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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ks Feb 22. 2019

책은 아무 때, 아무 데서

책 읽는 시간과 장소는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요즘 사람들에게 가장 필수품은 두말할 것 없이 스마트폰일 것이다.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걸 할 수 있다. 지갑도 필요 없다. 스마트폰으로 책도 읽을 수 있다.

  가끔 커피숍을 가면 재밌는 구경거리가 있다. 자리에는 서너 명이 모여 커피를 마시는데 대화는 없고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다. 대화도 하지 않을 거라면 커피숍에 왜 왔는지 궁금하다. 하긴 커피숍에 마주 앉아 카톡으로 대화를 나눈다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커피숍에서도 잘 살펴보면 어느 자리에서는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있다.


  나는 언제나 책을 가지고 다니려고 애쓴다. 저녁 술자리는 어쩔 수 없지만, 어디를 가든 책을 가지고 가려한다. 커피숍에서 누군가를 기다릴 때 책을 읽는다. 그 시간이 5분이든 10분이든 읽으려고 한다. 미용실에 갈 때도 책을 가지고 가서 기다리는 동안 읽기도 한다. 염색할 때면 더없이 책 읽기 좋다. 염색 시간이 길고 누구도 건드리지 않기 때문이다. 누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남자가 미용실에서 책 읽고 있으면 창피하지 않아?”

   글쎄, 창피한가? 

    

  직장에서 책을 조금이라도 읽는다는 사람들을 잘 살펴보라. 잠깐 짬이 나는 시간에 어떤 사람은 스마트폰으로 점심으로 뭐 먹을지 식당을 뒤지고 있고,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누르고 있는 동안 그 사람들은 책을 읽고 있을 것이다.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 퇴근할 때까지 짬 나는 시간을 모두 합치면 꽤 많다. 이 시간을 헛되이 써버리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이 시간만 잘 이용해도 하루에 꽤 많이 읽을 수 있다. 우리나라 평균인 23.4분(2017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보다는 훨씬 많을 것이다. 이 정도만 읽어도 대한민국 성인 평균보다는 많이 읽는 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조금 앞당기고 잠자는 시간을 조금 늦추어 그 시간을 이용하면 된다.

  여기서 내가 뭐 시간 관리 방법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말하려는 게 아니다. 시간 관리에 관한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와 있으니 그것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 다만, 내가 시간 관리를 위해 해 봤던 방법을 간단히 알려주고자 한다. 다음을 한번 살펴보자.                    


시간                    한 일                구체적으로                합계                비고

07:40 – 08:00       업무             할 일 정리 등 업무 준비     20분                적정

08:00 – 08:30        잡담           커피, 동료와 대화               30분                 소비(낭비)

08:30 – 08:40        휴대폰        휴대폰으로 sns 검색          10분                 소비(낭비)

08:40 – 09:00        책 읽기        정의란 무엇인가                20분                 투자


  이 표처럼 7시 40분에 출근하여 9시 업무 시작할 때까지를 보면, 80분 동안 실제 나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은 40분이다. 30분 동안 동료와 커피를 들고 사무실 밖 정자 밑에서 담배를 피우며―사실 나는 자기계발서를 읽고 그 책에서 알려준 대로 해서 담배를 끊었다― 어제 본 드라마 얘기와 연예인 얘기를 하고, 직장 내 숨은 얘기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고 사무실로 들어와 혼자 자리에 앉아 10분 동안 스마트폰으로 SNS를 검색했다.

  여기서 ‘적정’, ‘소비’, ‘투자’란 말을 봐야 한다. 소비는 말 그대로 없어져 버리는 것이다. 소비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먹고살기 위한 소비면 그나마 다행인데 필요 없는 물건을 사는 데 소비하는 때가 있다. 바로 이것을 ‘낭비’라 부른다. 투자는 뒷날 나에게 다시 원금뿐 아니라 이자까지 더해져서 돌아오는 것이다. 여기서 잡담과 SNS 검색은 ‘낭비’라 보면 맞다.

  이런 식으로 일주일 아니 3일만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적어 보라. 아마 소비한 시간이 꽤 될 것이다. 내가 그랬으니까. 그 소비 시간을 투자 시간으로 돌려야 한다. 점심 먹고 들어와 30분간 피곤을 달래기 위해 잠깐 잠을 자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10분 정도 책을 보고 20분만 자든지 자신의 체력에 맞게 조절하면 된다. 더 좋은 방법은 꾸준히 운동해서 점심 먹고 자지 않아도 견딜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이런 걸 묻는다. “책을 주로 어디서 보나요?”

  내 대답은 ‘아무 데서나’다. 나는 집에서 내키는 곳 아무 데서나 본다. 화장실에 앉아서 볼 때도 있고, 침대에 누워서, 소파에 앉아서든 그때그때 내가 편한 자리에서 본다. 앞에서 말한 대로 커피숍, 미용실에서도 본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처럼 ‘책은 서재에서’, ‘책은 도서관에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은 아무 데서나’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제나 책이 들어 있는 가방은 내 몸에 붙어 있어야 한다. 어딜 가든 그 가방은 나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윌리엄 글래드스턴은 「독서는 옛것을 받아들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힘이다. 나는 뜻밖에 갖게 되는 1분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언제나 작은 책을 주머니에 넣는 것을 잊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주로 활동하는 곳에는 책들이 항상 쌓여 있어야 한다. 집에서는 서재가 되겠다. 서재가 없다면 아무 방이나 괜찮다. 거실도 좋다. 그냥 여긴 내 서재라고 부르면 된다. 그리고 그곳을 책으로 가득 메우면 되는 것이다. 원룸에 혼자 산다면 더욱 좋다. 원룸을 통째로 도서관이라고 하면 되기 때문이다. 무슨 나무 테이블에 은은한 조명이 비치고 양초가 켜져 있고 창문으로는 산들바람이 들어오는 분위기의 서재여야 하는 게 아니다. 그런 서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곳이다. 아니면 비싼 수업료를 주어야 하는 곳에서 가능한 곳이다. 나는 집에서 거실 소파에도 항상 몇 권의 책을 놓아두고 있다. 방은 말할 필요도 없다.

  사무실에서는 내 책상이나 주위에 책을 쌓아두면 된다. 하루 가운데 가장 많은 시간 머무는 자리가 내 서재가 되는 것이다. 나는 사무실 책상 주위에 50권 정도 책을 가져다 놓았다. 내가 읽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내 동료들도 볼 수 있게 했다. 그 가운데 읽어야 할 책이 반 정도 된다. 이렇게 해놓으면 자연스럽게 읽게 된다.

  책 읽는 시간과 장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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