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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ks Sep 26. 2019

다른 모든 학생과 똑같이 하되 더 뛰어나라

  ‘다른 모든 학생과 똑같이 하되 더 뛰어나도록 강요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다시 말해 ‘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싶으면 다른 모든 학생과 똑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똑같은 시험을 치르고 똑같은 과외활동을 하되 다른 학생들보다 더 잘하도록 강요당한다’ 

    

  이 글은 『평균의 종말』(토드 로즈 지음, 정미나 옮김, 21세기북스)에서 가져온 문장이다. 지은이 토드 로즈는 중학교 때 ADHD 장애 판정을 받은 뒤 성적 미달로 고등학교를 중퇴했으나 그 이후 대학입학자격 검정시험을 통과해 지역대학에 입학했다. 야간 수업을 들으며 주경야독한 끝에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인간발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하버드 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 연구소에서 박사 후 연구 과정을 마쳤다. 교육 신경과학 분야의 선도적 사상가로서, 하버드 교육대학원에서 지성·두되·교육 프로그램과 개개인학 연구소를 맡아 이끌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중학교 때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 판정을 받고, 고등학교 때 부진아 판정을 받고 중퇴한 셈이다. 그 후 혼자 노력을 통해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지방대학을 나온 후 서울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서울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교수로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아니 우리는 모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동안 같은 교과서로 같은 교육과정을 통해 같은 것을 배웠다. 그 속에서 배운 것을 누가 더 잘 외우고, 시험에서 누가 더 점수를 잘 받았느냐로 줄을 세운다. 그리고 그것이 대학에 들어가는 기준이 되어버린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개인이 지닌 특성, 개성은 철저히 무시되어 버린다. 어릴 때부터 선생님이 시키는 것을 잘하는 하이는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고 그 도장을 받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한다. 그렇게 도장을 많이 받은 아이는 모범생이 되고 좋은 대학에 들어갈 자격이 있다고 가르친다. 직장도 다를 바 없다.


  IQ라는 측정 도구를 통해 누구는 천재이고, 누구는 평균이고 누구는 지적장애인이라고 판단해 버린다. 과연 이것이 맞는 것일까?     

  예를 들어, A는 국어 80점, 영어 70점, 수학 60점, 과학 50점, 체육 40점을 받아 평균 60점이라고 하자. B는 국어 40점, 영어 50점, 수학 60점, 과학 70점, 체육 80점을 받아 똑같이 평균 60점이라고 치자. 누가 더 똑똑한 아이인가? 국·영·수를 잘한 A가 더 뛰어나고 똑똑한 아이라고 할 수 있는가?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는 A가 더 똑똑하다고 할지는 모르겠다.

  하나 더 예를 들어보자. 초등학교 6학년 두 학생을 놓고 5가지 항목으로 공격성(10점 만점)을 측정한 결과다. A는 부모에 대한 공격성이 8점, 교사에 대한 공격성이 9점, 남자아이에 대한 공격성이 2점, 여자아이에 대한 공격성이 5점, 동물에 대한 공격성이 4점으로 총 28점이다. B는 부모에 대한 공격성이 3점, 교사에 대한 공격성이 4점, 남자아이에 대한 공격성이 8점, 여자아이에 대한 공격성이 7점, 동물에 대한 공격성이 6점으로 총 28점으로 A와 같다. 누가 더 공격적 성격을 가진 아이라고 할 수 있는가?

     

  우리나라는 학생 개개인의 특성은 고려하지 않는 교육체계이다. 어떤 하나의 평가결과로만 학생들을 줄 세워 버린다. 국·영·수를 잘하면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고 국·영·수를 못하고 매일 춤을 추고 노래하는 것을 즐기면 불량학생이다. 

  말 그대로 다른 학생과 똑같이 하되 더 뛰어나도록 강요하고 있다. 과연 이것이 올바른 교육인지 되짚어 봐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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