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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ks Jan 11. 2019

물건 정리, 사람 정리

인생에선 사람도 정리해야 한다

  『부자가 되는 정리의 힘』(윤선현 지음, 위즈덤하우스)이라는 책이 있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어떤 물건이든 갖게 되면 그 물건에 대한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현상으로, 일단 자신의 것이 되면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좀처럼 환불을 하지 않는 ‘소유효과’를 말한다.

  중고자동차와 같은 중고물품 매매를 생각해보면 쉽다. 중고차를 사려고 하는 사람은 사려고 하는 차종의 중고 시세를 찾아보고 그 차의 주행거리, 차체 손상 따위의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해 합리적 가격을 제시한다. 그러나 중고자동차 소유주는 자신의 차는 뭔가 더 특별한 것이 있는 양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 여성들이 명품 가방을 중고로 사고팔 때도 그러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물건을 비우는 기준으로 필요, 시간, 기분, 가치, 공간 이 다섯 가지를 말한다. 지금 하는 일과 관련이 있는가(필요), 사용하기 위한 시간을 낼 수 있는가(시간), 즐거움, 설렘을 주는 물건인가(기분), 나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는 물건인가(가치), 보관할 공간이 있는 물건인가(공간) 하는 것이다.


  이 기준으로 내 주변을 둘러보았다. 1년 동안 한 번도 찾아보지 않은 물건이 수두룩했다. 너무 오래되어 입지 않는 옷들, 가전제품을 샀을 때 따라온 이상한 전선들과 설명서, 거기에 딸려온 CD,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입던 옷, 장난감, 아이들이 읽었던 그림책 따위가 너무도 많았다.

  어떤 것은 추억이고 어떤 것은 진짜 없어도 되는 것들이었다. 1년 동안 한 번도 찾지 않은 물건은 앞으로 1년 동안 찾을 일이 없을 테고 그러면 앞으로 10년간, 평생 찾을 일이 없는 물건일 것이다. 그래서 모두 처분했다. 일부는 기부단체로 일부는 재활용 쓰레기로 갔다. 그랬더니 집안 공간에 여유가 생겼고, 다른 공간도 더 넓어졌다. 마음도 상쾌해졌다. 내가 물건을 보는 시각이 바뀌었다. 뭔가 물건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도 정리해야 할 것들이 많다.

 

  미니멀 라이프라고 했던가. 그런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도 별 불편함이 없다. 하지만 아이들을 둔 집은 조금은 어렵다. 기본으로 아이들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될 수 있는 한 짐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가진 것이 덜할수록 고민도 걱정거리도 적어진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퇴직한 선배가 꽤 오래전 나에게 말한 적이 있다. 백 가지를 가진 사람은 백 가지를 근심하며 살지만 한 가지를 가진 사람은 한 가지 근심만 하면 된다고. 정리를 해보니 딱 맞는 것 같았다.

     

  여기에 생각이 더 이어졌다. 필요, 시간, 기분, 가치, 공간이라는 기준을 사람에게도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것이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에 필요한 사람인가, 앞으로도 나에게 계속 필요한 사람인가, 그 사람에게 시간을 내야 하는가, 나에게 즐거움, 설렘을 주고 악한 영향이 아닌 선한 영향을 주는 사람인가, 그와 함께 있으면 나의 가치를 떨어뜨리지는 않는 사람인가, 내 공간을 내줄만한 사람인가.

  인간관계를 위한 기준으로 삼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 사람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나에게 즐거움과 설렘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스트레스만을 주는 사람이라면, 함께 있으면 나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정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엉뚱한 곳에서 재미를 찾으러 방황하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승자의 주머니 속에는 꿈이 있고, 패자의 주머니 속에는 욕심이 있다.』
- 탈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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