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꿈이 없는 사람은 시간을 낭비한다
‘오늘은 뭐 재밌는 거나 신나는 게 없을까?’ 아마 많은 사람이 사무실에 출근해서 이런 말을 듣거나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도 지난날 이런 말을 많이 했다.
이 말은 일터가 얼마나 지루하고 재미없는지를 바로 보여주는 말이다. 사무실에 출근하면 즐거움이 있어야 하고, 꿈과 희망이 보여야 하고, 그것을 추구하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하긴 한숨만 보인다면 이건 더욱 큰일이지만 다행히 내가 출근하는 사무실은 그렇지 않다.
내가 일하는 건물을 하늘에서 보면 아마 아침에는 사람들을 우르르 한꺼번에 삼켰다가 저녁에는 기진맥진한 사람들을 우르르 내뿜는 모습으로 보일 것이다.
많은 사람이 앞글에서 말한 대로 남의 생각에 따라, 사회가 정해 놓은 틀에 따라 인생을 살고 있다. 그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거나 깨달았다 하더라도 벗어나는 것이 두려워 가만히 있는 사람들도 많다. 이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모두 직장에 들어온 뒤 꿈을 꾸지 못하거나 아예 꿈을 꿀 생각도 못 하다 보니 엉뚱한 곳에서 삶의 즐거움을 찾으려 한다.
그래서 저녁에 하나 도움도 되지 않는 술자리에 나가 윗사람 욕하고, 내가 몸담은 조직을 욕하고 다른 직장을 다니는 누군가를 부러워하며 술잔을 기울인다.
술자리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나도 술자리 좋아한다. 그런데 많은 술자리가 영양가 없는 게 문제다. 건설적인 얘기가 나오고 소통하고 공감하는 자리가 되어야 하는데 누군가를 헐뜯는 자리가 되니 문제다. 나만 빠지면 괜히 찍힐까 두려운 부서 회식 같은 것이니 문제다. 건강․부․사랑․우정․성공․비전․행복 같은 긍정의 단어가 대화 주제가 되어야 하는데 질병․가난․미움․질투․의심․시기․실패․과거․불행 같은 부정의 단어가 대화 주제가 된다는 게 문제다. 뒷날의 희망과 바람이 아닌 지난날의 실패와 원망이 대화거리가 된다는 게 문제다.
내가 말하는 엉뚱한 곳이란 술자리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건설적이지 않거나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물건, 사람, 장소 모든 것들을 뜻한다. 물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건설적이지 못하거나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하는 자리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자리는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나는 집중적인 책 읽기를 시작하고 내 꿈 목록을 적고 그것을 하나씩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런 엉뚱한 자리에 나가 사람들과 건설적이지 않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속에서 짜증이 났다. 처음에는 건설적인 얘기를 나누고 잘 나가다 누군가 한 명이 엉뚱한 얘기를 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자리가 싫어졌다. 두세 시간 이런 얘기 나누려고 나의 소중한 시간을 허투루 쓰고 있나 하는 생각 말이다.
오래전 사무실 3개 팀이 모두 동원되어 한겨울 추운 새벽에 속된 말로 ‘줄도박장’을 단속한 적이 있다. 30명 정도를 검거했다. 반은 남자, 반은 여자였다. 이들은 시골 여기저기를 돌면서 창고나 하우스를 빌려 도박장을 연다. 사람들 휴대전화에 만날 장소와 시간이 문자 메시지로 오면 사람들은 그 장소로 나간다. 그곳에서 차 한 대로 몇 명이 움직인다. 그 차에 타는 사람들은 이때부터 휴대전화를 내야 한다. 이렇게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하우스로 온다. 하우스로 가는 길 중간에 망을 보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이런 줄도박장 단속하기가 힘들다. 뭔가 의심스럽다고 생각하면 망보는 사람이 도박장에 알려 모두 도망가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어쨌든 신호에 맞추어 형사들이 일제히 하우스로 달려들어 덮쳤다. 돈을 숨기는 사람에, 도망가는 사람에, 그냥 포기하고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에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영화 ‘타짜’에 나오는 장면과 같다고 보면 된다. 하우스 앞을 지키던 남자. 담배 연기가 자욱한 곳에서 길게 양쪽으로 늘어서 앉은 사람들. 그 앞쪽으로 수북이 깔린 만 원짜리 지폐.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커피를 파는 아줌마. 돈을 걷는 사람. 앞에 놓인 돈이 오히려 자기 돈이 아니라고 어떻게든 판돈을 줄이려는 사람들. ‘남편, 아내가 알면 이제 죽었구나’ 하는 눈빛을 보이는 사람들. 이때 현장 지휘관이 모두 조용히 하라고 외친다. 그리고 미란다원칙을 알리고 모두 체포한다. 현장을 정리하고 모두 버스에 태워 사무실로 데리고 온다. 이제 한 명씩 조사를 시작한다. 단순히 도박을 한 가정주부 같은 사람들은 집에 보내주고 주동자들은 구속영장을 신청한다.
왜 그들은 가족이 알면 혼날 것을 알면서도 그 추운 겨울, 밤 12시가 넘은 새벽에 그런 곳에서 도박하고 있었을까? 평범한 가정주부가,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사람이 무엇이 아쉬워 그와 같은 행동을 할까?
한 번은 사건 수사를 위해 강원도에 있는 카지노에 출장을 간 적이 있다. 벌써 10년도 훨씬 지난 일이다. 일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나오는데 부부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가 카지노로 들어왔다. 남자는 지폐가 잔뜩 들어 있어 반으로 잘 접히지도 않는 지갑을 바지 뒷주머니에 꾸역꾸역 넣은 채로 걸어오고, 여자는 그 뒤에서 포대기에 아기를 업은 채로 들어오고 있었다. 이 사람들 눈을 보았다. 마치 뭔가에 홀린 듯한 눈이었다. 생명력이 없는 눈이었다. 지나치게 말한다면 동태 눈으로 보인다고 해야 할 정도였다. 도박에 빠지면 어떻게 부부가 함께 저렇게까지 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안쓰러웠다. 그때 이 카지노 주변에는 전당포가 엄청 많았다. 전당포 앞에는 고급 차량이 널려 있었다. 모두 도박에 빠진 사람들이 전당포에 차를 맡기고 돈을 빌렸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바로 이런 사람들이 삶의 재미를 엉뚱한 곳에서 찾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때 우리나라를 휩쓸었던 바다이야기 게임장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인터넷에는 불법 도박 사이트가 넘쳐난다. 왜 사람들은 이런 도박에 열광할까? 청소년들은 왜 게임에 빠질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자신만의 꿈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꿈이 있는 사람은 이런 곳에 낭비할 시간이 없다. 꿈을 이루기 위한 시간도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