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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ks Feb 25. 2019

어떤 책이든 한 문장을 건진다는 생각으로

지은이가 말하고 싶은 걸 내 거로 만들면 된다

  책을 읽을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있다. 바로 어떠한 책을 읽더라도 그 책에서 최소 ‘한 문장’ 만은 건져낸다는 생각으로 읽는 것이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읽고 있는 책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비판하는 것을 싫어한다. 왜냐하면, 내가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책을 읽을 때 책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것보다 ‘제목에 낚였네’ 하거나 ‘이것도 책이라고 쓴 거야?’ 하는 따위의 비판을 한다. 나는 이런 사람 가운데 자신들이 비판하고 우습게 보는 그 책 정도만큼이라도 글을 쓸 수 있는지 묻고 싶다. 그런 사람 가운데서 그만큼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그만큼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함부로 다른 사람 책을 비판하거나 우습게 보지 않는다. 지은이의 생각 가운데 내가 배울 것이 있다면 배우면 된다. 그리고 나와 생각이 다르면 그 다름을 인정하면 그뿐이라고 본다. 나와 다르다고 하여 그 사람이 옳지 않다거나 나보다 못하다고 인정할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나는 어떤 책을 읽더라도 반드시 한 가지만은 배운다는 생각으로 읽고 그것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사건에서도 쟁점이라는 게 있다. 즉 사건에서 가장 다툼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을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따라 자칫 사건이 엉뚱한 곳으로 갈 수도 있고 쉽게 풀릴 수도 있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살인 사건을 보자. 형법 제250조 제1항에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에는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조문을 잘 살펴보라. 쟁점이 보이는가? 살인죄라고 하는 것은 사람이 사람을 죽여야 성립하는 범죄다. 따라서 사람이 개를 죽이면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또 반대로 개가 사람을 죽여도 개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 없다. 그리고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면 제2항에 따라 존속살해죄라고 해서 더 무겁게 처벌받는다. 그러나 반대로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면 비속살해죄라고 하는 것이 없다. 제1항에 따라 일반 살인죄로 처벌받게 된다. 살인 사건이 났을 때 범인 신분에 따라 다르게 되는 것이다. 그밖에 사기죄, 배임죄 같은 것을 보면 더 알쏭달쏭한 부분들이 많다. 뉴스에서 뇌물죄 얘기가 나올 때마다 ‘대가성’이 쟁점이라고 하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이렇게 모든 사건에는 저마다 쟁점이 있다. 법을 잘 모르는 사람은 “뭐 이따위 법이 있어?” 하고 말할 수 있다. 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어떤 책이든 그 책에서 한 문장을 얻는다면 그 책을 읽은 보람이 있다고 것이다. 그 책에서 알려주는 쟁점, 바로 지은이가 말하고 싶은 한 문장,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 한 문장을 익혀서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백 권을 읽고 백 개의 문장, 천 권을 읽고 천 개의 문장을 내 거로 만든다는 목표로 읽고 있다. 나는 이렇게 내 영혼과 마음을 살 찌우기 위해 책을 읽는다.  

   

『반박하거나 반론을 제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믿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야기와 담론 거리를 발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검토하고 숙고하기 위해서 읽어라.』
- 프랜시스 베이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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