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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ks Oct 10. 2019

당신은 누구를 태우겠는가?

수평적 사고를 기르자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길가에 있는 세 사람을 발견한다. 한 명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할머니, 한 명은 내 목숨을 구해준 적이 있는 친구, 나머지 한 명은 평생 꿈꿔오던 이성. 하지만 좌석은 한자리뿐이다. 누굴 태우겠는가? 

     

  이 글은 셰인 스노의『스마트컷(SMARTCUTS)』에서 나온 질문이다. 이 질문이 던지는 것은 수평적 사고에 대한 것이다.     

  사람들의 이야기나 생각이 한쪽으로 향하고 있을 때, 거기에서 방향을 바꾸어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을 수평적 사고라고 한다. 

  우리의 생각은 크게 수직적인 생각과 수평적인 생각으로 나눌 수 있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으로 하나의 방향으로 깊이 있게 생각하는 것을 수직적인 사고라 한다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여러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을 수평적인 사고라고 한다. 현재 진행되는 방향으로 계속 생각하는 것은 수직적인 사고이고, 자연스럽게 생각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수평적인 사고이다.

  그래서 수직적 사고에서는 ‘맞다, 틀리다’ 판단을 하고 결정을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데, 수평적 사고에서는 판단을 유보하며 또 다른 가능성을 찾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수의학과를 갓 졸업한 젊은이가 정치 초년생으로서 국회의원에 출마했다. 그는 대학에서 정치학 과목을 많이 수강하면서 정치 이론을 익혔다. 그런데 상대는 쟁쟁한 다선 국회의원이었다. 합동 선거 유세장에서 젊은이가 먼저 소견을 발표하고 단상에서 막 물러나려 할 때, 현역의원인 상대 후보가 단상에 올라와서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당신, 수의학과 출신이라면서?”

  짐승들의 병이나 고칠 것이지 무슨 정치냐는 투의 비아냥이었다. 많은 청중이 보고 있었다. 만약 청년이 얼굴을 붉히며 우물쭈물하면 이미지를 구기는 것은 뻔한 일이었다.

  당신이 그 청년의 상황이라면 어떻게 대답했겠는가?     

  이 이야기는 실제로 영국에서 있었던 실화다. 이 청년은 현역의원에게 이렇게 대꾸했다.

  “네, 맞습니다. 그런데 어디 아프십니까?”

  비아냥거리는 국회의원에게 화가 났던 군중들은 젊은 청년에게 환호했고, 결국 그는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위 사례에서 청년이 상대 후보의 비아냥을 듣고, 자신이 학교에서 정치학을 열심히 공부했다거나 실무 경험도 약간 쌓았다거나 하면서 대중에게 어필하려고 했다면, 그는 대중에게 그다지 큰 환호를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는 생각의 방향을 바꾸었기에 그처럼 많은 사람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소설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이야기로 살펴보자. 악덕 고리대금업자가 돈을 제때 갚지 못한 주인공에게 약속대로 살 1파운드를 달라고 소송을 한다. 재판관이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생각만을 했다면 그는 빌린 돈의 대가로 살 1파운드를 요구하는 계약은 처음부터 잘못이라는 점만 지적했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 속의 재판관은 또 다른 가능성을 고려하는 유연한 생각을 한다. 그래서 ‘살 1파운드는 계약대로 가져가되 계약에 없는 피는 한 방울도 흘리게 하면 안 된다.’라고 못 박으며 주인공을 위기에서 구한다. 

  이렇게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는 것이 수평적 사고다. 

     

  수직적 사고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수직적 사고도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어떤 문제가 터졌을 때 여유를 갖고 어느 정도 판단을 유보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찾는 수평적 사고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렇다면 이 글 맨 처음 질문에 대한 답으로 당신은 누굴 태우겠는가?      

  나는 당연히 할머니다. 왜? 친구에게 열쇠를 주고 나는 이성과 함께 다른 차를 기다리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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