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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ks Dec 05. 2018

달라진 것은 내 마음일 뿐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들은 같은 것들이다


  무덤 속에서 해골바가지에 든 물을 마시고 자고 일어났다. ‘어제 그렇게 달게 마셨던 물이 오늘은 구역질을 하게 하는 물이라니? 해골바가지에 담긴 물은 어제 달게 마실 때나 오늘 구역질할 때나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물을 어제는 달게 만들었고 오늘은 구역질 나게 만든 것일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끝에 그는 무릎을 치며 깨달았다. ‘그렇다. 어제와 오늘 달라진 것은 내 마음일 뿐이다.’


     

  위 문장은 『한국철학 에세이』(김교빈 지음, 동녘)에서 원효 대사 편에 나오는 한 대문이다. 불교에서는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즉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내 앞에 있는 모든 것들이 바뀔 수 있다는 말이다. 

  잔에 물이 반쯤 차있는 것을 보고 “애걔, 반 밖에 안 남았네”하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반이나 남았네”하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잔에 물이 반쯤 있는 것은 달라질 게 없는데 말이다. 내 마음이 내 앞에 놓인 물건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같은 사물이 달리 보인다는 뜻이다. 물건뿐만 아니라 우리가 날마다 하는 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아직도 일이 이렇게 많이 남았어?”하고 말하는가 하면, “와. 그래도 이만큼이나 처리했네”하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윗사람이 본다면 누굴 더 이뻐할까?

     


『달라진 것은 내 마음일 뿐이다.』

     


  나는 이 문장을 보고 많은 것을 깨달았다. 내 마음이 바라보는 대상을 물건이나 일이 아닌 사람으로 생각해 보았다. 내 윗사람, 옆에 앉아 있는 동무, 아랫사람 그리고 가족.

  직장에서 나에게 그토록 긴장을 주고 불안하게 했던 윗사람, 어느 때는 웃고 즐기다가도 어느 때는 서로 싫은 소리도 하는, 날마다 같은 사무실에서 얼굴을 보는 동무. 나 때문에 긴장하고 불안해하는 아랫사람. 나 때문에 웃기도 하지만 울기도 하는 아내, 나에게 혼나는 자식들.

  내 딸은 항상 그대로다. 그런데 나는 딸의 행동에 대해 어느 때는 화를 내고 어느 때는 그냥 넘긴다. 딸의 행동은 같은데도 말이다. 왜 그럴까? 딸의 행동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바로 그때 내 마음 상태에 따라 혼을 내기도 그냥 넘기기도 한 거였다. 결국 달라진 건 내 마음이었다. 이 문장은 윗사람, 동무, 아랫사람, 가족 모두에게 적용된다. 

    

  나, 당신 그리고 또 누군가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바라보는 대상은 같다. 단지,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다르기 때문에 달라 보이는 것뿐이다. 특히 사람을 바라볼 때 더욱 그러하다. 우리는 어떤 사람에 대해 말할 때 내가 겪어보고 들어 본 것만 가지고 이야기한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코끼리를 만져보고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자기가 만져본 부분만을 가지고 코끼리를 그린다. 

  이러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면 내 마음을 언제나 같은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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