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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ks Jan 14. 2019

나는 사랑하는 자식과 아내를 위해 책을 읽는다

더 나은 아빠, 더 나은 남편이 되기 위해 책을 읽는다

  2018년 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7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연간 독서율*이 종이책의 경우는 59.9%, 초․중․고 학생은 91.7%였다. 연간 종합 독서율(종이책+전자책)은 성인 62.3%, 초․중․고 학생은 93.2%였다. 연간 독서량**은 종이책의 경우 성인은 8.3권, 학생은 28.6권(초 67.1권, 중 18.5권, 고 8.8권)이었다.

  *연간 독서율 = 지난 1년 동안 일반도서를 1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

  **연간 독서량 = 지난 1년간 교과서, 학습참고서, 수험서, 잡지, 만화를 제외한 일반도서를 읽은 권수

     

  여기서 ‘독서’란 교과서, 학습참고서, 수험서, 잡지, 만화(웹툰)를 제외하며, 웹 소설(장르 소설)을 포함한 일반도서(종이책과 전자책) 읽기를 말한다. 그리고 ‘전자책’이란 컴퓨터, 스마트폰, 스마트패드/태블릿PC, 전자책 전용 단말기 등을 이용하여 화면으로 읽는 책을 뜻한다.

  다시 말해,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에 한 권 이상을 읽고, 그 6명은 1년에 평균 8권 정도를 읽는다는 말이다. 여기서 안타까운 점은 학생의 경우 초등학교 때는 67권이라는 엄청나게 많은 책을 읽는데 고등학교 때는 9권이 조금 안 되게 읽는다는 점이다. 물론 대학입시 문제가 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문제는 성인이 고등학생보다도 적게 읽는다는 점이다. 

  독서 시간은 성인의 경우 평일은 23.4분, 주말은 27.1분이라고 한다. 독서 장소는 성인의 경우 주로 집이 59.0%, 직장은 13.2%였다. 독서를 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성인은 ‘스스로 읽고 싶어서’가 36.7%, ‘자기계발을 위해서’가 18.7%였다. 독서의 목적에 대해서 성인은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23.7%, ‘교양․상식 쌓기’가 19.8%, ‘위로와 평안’이 15.2%였다. 평소 책 읽기를 어렵게 하는 요인에 대해서 성인․학생 공통으로 ‘일․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가 성인은 32.2%였고, 학생은 29.1%였다. 이어서 성인은 ‘휴대전화 이용, 인터넷, 게임’이 19.6%, ‘다른 여가활동’이 15.7% 순으로 나타났다. 성인의 경우 선호 분야(종이책)가 문학도서가 23.7%, 장르 소설이 13.0%, 취미․오락․여행․건강이 10.9%, 철학․사상․종교가 10.3% 순으로 나타났다. 종이책의 경우 성인이 연간 구입하는 권수는 4.1권으로 55,000원을 쓰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우리나라 성인 독서량을 보면 참 창피하다. 하지만 여기서 그런 걸 말하려는 게 아니다. ‘국민 독서실태 조사’ 내용과 같이 누구는 지식이나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교양을 쌓기 위해, 위로를 받기 위해 책을 읽는다. 누구는 어떤 자리에서 뽐내기 위해, 흔히 하는 말로 ‘있어 보이기’ 위해 책을 읽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혜를 얻어 세상을 꿰뚫어 보는 눈을 얻기 위해 읽는다는 사람도 있다. 단순히 지적 호기심을 채우고 개인 만족을 얻기 위해 읽는 사람도 있다.     

  나는 몇 년 동안 여러 갈래의 책을 집중해서 읽었다. 책은 내게 자존심을 어느 정도 내려두고 사회가 정해놓은 틀에 맞춘 삶을 산 것을 돌아보며 반성하게 했다. 그리고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해주었다. 그러자 갑자기 수많은 두려움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마흔 가운데를 넘어서고 있는 지금의 나는 내가 태어난 때부터 지금까지 지나온 날들이 뒤섞여 한데 모여 만들어진 결과다. 그리고 앞으로 5년, 10년 뒤의 모습은 지난 세월과 앞으로 5년, 10년이 더하여진 모습이 될 것이다. 그리고 80세에 이 세상을 떠난다고 한다면 80년의 세월이 섞여 만들어진 결과가 내 마지막 모습이 될 것이다. 그 마지막 모습이 어떨지 두렵고 겁이 난다. 눈을 감을 때 내가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보며 후회할까 겁난다.      

  “후회할 거라면 그렇게 살지 말고, 그렇게 살 거라면 후회하지 마라”고 했던가. 

     

  나는 아니 우리 대부분은 자식들에게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나는, 우리는 어떤가? 나의 딸 둘은 모두 고등학생이다. 나는 이 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야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하였다. 그런데 정작 나는 아이들보다 책을 읽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이 아이들이 험난한 이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아버지로서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몰랐다. 솔직히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밖에 해준 것이 없다. 미래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떤 직업이 생겨나고 어떤 직업이 없어질지 모를 시대에, 세계관이 어떻게 바뀌고 가치관이 어떻게 바뀔지 모를 시대에, 어쩌면 진보와 보수 같은 이념이 사라지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이념이 나타날지도 모르는 시대에, 우주선을 타고 지구 밖으로 나가 우주여행을 하는 것이 관광 상품이 될 시대에, 암호화 화폐가 사용되고 온․오프라인 경계가 어떻게 될지 전혀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내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도움말을 주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모르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도움말을 줄 수 없는 아버지가 과연 아버지로서 가치가 있을까? 물론 아버지가 있다는 사실, 아버지 존재만으로도 자식들에게는 버팀목이 되고 든든한 지원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뿐이다. 더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했는지 생각하며 반성했다. 이것이 내가 책을 읽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어떤 책이건(참고로 난 만화책과 무협지는 읽지 않는다. 이 책들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단지 내 취향과 맞지 않을 뿐이다) 내가 집에서 책 읽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어야 아이들도 따라 할 것이고,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어른으로서 먼저 살아본 인생 경험과 책을 통해 알게 된 지식과 지혜를 가지고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삶을 사는 데 좋은 도움말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     

  아내도 직장 생활 20년이 넘은 워킹맘이다. 어느 때부터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한다. 육아와 직장 생활이라는 힘든 겸업을 무려 20년 가까이 하고 있다. 거기다 지금은 2년째 하루에 왕복 100킬로미터를 운전하며 출퇴근을 한다. 지난 20년 가까운 결혼생활 동안 날마다 모든 끼니를 차리고 집 청소며 설거지를 하였지만 내가 도와준 것은 별로 없다. 날마다 미안하면서도 표현을 하지 못했다.

  우리는 동갑내기 부부다. 그런데 요즘 아내가 허리가 아프다고 한다. 조금만 무리를 해도 어디가 아프네, 어디가 쑤시네, 다리가 붓네 한다. 아침에 일어날 때는 일어나질 못하겠네, 피곤해 죽겠네 하며 투덜댄다. 저러다 큰일 나겠다 싶은데도 직장 그만두라는 말을 못 한다. 아내가 직장을 그만두면 내 월급만으로 우리 가족이 모두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먹고 살 수는 있다. 그러나 지금 생활수준으로 살지 못한다. 솔직히 생활수준이 낮아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의 꿈 가운데 하나는 그러한 두려움을 물리치고 아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편히 쉬게 해주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그 방법을 모른다. 그래서 나와 같은 경험을 먼저 해 본 선배들이 남긴 글을 읽고 그 방법을 찾기 위해 책을 집어 든 것이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남의 책을 많이 읽어라. 
남이 고생하여 얻은 지식을 아주 쉽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고,
그것으로 자기 발전을 이룰 수 있다.” 
 - 소크라테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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