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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ks Nov 11. 2019

난 내 영혼을 어디다 내팽개쳐버린 것일까?

  마리아(『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에서 공황장애로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여성)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난 내 영혼을 어디다 내팽개쳐버린 것일까? 내 과거 어딘가에. 내 것이기를 간절히 소망한 그 삶 속에. 저는 집과 남편, 직업―해방되고 싶었지만, 감히 그럴 용기가 없어서 버리지 못했던―이 있던 그 순간의 포로가 되도록 제 영혼을 방치했어요. 제 영혼은 과거 속에 있었어요. 하지만 이젠 이곳에 있어요. 저는 다시 이 몸속에서 열기로 가득한 제 영혼을 느낄 수 있어요. 아직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아는 건, 삶은 저를 다른 길로 나아가도록 부추겼지만 정작 저 자신은 그걸 원치 않았다는 걸 이해하는 데 삼 년의 세월이 걸렸다는 거예요.”     

  

  몇 해 전 이렇게 사는 삶이 과연 제대로 사는 삶인가라는 문제로 고민할 때 이 책을 읽었다. ‘난 내 영혼을 어디다 내팽개쳐버린 것일까?’라는 문장에서 지난 40여 년의 세월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중년의 나이에 들어선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봤을 문제일 것이다. 

  다음의 일화도 내게는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왔다.

     

“난 미합중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하려고 여기 왔어요. 그는 당신들의 대통령일 뿐만 아니라 나의 대통령이기도 해요. 우리는 이 나라를 지켜줄 아이들을 낳은 여성들이에요. 우리는 당신들을 위해 가정을 꾸미고 빵을 굽고 당신 자식들을 낳아 기르고 있어요. 당신들만이 아니라 우리 여성들도 이 나라의 시민이에요. 그래서 우린 이 정부의 지도자가 될 사람을 뽑는 투표를 하겠다는 거예요.”

그녀의 말은 마치 종소리처럼 청명하게 울려 퍼졌다. 이것은 그야말로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다. 이젠 그곳에 있던 어떤 남자도 감히 나서려 하지 않았다. 그녀들을 위협하던 책상 뒤에 있던 키 큰 남자는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그러자 침묵과 위엄을 지키고 있던 그녀는 투표함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그 속에다 투표용지를 넣었다. 다른 열네 명의 여성들도 침묵을 지키며 서 있었다.
  1872년 11월 뉴욕주 로체스터시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그녀는 불법으로 투표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되어 재판정에 서게 되었다.
  “어떻게 진술하겠소?” 판사가 물었다.
  “죄를요?” 그녀는 소리 질렀다.
  “당신 같은 남자들이 우리 여성들에게 심어놓았던 노예근성을 근절시킨 죄, 우리 같은 어머니들도 이 나라에서 남자들만큼 중요하다고 설득시키려고 한 죄, 남자들이 자기 아내의 대중적인 지식을 자랑스러워하도록 여성다움의 기준을 올리려고 애쓴 죄 등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판사 앞에서 공격적인 자세에서 조금 벗어나 덧붙였다.
  “하지만 존경하는 판사님! 제가 미합중국의 법률을 어겼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합중국의 헌법에는 모든 인간은 법 앞에서 똑같은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똑같은 권리를 말입니다!” 
  그녀는 큰 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어떻게 우리 여성들이 똑같은 권리를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과 당신 같은 남자들이 법의 권리를 독점하는데 말입니다. 대표자를 선출하는 권리도 그렇고, 남자아이들만 고등교육을 받는 권리도 그렇고, 당신들, 눈먼 남자들은 당신들 어머니의, 그리고 아내라는 노예의 소유주들이 아닙니까?”
  판사는 잠시 주춤했다. 아직 한 번도 자신의 면전에서 이렇게 공격적인 자세로 이야기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법은 법이었다. 판사는 심한 선고를 하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
  “100달러의 벌금을 물것을 선고한다.”
  “전 그것을 낼 수가 없습니다!”
  그녀는 소리쳤다.
  “제 말을 새겨들어 주십시오. 법률은 바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법정을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그녀를 다시 불러들일까요?”
  서기관이 판사에게 물었다.
  “그냥 내버려 두시오.”
  나이가 지긋한 판사가 대답했다.
  “나는 그녀 말대로 법률이 곧 바뀌게 될 것이라는 게 두렵소.”】

(『미덕의 책』 윌리엄 베네트 지음, 최홍규 옮김, 평단문화사 / 다음(daum) 인터넷 백과 참조)  

   

  그녀는 바로 수잔 브라우넬 앤서니(Susan B. Anthony, 1820~1906)다. 그녀는 19세기 미국의 중요한 민권 운동 지도자였다. 매사추세츠주 웨스트 그로부에서 노예 폐지론자 부모 밑에 태어난 앤서니는 여러 평범한 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뒤 몇 년 동안 교육계에 종사하였다. 1848년에 그녀는 여성의 권리를 위한 운동을 시작하였고, 그로부터 21년 뒤 엘리자베스 코디 스탠튼과 함께 미국 여성참정권연합을 설립하였다. 여성의 선거권 획득은 앤서니가 사망하고 14년이 지난 뒤에야 달성되었다.

     

  꿈을 찾아 나서는 것은 설레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보물섬을 찾으려면 배를 바다에 띄워야 한다. 그리고 닻을 올리고 바다로 나가야 한다. 며칠이 걸릴지 몇 달이 걸릴지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보물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가는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고 가야 한다. 반드시 발견할 수 있다는 신념이 없으면 안 된다. 항해하다 보면 바다가 잔잔한 날도 있겠지만 폭풍우가 몰아치고 파도가 거센 날도 있다. 

  수잔 B. 앤서니도 자신의 신념을 위해 온 힘을 다했다. 그녀는 불법으로 투표했다는 죄로 체포되기까지 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미국 전역에 발길이 닿는 곳이라면 작은 마을까지도 마다하지 않고 가서 여성다움에 대한 항변을 하며 개혁 운동을 해나갔다.      

  나는 이제 막 바다에 배를 띄우고 닻을 올리고 출발했다. 바다에 배를 띄우는 데 몇 년이 걸렸다. 그 몇 년 동안 책이 나와 함께 있었다.

  꿈을 꿀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꿈을 꿀 수 있고,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이 있다면 이룰 수 있다. 

  내 영혼이 이끄는 곳으로. 크게 숨을 들이쉬고 ‘할 수 있다’ 외쳐보자.  

    

  「부정적인 사람은 당신에게 반대하고 당신을 비난하고 당신이란 존재를 위축시킨다.
그러나 언제나 기억할 것.
“당신이 동의하지 않는 한 이 세상 그 누구도 당신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 없다.”」
- 엘리너 루스벨트 (Eleanor Roosevel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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