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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ks Nov 28. 2018

겸손한 사람이 되려면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필요한 겸손

  책을 읽다 보면 ‘겸손’하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사람이 갖추어야 할 미덕 가운데 으뜸이 겸손이라 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겸손’이라는 말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와 마주하고 있는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고 나를 조금 낮추는 게 겸손이라고 생각했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나보다 잘났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겸손이라 여겼다. 하지만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대체 겸손이 무엇인지, 겸손한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름 생각해보았다.

     

  겸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있음’이라고 나와 있다. 존중은 상대를 높이어 귀중하게 대한다는 뜻이다. 즉 나를 내세우지 않으면서 마주하고 있는 사람을 높이어 귀중하게 대하는 태도를 갖추면 겸손한 사람이 된다는 말이다. 그러면 왜 겸손이 중요한 걸까? 톨스토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물보다 더 부드럽고 양보를 잘하는 것은 없다.
하지만 물보다 더 강한 것도 없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움이 잔인함을 이기며
겸손이 오만을 이긴다.

자신만만하고 오만하며 허풍 심한 사람을 사랑하기는 어렵다.
이런 것을 보면 겸손과 온화함은 가장 중요한 것,
사랑을 크게 만든다.

 

  겸손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될까?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를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으뜸가는 방법은 경청이다.     

  경청은 마주하고 있는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의 깊게 듣는 태도다. 한자의 경우 경청(傾聽)은 귀를 기울여 듣는다는 말이고, 경청(敬聽)은 공경하는 마음으로 듣는다는 의미이다. 한자어 ‘들을 청(聽)’은 왕의 귀(耳+王)와 열 개의 눈(十+目)과 하나의 마음(一+心)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왕의 귀로 듣고 열 개의 눈으로 보듯이 온 마음을 다해 집중하여 듣는 태도가 경청이다.

  따라서 마주하고 있는 사람에게 주의를 최대한 집중해야 한다. 귀로는 듣고 있으나 눈은 딴 곳에 가 있으면 안 된다. 눈은 보고 있으나 귀는 닫고 있으면 안 된다. 오로지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해야 한다.

      

  아마 이러한 경청을 가장 잘 실천한 사람이 일본 소프트 뱅크 손정의 회장일 것이다. 닷컴 버블 사태가 일어났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 산업이 한창 승승장구할 때 손정의 회장의 재산은 일주일에 1조 원씩 불어났다. 그러나 닷컴 버블이 한순간에 꺼져 버리자 한 주당 1,200만 엔(약 1억 2,000만 원)을 넘나들던 소프트뱅크 주가는 100분의 1 토막이 났다. 손정의 회장 재산도 700억 달러에서 10억 달러 밑으로 꺼져버렸다.


    ※ 닷컴 버블(dot-com bubble)=인터넷을 중심으로 IT 분야에서 1995부터 2000년 초까지 이어진 거품 경제 현상. 2000년 3월 10일 미국 나스닥에서 절정을 이룬 버블(거품)은 그다음 날부터 붕괴하기 시작해 단 6일 만에 주식가치의 9%가 사라졌다. 이후 2004년까지 살아남은 닷컴기업은 절반에 불과했다.

     

  주주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주주총회가 열리는 날, 손정의 회장은 자리에 앉지 않았다. 주주들 앞에 서서 그들의 비난과 호소를 들었다. 시간을 핑계로 말을 끊지도 않았다. 모든 질문에 손정의 회장이 직접 대답을 했다. 그렇게 6시간을 자리에 앉지도 않고 직접 마음으로 듣고 설명을 했다. 그랬더니 주주들 표정이 한결 담담해졌다. 그때 한 할머니가 일어나 이렇게 말했다.

     

남편 퇴직금을 몽땅 털어 소프트뱅크 주식을 샀어요. 그게 99% 하락해 1000만 엔이 10만 엔이 돼버렸어요. 절망스러웠는데 오늘 얘기를 듣고 보니 당신 꿈에 투자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믿을게요. 부디 열심히 해주세요.

     

  주주들은 오히려 박수로 손정의 회장을 격려해주었다. 그리고 손정의 회장은 다시 성공으로 주주들에게 보답했다.     

  이것이 경청의 힘이다. 만약 손정의 회장이 회장이랍시고 자리 앉아 있다가 1-2시간 만에 가버리고 주주들의 질문에는 다른 사람이 답을 하는 식이었다면 소프트뱅크가 지금까지 살아 있을까? 손정의 회장은 오만함을 버리고 겸손을 택했다. 그리고 그 겸손은 경청을 통해 나왔다. 결국 경청은 믿음, 신뢰, 사랑 같은 미덕의 가장 밑바탕이 되는 태도이다.

      

  나는, 우리는 지금 나와 마주하고 있는 사람―그 사람이 부하직원이든, 동료든, 윗사람이든 아니면 처음 보는 사람이든―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 사람의 신분이나 나와 처해 있는 관계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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