을 감아도, 조금 이기적이어도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들을 가졌다. 그런 게 인생이고,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남들도 적당히 타협하면서 살고 있는데 내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원칙대로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들이 들었다.     

  열심히 사는 것은 분명 좋다. 남들이 다 칭찬해준다. 하지만, 나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게 꼭 훌륭한 것일까? 세상은 뛰어난 사람보다 평범한 사람이 많다. 그렇기에 평범하다는 말은 다른 말로 바꾸면 더 인간적이라는 말이 될 수도 있다. 

  가끔은 내 어깨 위에 있는 짐을 내려놓고 조금 게을러도 보고, 살짝 눈도 감으려 한다. 그게 내 인생에 더 행복한 삶을 제공해준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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